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추수를 끝낸 농민들의 ‘동투’가 시작됐다. 12, 13일 각 지자체와 서울 여의도에서는 빗속을 뚫고 버스에서 내린 농민들의 ‘WTO 농업부문 개도국 포기 규탄’ 팻말이 죽순처럼 치켜들렸다.


표면상으로는 정부의 개도국 포기 선언에 항의 차원이지만, 실질적 이유는 농정을 돌보지 않는 문재인정부에 대한 농정개혁 의미가 크다.


어느때보다 농민들은 불만이 팽배하다. 집회에 나와 연설했던 황주홍 국회 농해수위원장에게도, ‘국회의원 한게 뭐야’ ‘물러나라’를 비롯해 글에 담기 어려운 욕설이 여과없이 쏟아졌다.


이같은 분위기는 11일 ‘농업인의날’ 행사를 두고도 회자됐다. 당초 농민단체들은 정부가 주최한 잔치에 참여하지 않기로까지 얘기했었다. 하지만, 평생의 수고와 공로로 상을 수여하는 농민들을 고려해 보이콧은 참았다는 후문이다.


그런데 농업인의날 행사에, 대통령 참석은 고사하고, 국무총리 조차 영상메시지로 축하인사를 대신했다. 주무부처인 농식품부 김현수 장관은 시상식과 축사, 기념촬영을 마치자, 바쁜일정 이유로 자리를 떴다. 떡케익 절단식, 점심 등 오찬 프로그램은 불참한 것이다.


이를 지켜본 농업계 인사들은 섭섭한 표정과 뒷말이 터져 나왔다. 13일 여의도 집회 연설에 나선 한 농민단체장은 “(농업인의날 행사에서)농업을 대하는 정부의 태도를 그대로 읽을 수 있었다. 문재인정부의 농업정책과 똑같다”고 말했다.


이미 정부의 농업정책에 개혁을 선언한 전농은, 정부측이 마련한 농업인의날 행사를 마다하고, 별도의 기자회견을 가졌다.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농업계 입장을 정리해 밝혔다. 전농측은 “농업인의날이라고 관료들이 자화자찬하며 잔치판을 벌이는 오늘, 우리는, 한국 농업·농촌·농민은 이미 죽었으며 오늘은 ‘초상날’이라고 명명한다”고 탄식했다. 그러면서 농민들은 언제까지 농업이 경제의 희생양이어야 하는지, 재차 정부측의 변화를 촉구한다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국회 농해수위에선 공익형직불금 예산규모를 3조원으로 만들면 예산결산위원회에서 받아줄지 안받아줄지 예측분석이 한창이다. 이미 틀속에 맞춰진 농업예산을 두고, 정부가 성의가 없다는 둥, 국회에서 노력해야 할 부분이라는 둥, 서로 떠넘기는 예산심사 풍경도 쉽게 마주친다. 결국엔 ‘절대대통령중심제’의 문재인대통령의 책임으로 귀결된다. 반환점을 돌았지만 지금도 늦지 않았다. ‘챙긴다’는 약속 지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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