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중부작물부 노태환 재배환경과장

 

최근 농사지을 땅을 놀리는 곳이 많아지고 있다. 이유는 다양하지만 크게 두 가지 원인으로 들 수 있다. 첫 번째는 쌀의 수급안정 정책의 일환으로 휴경하는 논의 경우다. 두 번째로는 농가 인력의 고령화와 인력 감소로 기계화가 어려운 농경지가 잘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경우다. 휴경하는 농지면적은 매년 증가 추세에 있으며 2018년에는 논이 14천ha, 밭은 46.9천ha로 우리나라 농지면적의 3.8%에 이른다.


그러나 농지를 아무런 처리 없이 방치하게 되면 1~2년에는 1년생 또는 다년생 잡초가 무성해지고, 3년 이상이 되면 버드나무 등과 같은 나무들이 자라면서 농경지 황폐화가 가속된다. 황폐화된 휴경지는 향후에 농사를 짓기 어려운 상태로 변하여 식량이 부족할 때 농사지을 땅으로 빠르게 전환하기가 어려워진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은 풋거름작물을 휴경농지에 심는 것이다. 특히 헤어리베치는 9월에 파종하면 겨울을 지나 이른 봄부터 농지에서 자라게 된다. 6월 말부터는 고사돼 농경지 바닥을 덮는데 마치 피복을 해놓은 것처럼 보인다.


농촌진흥청의 연구 결과, 풋거름작물은 휴경하는 농지에 문제가 되는 잡초를 80~85%까지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휴경지에 풋거름작물 헤어리베치를 3년 재배 하면 토양 유기물 함량이 0.2% 증가 하고, 토양 공극량이 0.4% 증가하여 토양이화학성이 개선되어 지력이 증진된다.


또한 헤어리베치는 콩과식물로서 땅속의 뿌리에서 근류균과 공생하면서 공기 중에 있는 질소를 고정해 농경지를 비옥한 상태로 유지하게 하고  5월 초순에서 6월 중순까지 1개월 동안 개화하여 경관조성 및 밀원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잡초 발생 억제부터 비옥한 토양 변신까지 휴경지에 풋거름작물을 재배하는 것만으로도 다양한 이점을 준다.


풋거름작물은 콩과, 볏과, 경관작물로 나뉘며, 각자가 지닌 장점에 따라 용도를 달리하여 이용해야 한다. 질소비료 대체효과가 뛰어난 콩과작물에는 헤어리베치, 자운영, 크림손 클로버, 네마장황, 살갈퀴 등이 있으며, 양분의 흡수력과 보수력이 뛰어나 토양 개량에 탁월한 볏과작물에는 호밀, 보리, 트리티케일, 수단그라스, 옥수수 등이 있다. 아름다운 꽃을 즐길 수 있는 경관 겸용 풋거름작물은 메밀, 유채, 파셀리아, 코스모스, 해바라기 등이 있다.


풋거름작물은 기본적으로 천연 비료로써 높은 가치를 가지고 있으며, 이외에도 농업생태계 보호와 생물다양성 증진, 도시민에게 아름다움과 여유를 제공하는 농촌 경관 조성에도 큰 몫을 한다.


뿐만 아니라 토양 유실 예방과 염류 제거, 수자원 보호, 미세먼지 제거 등 농업 환경뿐만 아니라 지속가능한 토양 보전 및 깨끗한 환경을 위한 녹색 수비대로써의 역할도 크다. 부수적으로 친환경 농산물 인증, 밀원식물로 이용 등 농가소득 향상에도 기여하니 풋거름작물의 매력은 마르지 않는 옹달샘처럼 넉넉하다. 샘물도 새로운 물을 길어야 시원한 물이 차오르는 것처럼 땅도 놀리지 않고 가꿔야 비옥해진다. 


농사의 기본은 땅이다. 모든 작물은 땅에서 자라기 때문이다. 경작하지 않고 잡초가 무성한 휴경지 대신 매력만점 풋거름작물을 심어보는 것은 어떨까? 부지런히 땅을 돌보다 보면 귀한 선물이 찾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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