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들었던 ‘삼한사온(三寒四溫)’이라는 말은 이제 우리나라 겨울에는 무색한 이야기가 된 것 같다. 며칠 전에는 한겨울 낙동강 하구에서 대표적 여름 철새인 제비가 목격됐다는 기사를 접했다. 


이처럼 올겨울은 평년보다 따뜻한 날이 이어지고 있다. 널리 알려진 것처럼 사과, 배, 포도, 복숭아 등 과일나무는 겨울철 추위에 견디기 위해 겨울잠을 자는데, 이번 겨울처럼 따뜻한 기온이 지속되면 잠에서 일찍 깨게 되고 갑작스러운 한파가 올 경우 언 피해를 볼 수 있다. 따뜻한 겨울에도 동해가 발생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과수가 겨울잠에서 깨기 위해서는 2~9℃에 노출된 시간의 누적값이 1000~1500CU가 필요하다. 전주 지역 기준 지난 20년 평균 1000CU에 도달하는 시기는 1월 30일경이었으나, 이번 겨울은 1월 중순께로 그 시기가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나무 주간부에 백색 수성 페인트를 발라주는 것이 가장 간편한 방법이다. 백색 페인트는 낮 동안 나무에 도달하는 햇볕을 반사시켜 나무가 따뜻해지는 것을 막아줌으로써 저온에 견딜 수 있는 능력이 약해지는 것을 막아 준다. 다양한 보온자재를 나무에 덮어 씌워주는 것도 좋다. 보온자재는 볏짚, 신문지 등이 있는데 최근에는 동해 방지용 전용 보온패드 등이 판매되고 있다.


아울러, 복숭아나무는 다른 과일나무보다 추위에 약하므로 지난해 7~8월 잦은 비로 잎이 일찍 진 나무나 저장양분이 부족한 나무의 경우, 더 철저히 관리하도록 한다.


또한, 언 피해를 받아 껍질이 터진 나무는 확인 즉시 노끈이나 고무 밴드 등으로 나무를 묶어 나무가 건조해지지 않도록 한다.


피해가 발생한 나무는 열매 맺는 양을 줄이고 질소질 비료량을 30~50% 줄이도록 한다.
사실 이상기상은 이번 겨울만의 문제는 아니다. 2018년 우리나라는 연중 이상기상으로 어느 때보다 힘든 한 해를 보냈다. 2016년에는 폭염의 피해가 무척 컸는데, 1973년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고치 기록을 세웠다.


여러 전문가들은 다양한 관점에서 이상기상 피해를 경감시킬 수 있는 전략과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작목과 품종 개발, 재배기술 개발, 제도 개선 등 인프라 구축을 들 수 있다.


우리나라는 사과, 배, 복숭아, 포도, 감귤, 감 등으로 주요 재배작목 수가 적고, 일부 작목의 경우 단일 품종 비율이 매우 높다. 이런 상황에서 이상기상 대응을 위해 작목과 품종을 다양화하는 것은 다소 시간이 걸리는 일이긴 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대응방안이라고 생각한다.


농촌진흥청은 새로운 품종과 작목의 다양화를 위해 플럼코트, 플루오트 등 새로운 과종 개발과 수입이 많은 체리 등에 대한 품종개발과 재배기술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올리브와 같이 우리나라에서 재배가 가능한 아열대과수 선발에 관한 연구도 추진 중에 있다.


인프라 구축 부분에서는‘농업기후 예측 고도화’와 ‘농작물재해보험 개선 및 확대’등이 필요하다. 기상 예측의 신뢰도를 높이고 보다 장기적인 예측이 가능하다면 체계적인 사전 대책 수립으로 피해를 경감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올해도 이상기상을 극복하고 풍요로운 수확을 위해서는 일기예보와 날씨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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