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봉남 농업연구관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미국 농업연구청 상주연구원으로 근무 중)

 

대두 콩은 미국에서 옥수수 다음으로 가장 많이 심는 작물이다. 대두 콩의 약 80%는 미국 중서부에서 재배되며 2019년 재배면적은 약 8,460만 에이커로 추정하고 있다.
미국 일리노이 주 어바나에 있는 미국 농업연구청 소속의 국립대두연구센터에는 2만여 종의 콩 종자 유전자원을 보관하고 있는데 대부분 재배종 대두 콩이며 야생 대두 콩은 1,200여 점에 이른다. 주목할 점은 국립대두연구센터가 보존하고 있는 야생 대두 콩의 30%가 우리나라 유전자원이라는 것이다.


미국에는 1929년에서 1932년 사이 도셋과 모스 원정대가 우리나라를 포함한 중국 동북부와 일본에서 직접 수집해서 가져간 4천여 점의 콩 유전자원이 있었다.현재 국립대두연구센터가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 유래 유전자원의 약 85%는 196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 초까지 한국 전역에서 수집한 것을 제공받은 것이라고 한다.


올해 1월 미국 국립대두연구센터를 방문하였을 때 1924년 미국인 수집가가 미국으로 가져간 한국 콩 자원 가운데 PI060269로 이름 붙여진 검은 콩 종자 6개를 만날 수 있었다. 수집한 원종이기 때문에 보관시설에 설치된 장의 맨 위 칸에 놓여 있었다. 종자보존시설의 온도가 10°C 이고 96년 된 종자이기 때문에 더 이상 싹을 틔우지는 못하겠지만 96년 된 종자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아주 튼실해 보였다.


국립대두연구센터에서 제공하는 자료에 의하면 미국 대두 콩 생산에 사용하고 있는 35개의 교배모본 계통 중 6개는 한국에서 유래한 자원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원산지 대두 콩 유전자원은 역병에 저항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콩 품종 육성 시 역병 저항성 유전자를 제공하는 중요한 공급원이다. 특히 1914년 한국에서 수집해서 가져간 역병저항성 유전자(Rps1-c)를 보유한 자원은 미국에서 생산하는 대두 품종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대두 콩 유전자원은 또한 콩 바이러스에 대한 저항성 유전자를 제공하는 공급원이다. ‘광교’, ‘수원 97’ 및 ‘SS74185’ 품종은 바이러스 저항성에 관여하는 서로 다른 유전자를 가지고 있으며, 특히‘SS74185’는 현재까지 알려진 모든 콩모자이크바이러스 계통에 대한 저항성을 가지고 있다.


현재 원산지에서는 사라져 버렸지만 90~100여 년 전 미국 정부가 보낸 유전자원 수집 원정대가 가져간 우리 콩의 후손이 1920년대에는 당시 미국에서 어느 작물보다도 소득이 높은 환금작물로 심겨져 미국 농업 발전에 기여했고, 제2차 세계 대전에는 사람들의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으로 사용되었다. 지금도 상업용 콩 품종에 반드시 필요한 병 저항성을 제공하는 중요한 자원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것은 아직도 미국의 종자보관소에서 튼실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96년 된 우리 콩 후손들의 활약 덕분이다. 


농촌진흥청 농업유전자원센터에는 우리나라 고유의 토종 콩을 약 8,000여 점 보존하고 있다. 토종 콩 유전자원을 이용하여 수량이 많고 병에 강한 품종을 만들고자 하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중요한 콩 유전자원을 보유한 콩 원산지 국가로서, 미래의 식량 부족 및 기후변화에 대비해 병해충과 각종 스트레스에 강하면서도 수확량이 많은 세계적인 콩 품종을 개발하게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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