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WTO쌀 관세화 협상 결과 발표... 일반 밥쌀 수입 허용

나라별 '쿼터제'도 부활... 농민단체, 쌀 정책 최대 '악수'비난

 

 

우리나라가 2015년 쌀 관세화를 선언할 당시부터 관세율이 높다고 이의를 제기하던 미국 중국 등 수출국들과, WTO 검증 협의가 마무리됐다고 최근 정부가 밝혔다. 따라서 향후 우리나라의 쌀 관세율은 기존 WTO에 제출한 쌀 관세화 이행계획서대로 513% 확정될 예정이다. 그러나 이들 나라들과 협의 이면에, 밥쌀용 쌀 수입을 막지 못한 점, 국별 쿼터를 부활시켜서 쌀 수출국들의 일정 물량을 상시적으로 수입해 국내 쌀수급에 걸림돌이 우려되는 점 등은 비난 대상이 되고 있다.


이재욱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은 지난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WTO 쌀 관세화 검증 결과에 관련해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차관은 쌀 관세화를 시행했던 2015년부터 진행해온 검증협의가 종료됐고, 이같은 정부 협정안이 이날 오전 국무회의를 통해 의결됐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쌀 관세화에 이의를 제기한 미국, 중국, 베트남, 태국, 호주 5개국과 검증 협의을 진행한 결과, 쌀 관세율을 우리나라가 주장한 대로 513% 확정했다고 전했다. 쌀 저율관세할당물량(TRQ) 총량, 국영무역 등 기존제도를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농업계의 관심대상이었던 소비자 시판용 수입쌀, 즉 밥쌀용쌀은 일부 수입키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 차관은 “이해관계국들의 지속적인 문제제기와 WTO 규범(내국민대우) 등을 고려할 때, 밥쌀의 일부 수입은 불가피하게 됐다”면서 “그러나 국내 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이번 검증합의 최대 주목할 점은, 쌀의 TRQ의 운영과 관련해 ‘국가별 쿼터제’를 도입했다는 것이다. 쌀 수출국들이 기존 곡종별(단립종, 중립종, 장립종) 입찰제로는 일정 수출물량을 담보하는 시장점유율 보장이 어렵다고 판단, ‘국별 쿼터제’에 검증 초점이 모아졌다는 설명이다. 국별 쿼터제는 정해진 TRQ 총량을, 나라별 최근 평균 수출물량을 근거로 배분하는 방식이다. 40만8천700톤의 TRQ 총량 배정 결과, 중국 15만7천195톤(38.5%), 미국 13만2천304톤(32.4%), 베트남 5만5천112톤(13.5%), 태국 2만8천494톤(7.0%), 호주 1만5천595톤(3.8%), 기타 글로벌쿼터 2만톤(4.9%)는 미얀마, 인도, 파키스탄 등이 참여하게 된다.


이 차관은 “결국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쌀 관세율 513%를 지켜냈다”면서 “밥쌀용 30% 의무도입규정과 TRQ 운영방식에 대한 규정을 삭제한 기존의 양허표를 지켰다는 점에서 이번 검증협상을 높게 평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농업계는 이와 정반대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513% 관세는 협상 대상이 아니라 WTO 규정에 근거한 관세율 계산식이기 때문에, 이해당사국들에게 설명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게 농민단체들의 주장이다. 농식품부의 ‘자화자찬’식 브리핑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이번 협상은 국별 쿼터를 다시 도입하고, 밥쌀용쌀 수입을 허용한 것 등 최소한의 권리도 지키지 못한 ‘농업포기 협상’이라고 혹평을 쏟아내고 있다.


전농은 20일 성명을 발표, “정부는 밥쌀수입 저지, 나라별 쿼터 삭제, 내국민대우 조항에 따른 사용처 제한 삭제 등 당연한 우리의 권리를 하나도 지키지 못했다”면서 “WTO 개도국 지위 포기로 변동직불제 예산 보조금을 반으로 자르고, 변동직불제 폐기의 직불제 개악안을 밀어 붙이고, 이제는 관세화 협상을 통해 쌀 농업을 지킬 최소한의 권리도 포기하는 정부에게 기대할 것은 없다”고 비난 수위를 높였다.


농민단체 한 관계자는 “국별 쿼터제 도입으로, 나라마다 시한을 정하지 않고 쌀 수출물량을 일정하게 배정했기 때문에 앞으로 쌀 수급조절에 난항이 예상된다”면서 “국민 1인당 쌀소비량이 60kg로 10년전보다 15kg나 줄고 해마다 쌀생산을 줄이는 정책을 만들고 있는 상황에서 ‘악수’를 둔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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