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콩 재배에 액비 써 토양 살리고 소득도 쑥쑥

한국콩연구회 문윤만 부회장, 김제서 새 지평 열어가
액비로 화학비료 대체, 원가절감하고 토양엔 양분공급
콩 10a 700㎏ 목표…공식 583㎏ 달성, 승부수는 액비

 

글 싣는 순서   --------------------------------------------------------------

1. 가축분뇨 자원화, 어디쯤 왔나?
 - 논산계룡축산농협 자연순환농업센터
2. 경축 순환, 협력체계 중요하다
 - 횡성군, 작목반과 대한한돈협회 횡성지부
3 발효 액비, 화학비료 대체할 것
 - 김제 한국콩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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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축분뇨의 처리와 자원화는 축산업을 포함한 한국 농업의 미래와 직결된다. 지속 가능한 농축산업을 실현하는 일이다. 가축분뇨는 국가사회가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 ‘영역’에 있다. 따라서 가축분뇨 자원화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기간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척박하다. 축산과 경종의 협력, 자원순환 시스템은 ‘걸음마’ 단계에 있다. 이번 기획이 경축 순환농업 확산을 위한 디딤돌이 되길 바란다. 김제에서 액비를 이용한 논 콩 재배로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는 한국콩연구회 문윤만 부회장을 찾았다.

 

주경야독, 끊임없는 탐구와 실험정신

한국콩연구회 문윤만 부회장.

 

한국콩연구회 문윤만 부회장은 ‘콩 분야’에서 신예이자 샛별이라고 할 수 있다. 농사경력으로 치면 10년, 콩은 9년밖에 되지 않았으나 콩을 재배하는 전국 농업인과 담당 전문가들은 그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문 부회장은 30년 대기업 생활을 접고 고향에 돌아왔다. 너른 들판의 김제는 곡창지대다. 지평선축제로도 잘 알려진 김제, 나름대로 성공적인 삶을 갈무리하고 제2의 인생을 김제 농부로 산다는 것은 은퇴한 도시 동료들의 부러움을 사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그는 ‘농부’가 아닌 ‘농업인’이 되길 바랐다. 귀향 첫해, 부모님 농토에 벼농사를 지으며 콩을 고민했다. 높은 쌀 자급률이 한국 농업 최후의 자존감인 것은 사실이나 농업인 소득증대로는 벼농사의 한계가 뚜렷해 보였다. 고민은 짧고 굵었다. 그의 선택은 콩이었다.


“콩은 식단의 가장 기본이 되는 재료이고, 된장, 청국장 등 장류를 좋아하는 민족성을 고려하면 부가가치 형성에도 유리한 재료다. 생산성도 잘 짓느냐에 따라 세 배까지 차이가 나니 소득은 기술 수준에 따라 천양지차가 될 수 있다.”


문 부회장의 콩 예찬은 끝이 없을 것 같았다. 그는 벼농사 1년간 콩에 관한 이론공부와 함께 농촌진흥청 육종연구자를 비롯해 전국 각지 내로라하는 콩 전문가를 찾아다니며 만반의 준비를 했다. 이듬해 서리태 농사를 시작으로 점차 장류 콩으로 영역을 넓혔다. 그새 품종별, 재배 시기별 혹은 갖가지 조건별로 시험포를 자체적으로 운영했다. 현재 2만여 평에 장류 품종인 ‘대풍 2호’를, 5천 평에 서리태를 경작하고 1천여 평 시험포에는 일고여덟 품종이 있다.


품종 특성, 재배기술, 토양과 비료 등에 관한 끊임없는 탐구와 실험은 그를 전문가로 키웠다. 원체 화학이나 공학 등에 해박했던 문 부회장은 땅을 갈아 두둑(이랑) 만들고 파종까지 단박에 끝내는 일관작업기계마저 직접 개발해 쓰고 있다.


주경야독을 통한 이론과 실제 습득이나 데이터 축적으로 따지면 문 부회장의 9년 콩 농사는 다른 이의 30년 이상에 버금간다. 온라인 전국 콩 전문가 네트워크가 그렇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식량 작물을 비롯해 축산, 원예, 특작 등 44개 작물별로 기술위원회 형태로 ‘기술공감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문 부회장이 콩 분야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다.

한국콩연구회 문윤만 부회장은 자체적으로 콩 시험포를 운영하고 있다.

 

발효 액비 시험재배 3년, 강점 확신

돼지분뇨 액비를 콩 농사에 적용하는 시험재배도 주먹구구식이 아니다. 시험포에서는 구역별, 품종별로 무기질비료, 복합비료, 퇴비, 반숙 액비와 완숙 액비, 밑거름과 웃거름, 표층 시비와 엽면 시비 등과 함께 파종 시기와 기후 영향까지 다양한 대조시험이 이뤄지고 있다.

아울러 이에 대한 데이터를 꼼꼼히 기록하며 최상의 재배기술을 얻으려 노력하고 있다.


“내 목표는 10아르, 300평에서 700㎏의 콩을 생산하는 것이다. 현재 평균 수량이 187㎏이고 선진 농가의 경우 350㎏ 정도다. 나는 공인 583㎏을 달성해봤다. 미국에서는 생산량이 1083㎏까지 간다. 국내 석회질 토양에서 680㎏까지 나온 사실이 있어 목표를 700㎏으로 잡았다.”


문 부회장은 다수확 콩 재배기술 표준화를 통해 지금보다 두세 배 생산량이 늘면 농가소득도 그만큼 오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콩 1㎏에 2013년 2천800원까지 하락했으나 정부의 정책적 지원에 따라 수매가격이 점차 인상돼 최근 4천500원까지 올랐다. 국내 생산량이 늘어도 수요에는 문제가 없다.


올해 식용 콩 소비량 잠정치는 45만 톤. 지난해 국내 생산량은 8만9천400톤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그 중 저율관세 의무수입량(TRQ)이 16만8천 톤 정도이기 때문에 국내 생산량이 두 배로 늘어도 수요와 가격하락은 걱정할 일이 아니라는 게 문 부회장의 설명이다.


 “쌀 생산조정제도 등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통해 콩 수매나 수요가 당분간 안정적일 것이다. 가축분뇨 자원화와 관련한 지원정책도 구체화하고 있으니 지금이 좋은 기회다. 10아르 700㎏ 목표달성의 핵심이 액비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한국콩연구회와 문 부회장은 김제시 ‘논 콩 생산성 향상 재배기술 개발연구’로 액비 사용 효과와 웃거름 수용성 인산 사용 효과 검증에 나섰지만 안타깝게도 올해 ‘액비 시험포’는 유의미한 데이터를 얻지 못할 것 같다.

 

콩 시험포에 구역별로 반숙 또는 완숙 액비를 주는 모습.

 

액비를 준 시험포의 경우 액비를 처리하지 않은 곳에 견줘 발아 시기가 앞서는 등 초기 생육과 중간 생육까지는 매우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이후 잦은 태풍과 강우 등 이상기후로 인해 전체 콩 수확량이 현저히 줄었기 때문에 수확량 비교는 의미가 없게 된 것이다. 콩깍지, 콩 무게, 뿌리혹 개수 등은 보정치가 필요하지만 그나마 생육특성과 토양특성 등에서는 데이터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콩 파종기에 가뭄 피해 발생빈도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액비는 물도 주고 양분도 주는 ‘양액’ 같은 효과를 얻는다. 초기, 중기까지 생육결과가 좋았으나 이상기후 피해로 수량성을 객관화할 수는 없지만, 토양과 작물 모두 액비 효과가 큰 것으로 본다.”

 

액비를 시용한 경우 발아 시기가 빠르고 초기 생육이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 부회장은 다수확 콩 재배기술을 정립하기 위해 중요한 것으로 먼저 품종을 꼽았다. 습해에 강하고 태풍에 쓰러지지 않으며, 밀식 해도 꼬투리가 많이 달라붙고 잘 터지지 않는 특징이 다수확품종의 조건이란다. 아울러 토양의 양분관리를 강조했다. 석회를 활용해 알칼리성 또는 중성 정도로 관리하고 적정양분을 공급할 것을 당부했다.


액비는 품종, 토양에 이어 다수확과 소득향상을 완성하는 요건이다. 문 부회장은 화학비료와 유기질비료를 아예 쓰지 않으면 1헥타르당 50만 원 이상의 원가절감 효과가 있고, 후작으로 녹비 작물을 심어 지력을 향상하면 콩 수량도 늘어나기 때문에 일석이조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액비를 이용한 다수성 콩 재배기술 정립에 성공해 전국 농가에 기술을 전파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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