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분뇨 자원화 ‘성지’ 논산계룡축협 자연순환농업센터

 

퇴비·액비, 바이오에너지 등 분뇨 자원화 ‘모델’
관내 잔여 음식물 전량, 가축분뇨 30% 자원화
벼·수단 등 논농사 선호, 요청 농가 계속 늘어

 


가축분뇨의 처리와 자원화는 축산업을 포함한 한국 농업의 미래와 직결된다. 냄새를 없애 달라는 민원을 비롯해 분뇨가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몰리기까지 한다. 이 ‘난제’를 풀지 못하면 우리 농축산업은 지속 가능성을 위협받고, 사회적 손실은 클 수밖에 없다. 가축분뇨는 물, 에너지, 식량은 물론 하수, 인분, 생활 쓰레기, 음식물 찌꺼기 등과 같이 국가사회가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 ‘영역’에 있다. 따라서 가축분뇨 자원화와 활용은 국가의 주요 전략사업이 될 만하다. 축산과 경종의 협력과 자원순환 시스템은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경축 순환체계가 농축산업의 보편적인 현상이 되기까지 맥을 짚어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글 싣는 순서----------------------------------------------------------------------------------------------------------

1. 가축분뇨 자원화, 어디쯤 왔나?
 - 논산계룡축산농협 자연순환농업센터
2. 경축 순환, 협력체계 중요하다
 - 횡성군, 작목반과 대한한돈협회 횡성지부
3 발효 액비, 화학비료 대체할 것
 - 김제 한국콩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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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거름·이삭거름 액비 대체…1㏊ 100만원 절감”
환경부 장관 등 연간 1천500명 자원화·환경 견학

“가축분뇨 자원화는 국가전략산업, 공익성 크다”
“지금껏 처리 급급, 자원화 비중 10%도 되잖아”

 

자연순환농업센터 전경

 

가축분뇨 하루 500톤 이상 처리

 

논산계룡축산농협 자연순환농업센터는 사업장이 3개소다. 논산 채운면에 농식품부 가축분뇨 공동자원화사업장과 환경부 가축분뇨 지역단위통합관리센터가 자리 잡았고, 광석면에도 공동자원화시설이 들어섰다. 모두 축협에서 운영한다.

시료채취

 

시설 규모와 처리능력 면에서 논산 자연순환농업센터는 독보적이다. 1990년대 액비화 시설을 처음 갖춘 뒤 2016년 10월 퇴비화 시설을 보강한 광석사업소가 부지 4만㎡에 달한다. 자연순환농업센터와 환경부 사업장이 나란히 들어선 채운사업소 부지도 2만7천㎡ 수준이다.


설계처리능력은 세 곳을 합하면 하루 650톤에 이른다. 농식품부 지원을 받은 공동자원화시설의 경우 채운이 퇴비화 90톤, 액비화 80톤이며 광석이 각각 70톤, 130톤이다. 발전시설까지 겸비한 환경부 지원 사업소는 가축분뇨와 음식물류 폐기물, 농림축산부산물 등을 포함해 하루 280톤 처리능력을 갖췄다.

 

기계식 발효시설

특히 가축분뇨와 가축분 등을 들여와 적잖은 퇴비와 액비를 제조하는 것은 물론 매일 바이오가스 9천㎥를 생산하고 1만4천Kw 전력을 판매하는 지역통합관리센터는 생활계 음식물 찌꺼기와 관내 소형식당에서 배출하는 폐기 음식물 30톤 전량을 자원화함으로써 농업계는 물론 일반 시민들의 박수갈채를 받고 있다.


실제 가축분뇨 하루 반입량은 500톤 남짓이다. 지난해에는 가축분뇨 9만2천여 톤을 자원화했다. 발효 액비 9만 톤을 관내 농경지 2천390㏊에 살포했으며 가축분 퇴비 1만4천여 톤, 70만 포를 생산해 65만7천 포를 판매했다.


권병양 자연순환농업센터장은 “양돈의 경우 우리 시설에서 500여 톤, 시 처리장에서 250톤, 연무 양돈단지에서 150톤 등 900톤을 처리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는 편이나 우분, 계분 등 가축분까지 치면 처리비중은 관내 가축분뇨 전체배출량의 30%에 불과하다”면서도 “다른 지역은 10%도 되지 않을 텐데 오죽하겠느냐”고 걱정했다.

 

냄새 제거 4단계 공정에 ‘청정’ 탄성

천변에 자리한 채운면 공동자원화시설과 통합관리센터로 대형 트럭이 자주 드나들었다. 음식물 폐기물과 가축분뇨를 퍼 나르려 관내 곳곳을 쉴 새 없이 누비는 차량이다. 분쇄기, 파쇄선별기 등 전처리시설과 소화시설, 자원화 시설, 발전기, 탈취설비도 쉼 없이 가동하고 있었다.

액비살포

 

놀라운 것은, 냄새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 가축분뇨가 쌓여있는 곳이라고 여겨지지 않을 정도였다. 지자체에서, 축산관련 단체에서, 환경부에서 찾아오고 전국 각지 시민들이 견학 차 오는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 처음 온 이들 대부분이 탄성을 지른다고 하는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권병양 센터장은 ‘4단계 악취관리’를 소개했다. 자랑할 만했다. 치밀하게 설비하고 운영하는 만큼 냄새 제거는 확실하게 이뤄지지만, 비용이 만만찮다고 덧붙였다. 가동을 멈추지 않고 에프엠(정석)대로 하다 보니 인건비, 전기료, 감가상각비 등 비용이 많이 든단다. 역으로, 다른 공동자원화시설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정석대로 하지 않고 간간이 탈취시설 가동을 멈추는 경우 때문에 냄새를 완전히 잡지 못하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흡입 단계가 시작이다. 수거 차량이 운반해온 가축분뇨를 내릴 때부터 강력한 압으로 냄새를 빨아들이는 시설이다. 두 번째는 바이오 필터다. 바실러스균 계열의 미생물을 이용해 암모니아나 황화수소를 제거하는 단계다. 세 번째 약액 세정 탑 시설에 이르면 악취는 거의 없다. 이곳에서 산, 알칼리, 피에이치 조절 등이 함께 이뤄진다. 마지막에 아로마 향의 마스킹 제재를 사용해 수증기를 분사하면 악취는 사라지고 좋은 향기가 맴돌게 된다.


권 센터장은 가축분뇨 공동자원화시설이 절대 혐오시설이나 님비(NIMBY) 취급받을 시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논산 시민들은 물론 인근 지역에서 방문하고는 모두 깜짝 놀라고는 한다며 광석면 사업소 설비 때도 주민들의 반대가 그리 크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면사무소 하루 열 번 이상 가기도”

 

권병양 자연순환농업센터장

논산계룡축협 자연순환농업센터가 전국 최고의 가축분뇨 공동자원화시설이 되기까지 쉽지는 않았다. 지금도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시설 설비과정에서 숱한 곡절이 있었다. 권 센터장은 하루에 열두 번도 더 면사무소를 간 적도 있다고 술회했다.


“다른 경제사업장에 있다가 7년 전 센터장으로 오면서 미진한 부분이 많아 발품을 팔며 공동자원화센터를 성사시켰다. 행사란 행사는 다 찾아다니고, 반대추진위 이장들을 일일이 설득하고, 하루 열 번 이상 면사무소에 가기도 하고, 정말 온 힘을 다 쏟았다. 천신만고 끝에 이장 단장이 ‘이렇게 중요한 시설이니 어딘가에는 있어야 하고, 냄새나면 폐쇄하겠다고 약속하니 한 번 해보도록 지켜보자’고 해 오늘까지 오게 됐다.”


인근 장화1리 이장 박대규 씨(61세)는 그런 면에서 천군만마와 같았다. 축산농가들이야 가축분뇨를 처리해주니 고마운 일이나, 센터는 양질의 발효액비를 만들어 경종농가가 ‘소비’하도록 해야 하니 쉽지 않은 일이었다. 박대규 씨는 흔쾌히 ‘시범 농가’를 자처했다. 처음 밑거름 주기도, 이후 이삭거름 주는 일도 가장 먼저 해보고 이웃에 권했다.


농촌지도자회원이기도 한 박 씨는 “나주, 김제, 세종 등지에 다니면서 액비 효능을 실감하고 화학비료를 대체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며 “칠팔 년간 액비를 썼는데 염류축적이나 피해가 전혀 없고, 한 필지 1천200평 당 30만 원에서 50만 원 정도 절감할 수 있으니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박 씨는 이어 “이삭거름은 액비가 서서히 효과가 나는 만큼 화학비료 시비기에 견줘 약 열흘 먼저 주면 효과를 볼 수 있다”며 “밑거름과 달리 품이 많이 들고 번거롭기는 하나 자연순환농업센터 직원들이 골고루, 꼼꼼하게 잘 뿌려준다”고 고마워했다.

 

권유 전 스스로 액비를 요청하는 단계

액비추비

 

반면 자연순환농업센터는 이삭거름에 액비 사용이 늘어나는 현상이 가축분뇨 자원화와 함께 경축 순환농업이 활성화된다는 측면에서 반가운 일이면서도 수요를 충족시킬만한 인력이 부족한 현실이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이삭거름의 경우 최소 3명이 달라붙어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축산환경관리원 이상원 자원이용부장은 “논산계룡축협 자연순환농업센터의 경축 순환농업 모델에 주목하고 있다”며 조만간 나올 가축분뇨 액비의 효과 분석 결과에 따라 전국적 확산을 이끌어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알렸다.


축산환경관리원은 올해 논산에 액비시범포를 조성, 식량작물인 벼를 대상으로 가축분뇨 발효액비를 3월과 7월에 살포했으며 출수기 토양과 작물 시료를 채취해 농촌진흥청 산하 농업과학원과 식량과학원에 분석을 의뢰한 상태다. 내달 초 분석 결과가 나오면 이를 근거로 가축분뇨 액비 유통 활성화와 우수사례 홍보 등을 통해 경축 순환농업 확산을 꾀한다는 계획이다.

이 부장은 “가축분뇨 액비 초기에는 효과를 의심하고 염류축적 등 피해를 염려한 농업인들이 액비 사용을 꺼린 것이 사실”이라며 “발효액비의 효능을 과학적으로 밝혀내면, 이제는 한 번 써보라는 권유 이전에 발효액비의 효능을 믿고 농업인들이 먼저 뿌려달라고 요청하는 형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어느 정도 효능이 검증된 액비와 달리 가축분을 이용한 퇴비의 경우 아직 기술적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지적과 함께 진정한 경축 순환농업을 위해서는 분뇨의 액비화는 물론 가축분의 퇴비화 기술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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