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2019년 축산업 결산

 

경기 북부, 강원 접경지는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멧돼지와 사투
엎친 데 덮친 격, ASF에 소비 부진까지, 돼지고기 되레 가격하락
한우농가 “송아지생산안정제 개편, 비육우 경영안정제 도입” 종주먹
말도 탈도 많았던 무허가축사 적법화 기한 만료…완료는 언제쯤
살충제 달걀 파동으로 궁지 몰려, 산란일자 난각표시 ‘겨자 먹기’
닭고기자조금은 답보상태, 닭고기이력제 시행 앞두고 시름 깊어
오리는 조류인플루엔자 주범으로 몰리며 산업 전반의 불황 지속

 

 

2019년 대한민국 축산업은 그 어느 때보다 부침이 심했다. 환경 민원과 가축 질병 등 축산업을 둘러싼 대내외 여건은 녹록잖았고, 축종 전체적으로 가격하락의 쓴맛을 봐야만 했다. 불황의 늪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축산업은 위축과 위기의 연속이었다. 일부 불법의 그림자가 전체를 뒤덮어버리는 형국이랄까, 살충제 달걀 파동이나 가축분뇨 악취와 환경오염 문제가 축산업의 민낯인 양 여론이 매서웠다.

주변국의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생에 따라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밤낮으로 철통 방역에 임했지만 결국 경기 북부지역에서 발병하고 말았다. ASF의 감염경로를 특정할 수 없는 상황에서 축산농가를 비롯해 농축산업계는 야생멧돼지를 유력한 감염원으로 꼽고 방역당국에 멧돼지 퇴치와 차단을 요구했으나 환경부는 ‘동물보호’를 이유로 차일피일 미루며 사태를 키우고 말았다.

세밑에도 지자체와 군대, 민관이 함께 야생멧돼지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까닭이다. 그럼에도 축산농들은 희망을 들이고 키우는 일을 멈출 수 없다. 다사다난했던 2019년을 되짚어 새해에는 흐뭇한 희망을 만들어갈 수 있길 기대해본다.

 

아프리카돼지열병 9월 16일 파주서 첫 발생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은 아직 치료제 백신이 개발되지 않은 치사율 100%의 바이러스성 출혈성 돼지 전염병이다. 특히 전염성이 높고 급성형에 감염되면 손을 쓸 수가 없기 때문에 양돈농가에 막대한 피해를 일으키고, 자칫 한 나라의 양돈산업이 존폐위기에까지 몰릴 수 있는 1종 가축전염병의 하나다.


ASF는 감염된 돼지와 돼지 생산물 또는 축산가공품의 이동, 오염된 남은 음식물 찌꺼기의 돼지 급여, 야생멧돼지 접촉 등을 통해 발생하고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잠복기는 3일에서 최장 21일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9월 16일 경기도 파주의 한 사육농장에서 ASF가 처음 발생했다. 우리나라 발생 전에는 벨기에, 폴란드, 체코, 헝가리, 이탈리아 등 유럽국가들과 러시아를 포함해 우크라이나, 루마니아 등 동유럽 국가, 우간다, 케냐, 콩고 등 아프리카 수십 국가, 러시아, 몽골, 중국, 캄보디아, 베트남 등 적잖은 아시아 국가에서 발병했다. 특히 직접 국경이 접한 북한에서 ASF 발생이 공식 보고됨에 따라 우리는 바싹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국경검역을 강화하고 이동제한 조치와 예방적 살처분 강행과 함께 남은 음식물 먹이기를 금지하는 등 ASF 차단 방역에 총력을 기울였음에도 결국 9월 중순 국내에도 ASF가 발생하면서 양돈농가들을 공포에 떨게 했다. 이후 연천, 김포, 강화 양돈농장까지 모두 14곳에서 ASF가 발생했다.


문제는 강력한 방역대책 수단으로서 예방적 살처분이 시행되면서 일부 농가는 폐업 수순을 밟아야 하는 불운에 처하기도 했다는 점, 국내 발병 전부터 축산농가들이 야생멧돼지 개체수 감축 등 방역활동을 관계 당국에 요청했음에도 정부는 이를 무시하고 사태를 키웠다는 점, 가축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이동제한과 수급조절 실패로 인한 돼지고기 가격의 일시적 폭락사태 등이 심각성을 더했다.


뒤늦게 멧돼지 포획과 퇴치, 차단에 온 힘을 쏟으면서 사육농장의 ASF 발생은 멈췄다. 사육돼지의 ASF 발병은 10월 9일 연천군 신서면 농장의 제14차 발생을 끝으로 두 달 보름 남짓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 반면 비무장지대와 민통선 내 야생멧돼지 폐사체에서 ASF 바이러스 검출은 끊이지 않고 있다. 12월 19일 현재까지 멧돼지의 ASF 검출은 전국적으로 47건이며, 대부분 파주, 연천, 철원 등 남방한계선 이북지역에 집중됐다.

 

무허가축사 적법화 이행기한 연장, 종료까지


무허가, 미신고 축사에 대한 행정제재 논의가 발단이 됐다. 감사원은 2011년 7월 환경부 수질오염 감사결과를 토대로 무허가, 미신고 가축분뇨 배출시설에 대한 행정처분을 요구했다. 무허가 시설에 대한 제재 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아 불법으로 운영되고, 이들이 수질오염의 원인이 되고 있으니 시설에 대한 사용중지 및 폐쇄 등의 행정처분 규정을 마련하라는 요구였다. 축산단체의 반발은 당연했다.


가축분뇨법이 개정된 것은 2014년 3월이었다. 개정 전인 2013년 2월 농식품부, 환경부, 국토부가 합동으로 무허가축사 개선대책을 발표해 시행에 들어갔다. 육계, 오리농장에 대한 분뇨처리시설 설치의무 면제, 운동장 적용 축종 확대 등이 추진되다가 법 개정으로 무허가, 미신고 배출시설의 사용중지, 폐쇄명령 등 행정처분이 신설됐다. 당초 개정법령은 2015년 3월 25일 시행을 예정하고 행정처분 유예기간 3년을 뒀다.


축산단체는 행정처분 유예기간 종료일인 2018년 3월 24일이 다가옴에 따라 3년 추가 연장, 특별법 마련 등을 요구했고, 정부는 요구 전부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결국 유예기간은 1년이 추가됐다.


다시 2018년 3월 국회와 관계부처는 축산단체와 이해관계자 협의를 통해 가축분뇨법 부칙을 개정해 2019년 9월 27일까지 적법화 이행을 완료키로 했다. 아울러 관계부처 합동으로 이행기간 운영지침을 마련해 완료기한 이후에도 농가의 적법화 노력 여부를 평가해 실제 필요한 추가 이행기간(플러스알파 기간)을 부여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올해 9월 27일까지 적법화 관리대상농가 3만1천789호 중 완료를 포함 약 89% 농가가 적법화를 추진했으며, 나머지 농가 중 7∼8% 농가는 추가 이행기간을 부여받아 실제 완료할 때까지 지방자치단체 등의 지원을 받기로 했다.


무허가축사 적법화는 환경 민원이 발단이 됐으며, 법령 개정과 정부합동 사업 추진을 통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듯 보인다. 그러나 가축분뇨의 처리와 자원화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축산농가를 환경오염의 원흉으로 호도함으로써 사회적 갈등을 유발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아울러 까다로운 규제로 인해 축산업에 새로 진입하기가 어렵고, 결과적으로 축산업의 축소를 야기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살충제 계란 파동, 산란계 산업 전체 요동

 

지난 2017년 유럽발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불통이 튄 국내 계란산업은 계란 안전성을 의심한 소비자들이 구매를 꺼려하면서 심각한 위기에 내몰렸다. 정부도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달래기 위해 다양한 제도를 도입, 추진했다. 그러나 지나치게 소비자 중심의 대책을 남발해 사육농가, 유통인들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정부가 계란 안전성을 빌미로 추진한 제도는 ‘산란일자 난각표시’, ‘식용란선별포장업’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난각에 ‘산란일자’를 표기하는 국가는 전세계를 통틀어 최초이다. 이 제도의 시행으로 인한 부작용과 불합리성을 우려한 대한양계협회는 지난 2018년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두 제도의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며 식품의약품안전처 앞에서 70일간 천막농성을 벌였다.


양계협회는 계란산업의 발전은 뒷전이고 소비자 안전만 앞세운 대책은 수용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그동안 농가나 유통인들은 달걀이 소비자에게 최상의 품질로 전달되기 위해서는 전체 유통과정에서 콜드체인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가장 시급하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달라고 요구해 왔지만 여전히 외면하고 있다. 업계는 제아무리 달걀 품질이 우수하고 신선하더라도 유통과정에서 오염되거나 품질이 저하될 수 있는 위험성을 바로잡지 않고서는 달걀 안전성 논란은 또다시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도 이같은 우려를 의식한 탓인지 당초 지난 2월 23일부터 계란에 산란일자를 표기토록 의무화를 추진하다가 6개월간 계도기간을 거친 후 이 과정에서 발생된 문제를 충분히 해소하고 본 사업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여기다 정부는 계란 안정성을 핑계로 계란이력제도를 추가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업계는 이미 산란일자, 선별포장업 등 다양한 안전성 대책으로도 충분히 소비자들에게 알권리와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는데도 이력제를 추가하는 것은 어떤 누구도 수혜를 누릴 수 없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내고 있다.


계란산업이 혼란에 빠지면서 위기 의식을 느낀 생산자들은 규모화된 농장을 중심으로 ‘산란계를 사랑하는 모임’을 결성하고 계란산업의 새로운 주체가 되겠다고 나선 상황이고 대형마트 등에 납품하는 대군업자들은 별도의 모임을 갖고 (사)식용란선별포장업협회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또 (사)한국계란유통협회도 식용란선별포장업위원회 발대식을 가졌다.


그러나 업계의 시선은 곱지 않다. 계란산업 전체를 아우르겠다는 주체는 온데간데 없고 각자도생(各自圖生) 하겠다는 움직임만 분주하기 때문이다. 산란계는 본인들만 살겠다는 이기주의 행보가 거센 한해 였던 것은 분명하다.

 

닭고기산업 목 죄는 낡은 제도에 깊은 한숨

 

올 한해 닭고기산업은 풍전등화(風前燈火) 위기에 내몰렸다. 소비는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고 있는 반면 물량은 넘쳐나는 수급 불균형으로 인해 업계가 깊은 수렁에 허덕였다. 더욱 심각했던 것은 닭고기산업을 전반에 걸쳐 제도적 미비로 인해 더 큰 피해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수급조절을 불가능하게 한 구시대적 제도는 닭고기산업의 불황을 지속시키는 원흉이 됐다. 수급불균형으로 인한 피해는 계열화사업주체도 해당되지만 더 큰 피해는 결국 농가들과 소비자들의 몫이 된다. 최근 3년간 닭고기산업은 공정거래위원회의 담합행위 등을 이유로 강도 높은 조사를 받고 있는 터라 최악의 불황이 장기화되고 있는 현실에서도 이렇다 할 대책 협의조차 못하는 실정이다.


이와 함께 계분처리가 제때 되지 않아 농가들이 애를 태우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불과 수년전만 해도 계분은 퇴비 가치가 높아 웃돈을 받고 판매됐지만 최근 들어서는 웃돈을 줘도 처리가 힘든 현상으로 역전됐다. 이같은 현상은 지난 2014년 개정된 유기질비료사업 지침인 원료의 50% 범위내 음식물을 사용가능토록 해 국가보조금이 계분보다 더 높은 음식물처리를 선호하는 방향으로 유턴했기 때문이다. 육계협회 차원에서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지만 녹록치 않은 실정이다.


특히 닭고기산업의 백년대계를 이끌 것으로 기대가 컸던 닭고기자조금이 맥을 추지 못하고 답보 상태에 놓인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닭고기자조금을 공동으로 추진하는 단체간 이견으로 사업계획조차 수립하지 못하고 제역할이 없다보니 업계의 외면은 더욱 심각한 상황에 놓여 닭고기자조금 무용론까지 거세지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닭고기 이력제가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미 다양한 안전성 제도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판매되고 있는 닭고기에 ‘옥상 옥’처럼 이력제도를 추가하는 것은 오히려 깊은 불황에 놓인 닭고기산업의 더 큰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오리가 전염병 주범?…방역대책 재수립해야

 

오리산업은 조류인플루엔자 주범으로 몰리면서 산업전반에 깊은 불황이 지속되고 있다. 정부는 이렇다 할 대책은 내놓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사육을 제한하는 대책을 고수해 농가들과 마찰이 거셌던 한해였다.
참다못한 한국오리협회는 성명서를 내고 정부가 뚜렷한 사유없이 벌써 3년째 겨울철 사육제한 강행을 추진해 오리산업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고 반발했다.


정부는 지난 2017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대비해 시범적으로 겨울철 오리농가 사육제한을 실시한데 이어 올겨울까지 3년째 시행을 앞두고 있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전례가 없는 반강제적 사육제한이 우리나라에서는 정례화 되고 있는 셈이다. 겨울철마다 30%에 달하는 오리농가들이 반강제적으로 사육을 제한당하면서 오리고기 수급불균형이 매우 심각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오리협회는 정부의 이번 조치는 겨울철마다 오리 입식을 금지해 AI를 예방하겠다는 임시방편적 탁상행정의 표본이라고 비난했다. 단순히 사육제한을 강제했다면 이에 따른 피해보상이 마련돼야 하는데 이또한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정부가 농가나 산업 전체를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농림축산식품부는 가축전염병 예방법 개정을 통해 사육제한 명령과 일시이동중지명령 등 방역권한을 지방자치단체장에게도 부여했다. 가금업계가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개정은 강행 한 것이다. 이에 따라 AI 발생시 관내 질병유입 방지를 위해 지자체장이 무분별하게 발동할 여지가 크고 가금업계는 고스란히 피해를 감내해야 하는 실정이다.

 

저작권자 © 농업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