체험 예약 반토막… 대목에 최악상황 우려

농가들,“당장 다음달 인건비 지불 걱정,

어디에 고통 호소해야 할지도 모르겠어…”

 

“체험을 받는 딸기 농가들은 어린이집, 유치원 아이들이 몰려드는 2, 3월이 본격적인 판매의 시작인데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체험 취소도 많아졌고, 로컬푸드 판매율도 떨어지고 있습니다. 이러다 올해 농사 망하는 건 아닌가 걱정입니다.”


경기도 화성시 마도면에서 딸기농사를 짓고 있는 박칠성씨는 지난 4일 기자와의 만남에서 한숨부터 내 쉬었다.


딸기재배는 화성시의 특화사업으로 지정돼 있고, 매년 일주일에 1톤이 소비될 정도로 인기가 많은 작물이다. 그 역시 지난해는 인근의 학교와 회사 같은 대량 급식처에 매일 150kg씩 납품을 했었다. 하지만 올해는 절반으로 줄었고, 내놓기 무섭게 판매되던 지역 로컬푸드직매장에도 사람이 찾아오지 않으면서 반품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는 “우리 농장은 2월부터 딸기체험 예약을 받아 3월에 본격적으로 시작하는데 예약취소가 빈번해지고 있다”면서“우리도 우리지만 남쪽지역에 양감면이나 향남면처럼 2월부터 체험을 시작한 농가들은 타격이 더 큰 것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10년 가까이 딸기농사를 지으면서 이런 적은 처음이라 어디에, 어떻게 호소를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답답해했다. 상황은 지역의 다른 농가들도 마찬가지다.


화성시 양감면의 한 딸기농가는 1,000평의 하우스에 2단베드까지 설치해 체험 위주의 딸기농사를 짓고 있지만 현재는 취소폭탄을 맞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보통 평일에는 100명 내외, 주말에는 250명 내외의 체험객들이 다녀갔지만 올해 2월 첫째주 주말에는 60명만이 다녀갔다고 한다. 또 앞으로는 더 이하로 내려갈 것으로 예상돼 우려가 커지고 있다.
농장주에 따르면 딸기체험은 딸기가 대량으로 출하되는 2월에서 4월이 주된 운영기간이다. 이 시기를 위해 1년간 딸기재배와 시설유지보수 같은 직접적 투자를 쏟는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상황이 장기화되면 1년 농사를 모두 망치게 된다.


농장주는“우리 농가들은 사태가 안정될 것으로 믿고 딸기를 더 철저히 관리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수익은 고사하고 당장 다음달 인건비 조차도 고민해야하는 상황을 맞고 있다”고 근심을 감추지 않았다.


이와함께 평택시, 안산시의 딸기체험농가들도 상황이 비슷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확산으로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휴원하고, 외부행사가 축소·취소되면서 딸기농가는 직격탄을 맞고 있다. 특히 올해는 고온다습한 날씨와 일조량 부족으로 딸기의 출하량도 줄어든 상태라 농가들의 걱정은 더 커지고 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장기화 되고, 딸기체험농가들의 물량이 시장으로 나오게 된다면 가격폭락은 불 보듯 뻔하다는 것이 농가들의 한 목소리다.


화성시에만 약 70농가가 딸기를 재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부 농가들은 식품제조가공 등록을 통해 잼 같은 가공을 하려고 하지만 이마저도 녹록치 않고, 딸기가 늦게 익기를 바라는 웃지못할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상기후나 모종불량 같은 농사에서의 문제가 아닌 전염병으로 체험객이 오지 않는 피해를 입으면서 호소할 곳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박성칠씨는“딸기 값도 점점 떨어지고 있고, 지금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화성시의 대다수 딸기농가들은 1년 농사지어서 밑진다고 생각하면 된다”면서“농가들은 빨리 이 사태가 지나가기를 가장 바라고 있고,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정부, 지자체, 농협도 적정가격 수매 같은 대책마련에 서둘러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취재이후에도 그는 지역의 학교에서 그가 속한 금당리 딸기작목반에 2톤(6천만원 상당)의 딸기 주문이 들어왔지만, 학교 휴교를 이유로 납품이 연기가 됐고, 혹여나 취소가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전해왔다.


한편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국내 신종 코로나 확진자는 1월 20일 첫 발생 이후 6일 현재 23명에 이른다. 이에 농식품부는 4일 한국농축산연합회 단체장과 신년 교류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인한 농업계의 피해 최소화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했다. 이에 발맞춰 농협은행도 농업인과 개인, 기업고객에 우대금리를 제공하고 신규대출을 지원하는 등의 긴급 금융지원을 계획하고 있다.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관계자는 “농업계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농산물 판매량과 관광객 등이 줄어드는 피해가 나타나고 있다”면서“농가소득 보존 등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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