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 정체성 주장하더니 임기중에 정계 진출하다니… ”

‘회장직 발판’ 비난 쇄도…연말 사퇴시 두달이상 회장직 공석

‘농업에 대한 충정이 진심이라면 농업인의 생존권도 감당하기 어려운 농협을 더 이상 선거에 이용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최근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이 차기 총선에 출마하겠다는 정계진출 뜻을 분명히 밝히면서, 지역구로 예상되는 나주·화순, 또는 인근 ‘전남행’이 잦다는 지적이다. 거대 농협조직을 개인의 정치적 발판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비난이 커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김회장이 조만간 출마를 이유로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회장직을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공공연히 언급하고 있다.


농민을 위한 농협의 존재가치와, 정체성 확립이 중요하다고 강조해 온 김 회장이 대략 2개월이상 중앙회장직 공백을 자처하게 되는 셈이다. 책임을 회피하는 등의 이중성을 드러내고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김 회장은 지난 20일 자서전 형식의 책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전남 나주종합체육관에서 지역주민 등 5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사실상 ‘총선출마 출정식’임을 감추지 않았다. 이날 행사장에는 이개호 송영길 서삼석 손금주 국회의원, 강인규 나주시장, 구충곤 화순군수, 유근기 곡성군수, 정종순 장흥군수, 신정훈 더불어민주당 나주화순지역위원장, 원철희 농식품신유통연구원 이사장, 전 농협중앙회장·국회의원), 최인기 전 농림수산부장관·국회의원 등이 대거 참석, ‘출정식’ 세를 과시했다.


또 황주홍 국회 농해수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정세균 김진표 김부겸 김영춘 국회의원, 김영록 전남도지사, 송하진 전북도지사, 양승조 충남도지사 등의 축하 동영상이 이어졌다. 문희상 국회의장, 민주당 이해찬 대표, 최문순 강원도지사, 김경수 경남도지사 등의 축하전문도 확인됐다.


문제는 김 회장이 총선 출마 의지를 피력한 뒤 농협 수장으로서의 활동에 정치적 해석이 보태지면서, 농업계의 시선이 곱지 않다는 점이다. 먼저 김 회장의 고향이자 출마 예상 지역구인 전남 나주·화순의 더불어민주당 지역위원회에서 입장표명에 나섰다.


 지역위는 지난 13일 “농협이라는 공조직을 끌어들인 출마 행보는 농업농촌을 위한 정당한 자세가 아니다”며, 회장 사퇴후 후보 경쟁 대열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전남지역 방문이 잦다는 지적도 많다. 이달만 해도, 20일 출판기념회를 비롯해 26일 농협나주축산물공판장, 같은 지역 로컬푸드 생산자 전진대회, 호남권친환경농산물물류센터 등 바쁜 일정을 보냈다. 모두 관계자들 격려 차원 방문이다. 이보다 앞서 1일에는 전남대 초청특강에서는 총선을 위한 지역여론을 지켜보고 있다는 발언도 했다.


전남권 지역언론지·방송과의 인터뷰까지, 다각적인 이미지 굳히기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후보공천 시일을 목전에 두고, 21일에는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비밀회동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면서, 농협 회장직의 무게감을 그대로 이용하고 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지난 2016년 3월 14일 취임식을 치룬 김병원 회장의 공식임기는 내년 3월 11일까지이다.
총선 출마를 위해선 총선일(4월 15일) 90일 전인 1월 15일까지 회장직을 내려놔야 한다. 최대한 회장직을 유지한다고 하더라도, 2개월여 농협중앙회 수장직이 공석으로 남게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다. 농민단체 한 관계자는 “지난해 연임제를 골자로 한 농협법 개정이 불발되면서, 김회장이 정계로 눈을 돌리게 됐다”면서 “농업계 현안이 산너머 산인데, ‘농가소득 5천만원 달성’이 농협의 존재가치라고 주장했던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이 무책임하게 개인영달을 위해 돌아섰다.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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