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소득’인 공익직불금 이외 농가 소득안정 대책 부실

‘급등락 최소화’ ‘자율 수급조절’ 등 농산물 가격정책도 난맥상

 

문재인 대통령이 7일 ‘농가소득 4천만원 돌파’를 언급했고 농식품부·농협중앙회는 ‘4천만원’을 현정부 농업정책 최고의 치적으로 홍보하고 있는 것과 관련, 지난해 산지 농산물의 연쇄적 가격폭락으로 생활경제에 허덕이는 농촌 현실과는 상당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농사지어서 벌어들이는 기본소득, 즉 농업소득에 대한 전망은 불안하고, 이 때문에 매번 일자리를 찾아서 품삯으로 연명하는 비중이 늘어나는 현실 구조를, 소득향상으로 왜곡하고 있다는 주장이 거세다.

농가소득이란 농사 지어 벌어들이는 농업소득과, 정책보조금 등의 이전소득, 주기적이지 않게 발생하는 경조사비, 보험보상금 등의 비경상소득 등을 총 합친 호당 소득 총계를 말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신년사를 통해 “2016년 13만원 수준이던 쌀값이 19만원으로 회복돼 농가소득이 4천만원, 어가소득 5천만원을 돌파했다”면서 “농정틀을 과감히 전환하겠다. 농어가 소득안정을 위해 올해부터 공익형직불제를 새롭게 도입·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같은 ‘농가소득 향상’ 발언은 주무부처인 농식품부와 농협중앙회 등도 이구동성이다. 문재인농정 치적 ‘0순위’로 홍보중이다. 농식품부 김현수장관 또한 최근 각종 행사 때마다 “쌀값이 18~19만원대로 안정을 찾는 등의 원인으로 농가소득 4천200만원을 달성했다”는 내용을 맨 앞머리에 두고 얘기를 이어갔다. 농가소득 5천만원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김병원 전 농협중앙회장 또한 퇴임전까지 “13년만에 4천만원대에 진입했다”고 반복 강조했다.

하지만 이를 접하고 있는 농업계의 반응은 냉냉하다. 수입농산물로 만연한 농업시장, 농촌의 고령화, 가격폭락에 위태로운 농업소득 등을 배경으로 ‘농업소득’이 아닌 ‘농가소득’이 다소 늘어나는 것은 오히려 우려할 사항이란게 농민들의 지적이다.
 

실제 실질적으로 농민이 농산물을 판매해서 얻은 농업소득은 2019년 5월 기준으로 농가소득 중 30.7%에 그치고 있다. 그 이외의 소득이 농가소득으로 잡히는 것이다. 국내 농업소득은 농가당 평균 2005년 1천182만원, 2010년 1천10만원, 2015년 1천125만원, 2019년 1천292만원 수준이다. 15년이 지나도록 1천만원 조금 넘는 선에서 멈춰있다. 결과적으로 농가의 안정된 소득을 위해 펼쳤던 정부의 농업정책이 실패한 것으로 판단되는 이유이다.
 
농가들의 농업소득과 이외 소득을 합친 농가소득의 경우, 통계청자료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18년까지 13년간 3천만원대를 유지했다. 지난해 가까스로 4천만원대에 진입한 것이다. 이같은 농가소득 증가의 근간은 농외소득이다. 2005년 당시 988만원 수준의 농외소득이 지난해 1천758만원 규모로 178% 뛰었다. 정부나 연구단체에선 음식, 숙박, 관광 등 6차산업활성화를 농외소득 향상 요인으로 잡고 있지만, 당장 창업이 어려운 대다수의 농민들은 인력 송출로 인한 품삯(인건비 소득)이 농외소득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게 농민단체들의 분석이다. 농민단체 한 관계자는 “농번기는 물론 겨울철 시설재배지 등에서 생활비를 벌지 않으면 안되는게 농촌 구조”라며 “더욱이 학비가 필요한 자녀를 보유한 가정의 경우 부부 맞벌이에 나서기도 하는데, 정부는 이를 농가소득 향상으로 보태고 목표달성으로 홍보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농식품부 입장에선 공익직불제 이외에도 농업관측 지원, 채소가격안정제 물량 확대사업, 산지 공판기능 활성화 등을 통해 ‘농산물 가격 급등락을 최소화하겠다’고 내걸었다. 소득향상을 위해 농산물가격안정과 직접 지원대책을 병행하겠다는 설명이다,
그렇지만 앞으로의 정부 농정계획이 공익직불제 추진에 안주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현재대로 해마다 물가가 유동적으로 오를 것이고, 이에 맞춰 인건비 상승요인이 발생하기 때문에, 농가들의 일일 품삯이 오른다는 예측이다. 농가소득이 높아진다는 이유에서다. 농민단체 부설 연구조직 한 전문가는 “인건비만큼 농가마다 매출이 커지고, 총체적으로 농가소득이 증대되기 때문에 정부입장에서는 보수적이고 수세적인 정책 추진에 그칠 수도 있다”면서 “현 공익직불제 실행에 따른 ‘이전소득(보조금·지원금)’을 다독이는 수준에서 그칠 공산이 크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농민단체 관계자는 “직접지불과 농산물 가격정책을 병행하는 방향성은 맞지만, 내용도 없이 농가가 품삯 올려 받은 것을 농업정책 치적으로 자랑하는 것은 큰 위험성을 내포한다”면서 “농산물 가격안정을 위한 수급조절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과제가 많은데, 농가소득 수치에 정책 기준을 정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그리되면 부부에 자녀까지 인력송출에 나서는 것으로 소득향상 목표달성했다고 정책을 멈추는 판단을 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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