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농정틀 전환을 위한 2019 타운홀미팅 보고대회’에 참석한 문재인대통령이 밝힌 새로운 농정비전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남겼다. 우선, 그동안 농업인과 농민단체로부터 농업을 홀대한다는 비판을 들어온 문 대통령이 직접 농업의 가치를 새롭게 인식하고 새로운 농업시대를 열겠다고 밝힌 것은 의미가 있다.

대통령 중심제 국가에서 관료 사회를 움직이는 가장 큰 힘은 대통령의 의지다. 이제 대통령이 국민 앞에서 공익형직불제를 비롯한 다섯가지 핵심 비전을 밝힌 만큼 앞으로 예산담당 부처 등 정부 관료들의 태도가 변할 것이라는 기대를 가져본다.

2022년까지 읍면 소재지에 생활SOC(사회간접자본)를 900곳 이상으로 늘려, 어디서나 30분 안에 보육·보건서비스에 접근하고, 60분 안에 문화·여가서비스를 누리고, 5분 안에 응급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3·6·5 생활권’을 구축하겠다는 것도 살기좋은 농촌을 만들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그동안 역할을 못한다는 비판을 들어온 대통령 직속 농특위에 힘을 실어준 것도 앞으로 농특위에 대한 기대를 높여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상당수 농업인과 농민단체들이 기대보다는 실망과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는 것을 청와대와 농특위, 농식품부는 분명히 알아야 한다. 전반적인 발표 내용이 역대 대통령들이 그랬던 것처럼 화려한 말잔치로 끝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임기가 이미 반환점을 지난 상황에서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수반되지 않은 농정비전이 과연 언제쯤 실행 가능한 것인지 짐작조차 어렵다.

농정비전은 관련 예산 확보를 통해 구체성을 가질 수 있다. 그런데 이미 내년도 예산안은 국회를 통과했다. 대통령이 제시한 농정비전에 포함된 상당수 사업들은 내년 8월에나 정부안으로 확정가능하고 년 말이 되어야 국회 통과가 가능하다. 경제부처의 견제를 뚫고 정부안으로 확정된다고 해도 임기 말을 앞둔 대통령의 농정비전 관련 사업들이 국회 문턱을 넘기도 쉽지않다. 

농정비전이 농업인들의 신뢰를 받기 위해서는 농특위와 농식품부가 지금부터 발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농업인과 농민단체, 시민사회 단체와의 긴밀한 협의 속에 구체적인 사업내역과 예산 확보 방안, 시행 시기가 포함된 단계별 추진계획 등을 하루라도 앞당겨 발표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저작권자 © 농업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