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게 농사짓는 서울 회원들, 많이 격려해 주세요”

1970년대 초까지 300만에 불과했던 서울시의 인구는 ‘강남개발’로 일컬어지는 대대적인 도시개발로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농토는 그만큼 줄어들었다. 당시 서울시공무원으로 도시개발을 담당했던 이는 “지금와서 생각하면 말도 못할 정도로 지주들로부터 토지를 엄청나게 빼앗었다. 그때는 다른 도리가 없었다”고 회고했다. 서울시의 개발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농토를 잃은 농민들은 정든 고향 서울을 떠나거나 다른 일을 찾아야만한다. 다른 시·도에서는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농촌지도자 서울특별시연합회를 이끌고 있는 우건호회장을 만나봤다.

 

농촌 몰락과 함께 ‘농촌지도자’ 명칭도 없어져

 

 

농촌지도자 서울특별시연합회의 공식 명칭은 ‘농업지도자 서울시연합회’다. 전국의 농촌지도자 조직 중에 서울시연합회만 ‘농업지도자’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이유가 뭔가?

-2000년 3월10일에 ‘서울시특별시 농업지도자육성지원조례’를 제정하면서 “서울시에 거주하는 농업인으로 과학영농의 실천과 농업인 학습조직체의 육성·지도를 통하여 농가소득증대와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자”를 ‘농업지도자’로 정의했다. 이 조례 시행 전에 농촌지도자로 선정된 사람을 ‘농업지도자’로 본다는 내용이 부칙에 포함되면서 자연스럽게 이때부터 농촌지도자 대신 농업지도자라는 명칭으로 불리게 됐다. 조례 제정 당시, 서울에 더이상 농촌이 남아있지 않으니 농촌지도자라는 명칭은 사용하는 건 맞다는 얘기가 오갔다는 걸 들은 기억이 난다.

 

현재 서울시연합회 소속 회원이 총 755명이다. 전국적으로 보면 부산광역시연합회 다음으로 작은데, 조직 현황이 궁금하다.

-현재 서울시연합회 회원은 주로 서울 외곽에서 농사를 짖는 분들로 구성되어 있다. 동,서,남, 북 4개 지구회가 조직되어 있는데, 지역별로 특색이 있다. 먼저 송파구와 강동구 인근 지역이 포함된 동부지구회는 엽채류 중심의 채소 농가가 주를 이루고 있고, 강서구와 양천구 등의  서부지구회는 벼농사, 강남구와 서초구 인근 지역이 포함된 남부지구회는 화훼, 중랑구와 노원구 등의 지역이 포함된 북부지구회는 배 농사 중심의 과수 농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흔히 강북으로 불리는 서부지구회와 북부지구회는 그래도 옛날 모습이 조금 남아있지만 강남으로 분류되는 동부지구와 남부지구는 빌딩 숲 틈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단체장 만나기가 하늘의 별 따기 만큼 어려워
 
서울에서 농사짓는 모습이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서울시연합회를 이끄는데 어려움이 많을 것 같은데,

- 현재 서울 인구가 약 1천만명이다. 지난 2017년에 서울시에서 농지현황 전수조사 한 것을 보면, 서울시의 농가호수가 3,410호이고 농가인구는 9,374명이다. 생각보다 농가호수가 많은데, 아마 조사 기준 때문일 것 같다. 현실적으로 느끼는 농가 수는 훨씬 적다. 서울시 농업지도자 회원수는 766명에 불과하다. 일단 전체 서울시 인구에 비해 농가 호수와 농업단체 회원 수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작다보니 농업인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이끌어내기가 정말 어렵다. 아무래도 사람이 많은 곳에 관심이 더 가는게 세상이치 아닌가.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서울이라는 대도시의 특성상 농업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행사를 치르거나 의견을 모아내는 일도 쉽지 않다. 실제 회원 상당수가 주소는 서울에 있지만 실제 농사는 서울에서 가까운 경기도 땅에서 짓는 분들이 많다. 농사를 지을 땅이 찾아 나서다보니 자꾸 외곽으로 밀려나게 되고, 그렇다고 수십년간 살아온 생활기반을 버리고 떠날 수 없다보니 생겨난 일이다. 아마 다른 지역에서 농사짓는 분들은 잘 이해가 안될거다.

 

지난 28일에 열린 서울 농업인한마음대회에 참석했었다. 생각보다 대회장에 모인 참가자들의 열기가 대단히 뜨거운 걸 보고 놀랐다. 

-제10회 서울 농업인한마음대회는 서울농업기술센터가 주최하고 농업지도자서울시연합회와 후계농업경영인연합회와 생활개선회, 도시농업전문가회가 함께 주관했다. 2년 마다 한번씩 서울시 관내에 있는 농업단체들이 함께 모이는 기회를 갖기 위해 대회를 열고 있는데, 참여 단체와 회원들의 열의가 높다. 아무래도 다같이 어려운 여건에서 활동하다보니 동질감 같은게 있는 것 같다. 행사를 주최한 서울시농업기술센터 직원들의 노력과 지원도 훌륭하다. 아마 이 분들이 없다면 서울에서 농업인단체가 활동하기는 거의 불가능 했을거다.

 

재정확충, 연대활동 강화해 조직 역량 키울 것

 

서울특별시연합회장으로서 앞으로 연합회 발전을 위해 필요한게 뭐라고 생각하는가

-서울연합회 회장 선거 때 후보마다 500만원의 기탁금을 내면, 연합회는 이 돈으로 한동안 살림을 할 정도로 재정이 매우 취약하다. 연합회장의 활동 경비도 다 사비로 해결해야 할 정도다 보니 회원들을 위한 사업을 할 엄두도 못 낼 때가 많다. 무엇보다 연합회 살림을 위한 재정을 확보하는게 시급하다. 다음은 연합회의 활동 목표를 재정립해야한다. 현재 서울시에는 다른 도시에는 없는 ‘도시농업전문가회’라는 조직이 있다. 서울시의 도시농업 전문가 과정을 이수한 분들인데, 이분들이 농업문제에 대한 관심도 많고, 각종 농관련 행사에도 많이 참석하신다.

앞으로 도시농업전문가회와의 교류와 연대를 확대해 농업과 농촌, 농민이 처한 어려운 현실을 극복할 수 있도록 노력해나갈 것이다. 외국인노동자 고용문제와 첨단 과학 영농 기술 습득을 위한 선진지 견학 확대 등의 문제도 우리 연합회가 해결해야할 과제다.  

 

최근 정부가 개도국 지위 포기 선언을 하면서 우리 농업에 위기가 닥치고 있다. 서울시연합회라고 다를 것이 없을 것 같은데, 실제 회원들의 분위기는 어떤가?

-전국의 지도자회 행사를 다니다보면 가끔 서울은 땅값이 비싸니 그쪽 농사꾼들은 형편이 괜찮지 않냐는 질문을 가끔 받는다. 물론 자기 땅을 갖고 있는 분들 중에 장부상 재산 규모가 큰 회원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실제 대다수 회원들이 처한 현실은 다르다. 서울에서 농사를 짓는 사람들 대부분은 임대농이다. 다른 곳에 비해 임대농지 비율이 많고 상대적으로 지대도 비싸다. 그러다보니 정부 정책에 대해서도 상당히 민감하다.

정부가 화환을 금지하면서 화훼농가가 큰 피해를 당했던 경험도 있고, 최근 돼지열병으로 인해 돼지고기 소비가 줄어들면서 엽채류를 재배하는 농가들의 근심도 커졌다. 외국산 과일 수입증가 문제나 쌀값 문제 등 다른 지역 농민들이 겪는 고통을 똑같이 서울의 농업인들도 겪고 있다. 오히려 서울이라는 지역 특성당 다른 지역보다 농민들이 체감하는 상대적 박탈감은 더 크다. 정부의 개도국 지위선언과 관련해서 서울농업인들 역시 크게 분노하고 있다. 앞으로 정부의 대책을 이끌어내는 활동에 우리 회원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마지막으로 전국의 지도자회원들에게 남길 말이 있다면.

-서울시 농촌지도자 회원들은 정말 어려운 여건 속에서 농업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1천만 중에 755명이다. 어느 곳에서든 우리 회원들과 마주치게 되면 따뜻한 격려로 힘을 북돋아 주면 고맙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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