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작업 사고·근곡결계 위협 방지…농업인 만족도 높아

가천동 생활개선회는 사업참여를 통해 농작업 의자를 보급받아 작업자세 개선을 통해 질환을 예방할 수 있게 됐다.

 

“여성농업인들도 농작업 안전사고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지만 여성농업인들을 위한 대책은 전무했습니다. 아마도 농촌진흥청의 ‘작목별 맞춤형 안전관리 실천사업’ 마저 없었다면 이땅에 여성농업인들은 각종 농작업 안전사고로 인한 고통에서 벗어날 수 없었을 것입니다.”


대구광역시 수성구 가천동 생활개선회 배향란 회장은 회원 16명과 함께 지난해 농촌진흥청의 ‘작목별 맞춤형 안전관리 실천사업’을 참여했다. 가천동은 포도가 가 주산지로, 여성농업인들의 영농 참여시간이 수십년째 지속되면서 각종 근골격계 질환뿐만 아니라 농작업 안전사고 위험에 노출돼 왔다.


더 이상 여성농업인들이 다치지 않고 안심하고 농사지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를 고심하던 배 회장은 회원들을 설득해 이 사업 참여를 결정했다. 전문교수의 진단 결과 가천동 생활개선회 회원들은 부자연스러운 작업 자세로 반복되는 전정작업·알솎이 작업, 농약 보호장비 없는 농약살포 등으로 인한 근골격계 질환 등의 위험요소가 당장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가천동 생활개선회는 사업 참여를 통해 전동전정가위를 보급 받아 근골격계 질환을 방지할 수 있게 됐다. 또 농약방제복, 보호장비, 농약안전사용 교육을 통해 농약노출 위험에서 벗어났다. 아울러 농작업 의자를 보급해 작업자세 개선을 통해 질환예방은 물론 작업효율을 높일 수 있게 됐다.

가천동 생활개선회 회원들이 단체 촬영과 함게 ‘작목별 맞춤형 안전관리 실천사업’은 최고의 지원사업으로, 사업이 확대돼 모든 농업인들이 수혜를 누리길 희망했다.

 

배향란 회장은 “사실 여성농업인들이 주축이 돼 정부 사업에 참여한다는게 녹록치는 않았지만 대구농업기술센터, 농촌진흥청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가능할 수 있게 됐다”면서 “사업 참여를 통해 회원들은 각종 농작업 안전사고뿐만 아니라 근골격계 질환도 벗어날 수 있게 돼 만족도가 매우 높다”고 말했다.

농촌진흥청이 지난 2015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작목별 맞춤형 안전관리 실천사업(이하 안전관리사업)’이 농업인들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사업신청이 줄을 이을 정도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작목별 맞춤형 안전관리 실천 사업은 작목별 작업단계를 고려한 농작업 위험요소 분석 및 개선으로 농작업 재해 예방 및 농업인 안전관리 실천 향상시키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이 사업은 참여 농업인들이나 작목반의 만족도가 매우 높아 지난 2015년 60개소 작목반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시작한 이래 2016~2018년까지 85개소 확대됐지만 지난해 80개소, 올해는 76개소로 사업규모가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개소당 국비, 지방비 포함 5천만원이 지원된다.


이 사업은 농작업 개선이 필요한 작목단체(작목반 등)는 누구나 신청이 가능하다. 사업 대상자로 선정되면 작목별 위험요소 분석.개선, 기계적.물질적 안전조치, 작목 작업단계별(정식, 수확, 병해충방제, 운반 등) 위험요소 분석(불안전한 작업자세, 무거운 수확물 운반, 농약중독, 농기계 운전 및 하우스내 미생물, 고온 등), 위험한 장비와 물질, 적업 등을 다른 형태로 변형해 위험을 감소시킬 수 있는 안전장비(레일운반구, 운반차, 컨베이어 등) 활용 등 안전조치 등이 지원된다. 


사업에 참여한 작목반은 농업인의 자율적인 안전관리 실천 및 사고예방능력이 향상됐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농작업 안전관리 수준이 49.4%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안전사각지대‘에 놓인 농업인의 재해 발생을 감소시켜 경제적.사회적 손실을 절감해 안정적인 농가경영 유지 및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긍정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이 사업에 참여한 경남 창녕군 따오기단감 작목반(작목반장 장재부)은 연간 8~10회 살포하는 농약으로 인한 위험뿐만 아니라 단감나무 대부분이 비탈진 경사로에 식재돼 있어 전정작업, 예초작업, 방제작업, 수확 및 운반 등 각종 농작업 부상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었다. 더욱이 작목반원의 농작업 안전의식이 매우 취약해 크고 작은 농작업 안전사고에 시달려 왔다.

장재부 작목반장은 사업 참여를 통해 리프트(전동운반기)를 지원받아 전정작업 등 농작업 안전성을 갖추게 됐다.

 

장재부 작목반장은 작목반원 15명과 함께 농작업 안전사고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던 순간에 이 사업을 접하고 지난해 ‘작목별 맞춤형 안전관리 실천사업’을 신청했다.


따오기작목반은 이 사업을 통해 농약방제복, 보호장구 보급, 농약안전 사용 및 보호구 활용 교육을 통해 농약노출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또 전정작업시 과수원내 경사진 곳에서 A자 사다리를 사용함으로써 추락 위험이 노출됐으나 사다리 대신 리프트(전동운반기)가 보급되면서 추락위험을 경감시켰다. 


이와 함께 보행예초기가 보급돼 근육장해, 관절장해 등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고 전동운반기를 사용해 허리, 손목, 무릎에 발생하는 과도한 힘을 경감할 수 있었다.


장재기 작목반장은 “이 사업을 통해 농업인들이 농작업 안전사고에 심각하게 노출돼 있었음을 작목반원 모두가 느낄 수 있었다”면서 “이 사업은 작목반원 전원이 농작업 안전관리 기록부를스스로 작성할 정도로 안전의식을 확산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 사업에 참가한 농업인들이나 작목반의 공통된 주장은 ‘사업 확대’이다. 농작업 안전사고에 노출돼 있는 200만 농업인들이 이 사업의 수혜를 누릴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확대가 절실하다는 주장이다.


이 사업은 경제적, 사회적 손실 절감으로 기회비용이 증가하는 것은 물론 단체(마을, 작목반) 중심의 사업추진으로 지역 공동체 활성화, 재해 발생 감소로 지역 활력 증진 등 공공의 이익을 창출하는 기여도가 매우 높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작목별 맞춤형 안전관리 실천 사업은 농업인들의 높은 만족도에 불구하고 지난 2018년부터 사업이 축소되고 있는 실정이다. 2018년 85개소로 정점을 찍은 후 2019년 80개소로 5개소 감소한데 이어 올해는 76개소로 더 줄었다.


선진국에서는 농업인들의 농작업 안전사고를 심각한 현상으로 인정하고 국가 차원에서 대안· 대책을 적극적으로 마련하고 있다. 무엇보다 치료보다는 예방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판단하고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농촌진흥청 김경호 지도사는 “농작업 재해 발생은 농가경영 부담, 일상생활 어려움 등 삶의 질 저하뿐만 아니라 치료비로 인한 가계 압박, 가족에 농업활동 과중 부담 초래 등 각종 부작용이 속출하게 된다”면서 “농업은 일반산업분야에 비해 농업인 재해예방 관리체계 및 안전관리 인력, 투입예산이 부족해 재해율이 1.5배 이상 높기 때문에 농업인력 및 예방사업 확대, 인프라 보강 등 사회적·경제적 손실 절감을 위한 지속적인 사업 확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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