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고기 도매가격이 크게 떨어져 한돈농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이대로라면 조만간 도산하는 농가가 나올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1월 평균 도매가격은 1kg에 1천900원 수준으로, 100kg 기준 돼지 한 마리에 19만원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대형마트나 일반 정육점의 소비자가격은 큰 변화가 없다. 1월 평균 소비자가격은 삼겹살 1kg당 평균 1만6천900원으로 도매가격 대비 거의 10배 가량 높았다. 시중 돼지고기 전문점에선 100g당 6천~7천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한돈협회는 이같은 도매가격 하락의 이유로 소비부진을 꼽았다. 건강을 추구하는 웰빙 식생활에 따른 식단 변화에서부터 기업의 회식 문화가 바뀌는 등 소비패턴이 변하고 있고, 김영란법, 윤창호법, 주52시간제 시행,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발병 등 사회적 영향이 소비 위축을 가져왔다고 봤다. 부정청탁 금지에 따라 선물이 줄고, 음주운전 가중처벌에 따라 음주가 줄고, 주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회식이 줄고, 질병이 확산되면서 외출과 외식이 줄어 소비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문제는 돼지고기 가격 회복을 위한 대책이 소비촉진 행사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 차례에 걸쳐 각종 할인행사를 해보지만 위축된 소비심리가 좀처럼 풀리지 않는다는 것. 시중 음식점을 비롯한 대형마트나 정육점의 최종소비자 가격이 떨어지지 않으면 이런 추세는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돈협회는 최근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은 문제를 지적하고 소비회복을 요청하는 대국민 메시지를 던졌다. 아쉬운 점은 생산자 차원의 대책도 없고, 정부를 향한 대책마련 요청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사실 진정 원하는 바가 있지만 끝내 하지 못한 건 아닌가 생각된다. 바로 도매가격과 소비자가격 차이를 줄일 수 있는 정부의 특단 대책. 자율시장경쟁 체제하에서 불가능에 가깝지만 이것 밖엔 달리 방법이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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