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주재 대외장관회의서 결정, 미국측 압박에 굴복

“미국 강압에 농업포기”…농민단체 연대조직 ‘농민공동행동’ 강력 투쟁 천명

우리나라가 WTO 개도국 지위를 포기했다. 정부는 국익을 우선하는 판단이라고 내세우고 있지만, 농민들은 ‘농업 포기’로 인식하고 있다. 농업을 직접 챙기겠다던 문재인 정부의 민낯으로 간주되는 현실이다. 24일에 이어 25일에도 ‘농민공동행동’은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강력 투쟁을 선포했다.

 

우리나라가 WTO 개도국 지위를 포기했다. 정부는 국익을 우선하는 판단이라고 내세우고 있지만, 농민들은 ‘농업 포기’로 인식하고 있다. 농업을 직접 챙기겠다던 문재인 정부의 민낯으로 간주되는 현실이다. 24일에 이어 25일에도 ‘농민공동행동’은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강력 투쟁을 선포했다.    

 

‘부채덩어리 기계로 모내는 선진국’ ‘20년째 1천만원 농업소득 선진국’
정부가 WTO 개발도상국 지위 포기를 공식 선언했다. 국내 33개 농민단체들은 통상주권, 식량주권을 내버린 처사로 간주, 강력 투쟁에 나섰다.
정부는 25일 이른 8시 정부서울청사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주재로 비공개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서 정부는 WTO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지 않는 당초 방침을 확정했다.
이같은 결정은 방미 일정을 마치고 24일 돌아온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의 귀국보고와 함께 이뤄졌다.
유 본부장은 방미 중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을 만나, 한국이 개도국 지위를 포기해야 한다는 미측의 요구를 거듭 확인했고, 이를 장관회의에서 전달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같은 시각 회의장 건물 밖에서는 농촌지도자회, 전농 등 33개 농민단체 연대조직인 ‘WTO개도국지위 유지관철을 위한 농민공동행동’이 긴급 성명 발표와 함께 농성에 돌입했다. 전날인 24일 같은 장소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던 ‘농민공동행동’은, 개도국 지위 포기 방침을 철회하고 농정개혁을 실현할 것을 대정부 촉구했다.


농민공동행동은 “한국은 1995년 WTO 출범 당시, 농산물 무역적자수지 악화, 농업기반 시설 낙후, 농가소득 저하 및 농산물 가격 폭락 등을 이유로 개도국 지위를 선택했고, 인정받았다”면서 “20년이 지난 지금, 농가소득은 그대로 제자리 걸음이고 매년 농산물 가격폭락사태는 변함이 없다”고 토로했다.


농민공동행동은 “식량자급률이 21%안 나라가 농업선진국이란 말은 세상에 듣도보도 못한 궤변”이라며 “개도국지위를 포기하면 감축보조의 대폭 삭감으로 가격차지지 등 정책수단을 마련하기 어려워지고, 수입개방을 막아낼 여력이 없게 된다”고 주장했다.

 

농민공동행동은 정부측에 WTO 개도국 지위 포기 방침을 즉각 철회할 것과, 근본적 농정대개혁을 위한 청사진을 제시할 것을 촉구했다. 점점 비중이 줄고 있는 농업예산을 늘려줄 것, 농산물 가격 안정대책 세울 것, 통상주권·식량주권·남북농산물 교류를 실현할 것 등을 재차 요구했다. 이같은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한, 범부처와 민간이 공동 참여하는 특별위원회를 즉각 구성할 것을 천명했다.


한편 홍남기 부총리는 대외경재장관회의를 마친뒤 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갖고, 농업계를 상대로 설득작업에 나섰다.


김현수 농식품부장관,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 등을 대동한 회견 자리에서 홍 부총리는 “한국의 국제적, 경제적 위치와 대내외의 이해관계, 국제적 요구가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고, 정부의 각 부처 장관들과도 충분히 논의해 신중히 판단했다”면서 “이문제에 가장 우려를 낳고 있는 농업분야는 우선 공익형 직불금 제도의 조속한 도입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등 농업경쟁력 제고에 지원을 강화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문재인정부가 WTO 개도국지위를 포기하겠다고 24년만에 공식선언한 것이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월 26일 WTO 개혁을 표방하며, 4가지 조건에 하나라도 해당하는 국가는 개도국 지위를 내려놔야 한다고 일방 통보했다. WTO가 90일 이내에 이를 추진하지 못할 경우, 미국 자체적으로 안보, 무역, 경제 관련 기구와 공동조치를 취하겠다고 일방적으로 경고했다.

미측이 제시한 개도국 자격이 아닌 4가지 조건은 경제협력기구(OECD) 가입국, G20(주요 20개국) 회원국, 세계은행 고소득 국가(1인당 GNI.국민총소득 1만2천56달러이상), 세계 상품교역의 0.5% 이상 등이다. 이중 한가지에 해당할 경우 개도국이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은 이같은 내용의 제안서를 WTO 일반이사회에 제출했었다.


결국 우리 정부가 미측이 통보한 마감 시점에 개도국 포기 의사를 공표한 것이다. 이에 대해 농민단체 한 관계자는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협상이 진행중인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분담금으로 지금의 5배인 50억달러(6조원)를 요구하는 미국측에 대해 여러모로 상당한 이해관계를 고려한 판단이 필요했던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다시 아무런 대책없이 농업을 희생양으로 내 모는 현 정부의 본 모습을 목격하는 순간”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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