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31일. 농협중앙회장 선거일이다. 전국 1천118개 지역농협을 중심으로 농업계는 요즘 하마평이 무성하다. 4파전이란 얘기부터 이미 2강체제로 압축됐다는 성급한 진단까지 내용이 뜨겁다.


헌데 이보다 더욱 눈길을 끄는게 있다. 현 김병원 회장의 정계 진출 얘기다. 김 회장의 행보는 농협중앙회 회장 후보자 소문을 작게 만들고, 어떤 때는 덮는다. 김회장은 출신지역 나주의 실내체육관에서 지난 20일 대대적인 ‘출정식’을 올렸다.


‘농가소득 5천만원 달성’ ‘죽어도 농민’ 등 농협의 정체성을 어느때보다 강조했던 김회장의 활동은 경제적 약자인 농민들에게 주효했고, 역대 농협회장 중 상당한 호평의 인물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게 농협중앙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철학은 농협의 협동조합 정체성, 실천은 농가소득 향상. 난세에 이보다 명확한 등대는 없었다는 일부 ‘김병원 파’의 언급이 전혀 근거없거나 틀린 말은 아니다. 최근 협동조합 노벨상 ‘로치데일 공정개척자 대상’을 수상했다. 또 농가소득 4천200만원 돌파 등은 농협의 신경영론을 내세운 김 회장의 공적이 녹아있음을 많은 이들이 인정한다.


그런 인사가 올 초부터 총선을 겨냥한 발언을 우회적으로 쏟아내기 시작했다. 지난해 회장직 연임제를 내용으로 한 농협법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4년 단임으로 끝나는 자신에 대해 깊은 고민이 있었을 것이라는 게 주위의 분석이다. 회장직 이임과 총선의 시기가 묘하게 이어지는 시점임을 당연히 숙고했을 것이고, 이를 기회로 받아들이는 결론에 도달한 것으로 보여진다. 이후부터 김 회장은 총선 쪽에 포인트를 맞추고, 많은 행보를 맞춰갔을 것이란 짐작이다.


헌데, 김 회장의 모든 활동은 농협중앙회장직에서 비롯된다. 당연히 공적 움직임이다. 총선에 대한 의지는 사적이다. 나중에 국회의원이 된 뒤 보람된 행적을 쌓는 것은, 말그대로 나중 일이다. 그런 맥락에서 김회장이 최근 보이고 있는 행보, 즉 일부 전남지역 집중 방문, 거대 규모 출판기념회 개최, 국회 여당 대표와 밀담 등은 다분히 오해를 불러 일으킨다. 아니, 직권 오용에 가깝다. 여기에다 임기를 다하지 않는 중도 사퇴는 250만 농민과의 약속을 어기는 게 된다.

중앙회장직을 유지해도 문제고, 사퇴해도 문제다. 다시말해 현직을 유지하면서 정계진출 꿈을 꾼 자체가 잘못의 시작인 것이다. 상당한 책임 앞에 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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