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11일, 오늘은 ‘농업인의 날’이다. 정부가 농업인의 날을 법정기념일로 지정하고 매년 기념식과 각종 행사를 치르는 것은 국민들에게 농업의 중요성을 알리고,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농업에 종사하는 이들의 긍지와 자부심을 높이기 위해서다. 정부가 나서서 농업인들을 격려하고 농업 발전에 기여한 유공자에게 표창장도 주는 이날을 우리 농업인들은 매년 생일 밥상을 기다리는 맘으로 기다려왔다. 하지만, 올해는 덕담과 자부심이 넘나드는 훈훈한 농업인의 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지난달 25일, 정부가 WTO 개도국지위 포기 선언으로 농민들의 가슴에 불을 질렀기 때문이다.


 2017년11월10일 문재인정부 출범 후 처음 개최된 제22회 농업인의 날 기념식에서 이낙연 총리는 여러 어려움에도 풍성한 농산물을 생산한 농업인의 노고에 대한 감사 인사와 함께 농업·농촌에 대한 정부의 변함없는 지원 의지를 전하며 “정부는 FTA(자유무역협정) 등에서 우리 농산물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었다. 대선 후보 시절 ‘농업을 직접 챙기겠다’던 문재인 대통령의 약속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던 우리 농업인들은 농업인의 날 기념식에서밝힌 국무총리의 약속은 철석같이 믿었었다.

새 정부에 대한 농업인들의 믿음은 개도국지위 포기라는 배신으로 돌아왔다.  지난 2일 열린 ‘농축산엽합회’ 실무 대표자 회의에서는 정부 조치에 대한 항의 표시로 이번 농업인의 날 행사에 농민단체 대표들은 불참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연초부터 시작된 각종 농산물 가격 폭락과 태풍피해, 아프리카돼지열병까지 쉴틈없이 몰아닥친 시련으로 인해 지칠대로 지친 농민들을 위로하고 대책을 세우지는 못할망정 앞으로의 희망마저 짓밟아버린 정부의 개도국지위 포기 선언에 대한 충격과 분노가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오랜 논의 끝에 행사 보이콧 문제는 정부 표창을 받는 농업인들을 생각해 단체행동은 자제하는 대신 오는 13일 개최 예정인 ‘전국 농민 총궐기 대회’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고 한다. 흙 토자가 두 개 들어가는 날을 택해 정했다는 농업인의 날, 농업인들의 축제가 되어야할 이 날에 전국의 농민단체 회원들이 신발끈을 졸라매며 상경 투쟁을 준비하게 만든 책임은 전적으로 현 정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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