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선제 다룬 농협법개정안 폐기…20대 국회서 또 무산

조합장 1천118명중 13% 신임 얻으면, 213만 조합원 ‘대표’

농협중앙회장을 직선제로 뽑자는 농민들의 열망이 무산됐다. 국회 농해수위 법안심사소위는 지난 12, 13, 18, 19일 소위원회를 개최했으나, 농협회장 간선제를 직선제로 바꾸는 내용을 골자로 한 농업협동조합법 개정안은 쟁점법안으로 분류됐다가, 논쟁끝에 폐기시켰다. 20대 국회에서는 실현 불가능하게 된 것이다. 내년 1월31일로 예정된 농협중앙회장 선거는 전체 농축협조합장 1천118명중 293명을 추린 대의원조합장 간선제로 계속하게 됐다.


지난 19대에 이어 이번 국회에서도 7~8명의 농해수위 소속 의원들 명의로 농협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그러나 농식품부를 비롯한 농협중앙회 기득권의 반대에 부딪혀, 국회내에서도 쟁점법안으로 논쟁을 멈추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2009년 간선제로 바꿀 당시의 개정 취지대로, 회장의 비리가 줄어들거나 사라지고 선거과열 양상도 크게 개선됐기 때문에, 굳이 바꿀 이유가 없다는 게 반대론자들의 구실이다.


하지만, 농협중앙회장 선거제 문제는 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에서도 특별위원회로 ‘좋은농협위원회’를 꾸리고 개선작업에 나선 바 있다. 농협중앙회장을 직선제로 뽑는 문제를 농특위 본회의 주요의제로 상정하고 채택까지 했다. 또한 일선 농협 조합장을 비롯, 농민단체까지 협동조합 개혁작업 여론의 주된 주제였다.


지난 4일에는 농협조합장 정명회, 농민단체 중심의 좋은농협만들기국민운동본부, 농어업정책포럼 등이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기국회내 농협법 개정안 통과를 간곡히 촉구했었다. 이들은 “차기 회장 선거를 역산했을 경우, 12월 초까지 농협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게 되면 충분히 직선제로 선거를 치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나 무산됐다.


내년초 중앙회장 선거는 기존대로 ‘깜깜이 선거’ ‘체육관 선거’일 수밖에 없게 됐다는, 농업계의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말그대로 간선제 방식은 대의원 과반수인 147명만 넘으면, 1천118명의 조합장과, 213만 조합원의 지배구조 맨 위에 군림하게 되는 것이다. 정치권의 입김만 들어가도, 28개 계열기업과 12만 임직원을 통솔하는 능력을 부여받게 된다. 농민단체 한 관계자는 “대의원을 보유한 조합과 일반 조합이 혜택조항에서 나뉘고, 일선 조합원들까지 의견을 수렴하려는 시도조차 어려운 선거”라며 “어떤 후보가 회장으로 뽑히더라도, 관련법이 바뀌지 않는한 정부와, 정치권의 눈치만 살필 수밖에 없는 구조가 지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협동조합 전문가는 “일선 조합장 동시지방선거 때 ‘깜깜이 선거’라고 위탁선거법의 폐단을 누차 지적했었지만 개정되지 않은데다, 농협법도 마찬가지가 됐다”면서 “일선 조합장 후보가 토론회나 연설회를 못하고, 중앙회장 후보가 몇몇 대의원조합장을 통해 체육관에서 선출되는 현실에서 농업협동조합의 미래는 없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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