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농약빈병 6천만개 이상 발생
불용농약은 수거보상비 조차 없어
농가들, “불용농약 처리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시스템 만들어 달라”

10년째 농약빈병을 수거하고 있는 한국농촌지도자함양군연합회 회원들.

 

영농폐비닐, 농약빈병, 불용농약 같은 영농폐기물이 사태가 농촌환경을 악화하고 있지만 개선책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농사를 짓기를 위해서는 농자재를 사용할 수 밖에 없고, 상당수 농업인이 이같은 환경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 또 일부 지역에서는 농업인단체를 중심으로 수거에 나서고 있지만 개개인은 처리에 인식이 부족해 땅에 묻거나 소각도 하고 있는 실정이다.

 

■ 매년 수거되는 농약빈병만 수천만개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간 비닐하우스용·멀칭용 등 영농폐비닐수거량은 평균 19만4,955톤이다. 일반적으로 영농폐비닐 수거율이 80% 내외이고, 민간 재활용업자가 자체 구입하는 영농폐비닐이 연간 6만~7만톤가량 되는 것을 감안해도 상당한 양이 사용되고, 논밭 등에 방치되는 셈이다.


이는 영농폐비닐에만 해당되는 사례는 아니다. 같은기간 농약빈병은 평균 5945만1000개가 발생했다. 그리고 ▲2014년 5595만3000 ▲2015년 5846만9000개 ▲2016년 5929만5000개 ▲2017년 6079만1000개 ▲2018년 6274만6000개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특히 방치된 농약빈병은 농촌환경 훼손은 물론 추가 폐해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농가들이 방치된 농약빈병을 불법 매립·소각해 토양오염은 물론 산불 발생의 원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여기에 담겨져 있는 잔여농약은 사고로 인한 사망은 물론 농업인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이에 일부 지자체에서는 농약빈병 수거 대책을 내놓고 있고,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에서는 지난해 농촌환경위원회를 구성하고 농촌환경계몽에 나서고 있다.

 

■ 농약빈병 수거보상금 있고, 불용농약은 없어


지난해부터 농약허용물질 목록관리제도(PLS)가 모든 농산물에 적용돼 농업인들은 지정된 사용방법과 사용량을 지켜야한다. 하지만 농약의 특성상 내성이 생길 수 있어 한 계통만 오래쓸 수 없다. 그래서 사용 후 남은 농약과 농약병 처리에 더 신경을 써야한다.


이에 일부 지자체는 자체 재원으로 농약빈병 수거보상비를 지원하고 있다. 농가 등이 농약빈병 공동수거함 등에 넣어두면 민간 수거사업자가 이를 수거해 한국환경공단 수거사업소로 운반한다. 환경관리공단 기준에 따르면 이때 농가에 지급하는 수거보상금은 농약빈병 100원/개, 농약봉지류 80원/개, 농약유리병 3개/kg 300원/kg 농약플라스틱병 16개/kg 1,600원/kg, 농약봉지류 46개/kg 3,680원/kg 등이다.


하지만 불용농약 수거는 아직 미흡하다.
김석곤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농촌환경위원장은 “함양군농촌지도자회에서는 10년전부터 농약빈병을 수거해 판 돈을 연합회에서 유용하게 쓰고 있다”면서 “하지만 아직 농약빈병에 담겨있는 폐농약은 처리에 대한 기준이나 보상이 없어 농촌환경과 우리 농업인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 불용농약 처리 위한 개인.지자체 노력 필요


김석곤 위원장을 비롯한 농촌지도자회원들은 무엇보다 불용농약에 대한 안전한 처리방법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불용농약은 호흡기질환은 농촌자살의 한 도구로도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매년 11월에서 1월 사이에 개봉이 안 된 농약은 관련기관에 협의해 반품 계도 과정을 거치고 있는데 농약사를 통해 반품하면 회사가 수거를 해 간다. 또 대부분 현물 보상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개봉이 안된 농약도 회사에서는 폐기처리를 해야하기 때문에 비용이나 수거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편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몇몇 지자체에서 불용농약 처리에 대한 조례를 만드는 등 수거방법을 추진중이라는 것이다. 충북 제천시의회는 이영순 의원이 대표 발의 ‘제천시 불용농약 등의 수집·처리에 관한 조례안’을 입법예고 하고 일정자격을 가진 업체가 수거를 대행, 필요한 예산도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경기도 양평군도 지난 9월에 불용농약등의 수집.처리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고 농업협동조합과의 협력체계구축의 기반을 마련했다.

 

■ 공동수거함 확대, 고령화도 걸림돌


농약빈병이나 남은 불용농약을 마을 내 공동집하장으로 옮기는 일도 쉽지 않다. 심각한 고령화를 겪고 있는 농촌지역의 특성상 70~80대 농업인들의 안전성에 대한 인식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은 농약빈병이나 남은 불용농약을 번거롭게 수거하기보다는 매립하거나 소각하는 일을 선호하고 편이다.


실제로 원주시, 여수시, 제주시, 양평군, 태안군 등 전국적으로 폐농약 수거함을 설치하는 지자체가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 성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함양군의 한 농업인은 “농약빈병은 수거비도 있고, 그나마 수거할 공간이 있지만 잔여농약은 왜 안가져 가는지 모르겠다”면서 “아직도 농가의 창고에는 10년, 20년 전에 쓰고 남은 농약이 구석에 박혀있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농업인들이 잔여농약을 버릴 줄 몰라서 수거함 설치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많이 사람들이 알아야 하고, 예산 같은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폐농약은 지난해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에 따라 폐의약품, 수은이 함유된 폐기물 등과 함께 환경부장관이 고시하는 ‘생활계 유해폐기물’로 지정돼 있다.

 

■ “부처별 입장 떠나 농촌 살린다는 인식 가져야”


농촌현장에서 농약빈병과 불용농약 처리는 오래전부터 문제가 돼 왔다. 최근 농가들은 농업인단체를 통해 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농약 제조업체, 수거업체와 기관, 정부부처는 서로 공병의 처리를 미루고 있다는 것이다. 생활계 유해폐기물은 별도의 분리 수거함을 마련해 배출해야 하는데, 여기에 소요되는 설치 비용 및 수집·운반·처리 비용을 각 지자체에서 부담해야 한다.


각각의 입장을 들어보면 우선 환경부는 해양폐기물은 해수부가 수거하고 이후 지자체가 관리하는 것처럼 농약은 농식품부가 수거해야한다는 분위기이다. 또 농식품부는 폐기물 관리법 개정으로 생활계 폐기물은 지자체장이 평가하도록 되어 있는 만큼 지자체기 처리체계를 마련하도록 환경부가 예산확보를 비롯한 노력을 해달라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법으로 책임을 나누면 끝이 없는 만큼 삶의 질 특별법이나 농업인안전재해법 같은 다양한 제도를 이용해 개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석곤 위원장은 “농촌현장에서는 농업인들이 잔여농약을 버릴 공간이 없고, 법령을 떠나 농업인들 스스로 해결을 하려고 노력하지만 실제로 인지하는 곳은 많이 없다”면서 “공무원들도 서로 미루기만 하니 현장에서는 정말로 갑갑하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농업인들은 크게 바라는 것도 없고 농약빈병과 폐농약을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는 공간만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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