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쌀은 2000년대 들어 그 품질이 급격히 향상됐다. 일례로 시중 유통 브랜드 쌀의 완전미율이 2001년 약 57%에서 2007년 약 92%로 크게 향상된 것을 들 수 있다. 완전미율은 쌀의 외관을 살펴봤을 때 깨지지 않은 쌀과 깨진 쌀이라도 1.7㎜ 체로 쳐서  남는 것 중 정상적인 쌀의 3/4 이상의 형태를 가지고 있는 쌀의 비율을 말한다. 완전미율이 높아지면 밥이 부드럽고 찰기가 좋아져 밥맛을 좋게 하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국내 쌀 품질 고급화는 쌀 시장 개방 재협상을 앞두고 국산 쌀의 국제 경쟁력 향상을 위해 건조 및 저장 온도 설정과 같은 벼 수확 후 관리 기술 개발, 고품질 벼 품종 육성과 재배기술 개발 등의 연구들과 미곡종합처리장(Rice Processing Complex)의 보급 등 다각도로 추진한 현장 농산업분야의 노력이 이루어낸 결과다.


그러나 2007년 이후 우리나라 쌀 품질은 해마다 완전미율 등에서 다소 간의 등락을 보이고 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쌀 품질이 재배기간 중 벼 익는 기간의 날씨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벼 익는 기간의 온도가 너무 높거나 햇볕이 모자라는 등 날씨가 좋지 않을 경우 쌀 품질이 떨어져 완전미율이 감소하는 것이다.


국립기상과학원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구온난화 등으로 인해 지난 100여 년 동안 여름은 19일 길어졌고 겨울은 18일 짧아졌다. 최근 30년 기온도 20세기 초(1912~1941) 보다 1.4℃ 상승했고, 2010년대(2011∼2017)의 연평균 기온이 특히 높아, 벼 재배 기간의 온도 또한 과거 10년 대비 최근 10년간 0.4∼0.5℃ 높아지고 있다.


최근 이러한 급격한 기후변화로 벼 익는 기간의 날씨가 적합하지 않게 된다면 1차적으로 수량이 줄고, 2차적으로는 뿌연 색을 띄는 분상질미 등 불완전미가 늘어 외관 품질이 떨어지게 된다. 게다가 3차적으로 투명해 보이는 완전미도 내부의 품질이 변하게 된다.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에서는 고품질 쌀 생산을 위해 벼 익는 기간의 온도에 따른 쌀 품질 및 취반 특성 변화를 살펴봤다. 먼저 벼 알이 익는 기간에 온도가 높아지면 밥의 찰기에 관여하는 아밀로스 함량이 줄어들고 단백질 함량은 늘어나 밥의 끈적임 정도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높은 온도에서 익은 쌀의 아밀로펙틴 구조도 변화했는데 아밀로펙틴의 짧은 사슬 비율이 줄고 중간 길이의 사슬 비율이 늘었으며 전분립의 구조가 느슨하게 변했다. 이러한 아밀로펙틴의 변화는 밥을 지을 때 수분흡수율을 높이고, 더 높은 온도와 에너지를 필요로 하며, 결과적으로 밥을 먹었을 때 식감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밝혀졌다.


농촌진흥청에서는 우리가 먹는 밥의 품질을 더욱 더 향상시키기 위해 완전미와 불완전미 혼합에 따른 밥의 품질 차이, 벼 익는 기간의 기온변화에 따른 쌀 혹은 밥의 품질 변화 연구 등을 통해 보이지 않는 쌀 내부 구조가 우리 식탁에 매일 오르는 밥맛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연구해오고 있다.


최근 들어 프리미엄 밥에 대한 소비자 요구가 커지면서, 다양한 쌀 제품을 선택할 수 있는 매장이 늘어나고 있다. 밥도 커피처럼 품종, 조리도구, 도정일자 등을 선택해 원하는 맛을 고르는 시대가 성큼 다가온 것이다. 매일 먹는 밥이지만 내일 먹는 밥맛이 기대되는 하루, 밥을 먹는 즐거움을 고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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