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을 돈이 있는 채권자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바로 실제로 돈을 돌려받을 수 있는지 여부다. 충분한 담보가 있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보통 충분한 담보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불량 채무자들 중 상당수는 채권자에게 재산을 강제집행 당하는 것을 피하고자 재산을 빼돌리곤 한다. 이와 같이 자신의 재산을 숨겨놓거나 빼돌린 불량 채무자를 상대하기 위한 방법 중 ‘집행보조절차’에 대해서는 이전 기사에서 말씀드린 바 있다. 이번에는 위와 같은 채무자를 상대하기 위한 형사적인 대응 중 하나인 ‘강제집행면탈죄’로 고소하는 방법에 대해서 알아보겠다.


강제집행면탈죄는 형법 제327조에 “강제집행을 면할 목적으로 재산을 은닉, 손괴, 허위양도 또는 허위의 채무를 부담하여 채권자를 해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갑은 을에게 1억원을 빌려주었는데, 을은 변제하기로 약속한 날이 지나도록 갑에게 빌려간 돈을 갚지 않았다.

하지만 갑은 을의 사정을 딱하게 여겨 빨리 갚을 것을 독촉하거나 을을 상대로 법적절차를 취할 준비를 하고 있지도 않았다. 그런데, 을은 이런 갑의 배려에도 불구하고 자기 명의로 되어 있는 유일한 부동산을 친척인 병에게 허위로 양도하였다. 이 경우 을은 강제집행면탈죄로 처벌받게 될까?


을은 처벌받지 않는다. 강제집행면탈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을이 “강제집행을 당할 구체적인 위험이 있는 상태”에 놓여 있어야만 한다. 그러면 어떤 경우가 이에 해당할지는 채권자나 채무자의 내심을 통해서 판단할 수는 없다. 그 기준에 대해 확립된 판례의 입장은 “채권자가 이행청구의 소를 제기하거나 보전을 위한 가압류,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거나 또는 위 소송을 제기할 태세를 보인 경우”를 “강제집행을 당할 구체적인 위험이 있는 상태”에 놓였다고 보고 있다.(대법원 1999. 2. 9. 선고 96도3141판결)


그런데, 위 사례에서 갑은 을을 배려하느라 소송을 제기할 태세를 보이지 않았고, 그 사이에 을은 재산을 허위 양도한 것이어서 강제집행면탈죄로 처벌받지 않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갑의 입장에서는 최소한 내용증명을 보내서라도 을에게 변제를 독촉하면서 조만간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는 의도를 표시해야 추후 을의 면탈행위를 처벌받게 할 수 있다.


위 사례와 같은 상황인데, 이번에는 갑이 을에게 독촉을 하면서 내용증명을 통해 조만간 소송을 제기할 것을 통지하였다. 그런데 을은 자기 명의로 되어 있는 유일한 부동산을 친척인 병에게 허위가 아니라 실제로 팔아버렸다. 이 경우에 을은 강제집행면탈죄로 처벌받게 될까?


이 역시 을은 처벌받지 않는다. 강제집행면탈죄는 “재산을 은닉, 손괴, 허위양도 또는 허위의 채무를 부담”해야 성립한다. 그런데, 을의 부동산 매각행위가 허위가 아닌 실제 양도인 이상, 설령 을이 강제집행을 면할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본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대법원 2007. 11. 30. 선고 2006도7329판결) 물론 이와 같은 을의 행위가 민사적으로야 사해행위취소의 대상이 될 수 있지만 형사적으로는 강제집행면탈죄로 처벌받지 않는다.


강제집행면탈죄가 성립하는지 여부는 위 허위양도인지 여부 외에도 어떤 경우를 “은닉이나 허위채무를 부담한 행위”로 볼 수 있는지, 면탈의 대상이 되는 “재산”의 범위는 어떤지, 공범이 성립하는 경우는 어떤지, 추후 채무를 변제한 경우에도 처벌이 되는지 등등 쟁점만 기재해도 빼곡할 정도로 복잡하고 민사법 지식이 요구된다.


따라서, 채무자가 재산을 빼돌린 것 같다면, 경험 많은 법률전문가와 상의해서 형사적인 대응방법(강제집행면탈죄 고소)은 물론 민사적인 대응방법(민사집행보조절차 및 사해행위취소소송 등)도 함께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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