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 진딧물·탄저병 한번에 잡는 ‘미생물제’ 개발

국립농업과학원은 농업기초과학 연구와 현장적용 실용기술 연구·개발의 성과를 바탕으로 한국농업의 미래를 개척해 나가고 있다. 국립농업과학원이 농업분야 기초연구를 비롯해 비용절감과 현장적용 효율성 제고 등의 다양한 연구를 선도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세계 최초 토종벌 낭충봉아부패병 저항품종 개발‘, ’총채벌레 및 식물탄저병균 동시방제 미생물제제 선발‘ 등이 성과를 내고 있다. 농과원이 R&D 우수성과로 추천한 분야별 연구를 3회에 걸쳐 소개한다.

 

글 싣는 순서-----------------------------------------------------
Ⅰ. 세계 최초 낭충봉아부패병 저항성품종 개발
Ⅱ. 총채벌레 및 식물탄저병균 동시 방제 미생물 개발
Ⅲ. 화분매개용 꿀벌의 현장적용 기술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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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생물 방제제 개발은 필연


국내 친환경농산물 시장규모는 2017년 기준 1조 3,608억원에 달하며 연평균 5.8%씩 성장하고 있다. 오는 2025년에는 2조 1,36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이 세계 유기농시장 규모는 2010년 67조 5,000억원에서 2015년에는 93조 2,000억원으로 매년 14%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친환경농산물 시장 규모가 확대됨에 따라 친환경 안전농산물 생산을 위한 병해충 방제기술 개발도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친환경농산물 시장은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반면 이를 뒷받침할 만한 방제 시장은 제자리걸음만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죽하면 잡초 및 병충해 발생이 친환경농업의 가장 큰 골칫거리로 꼽을 만큼 농업인들의 고충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일선 현장에서는 다양한 병해충이 동시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이를 방제키 위해서는 각각의 방제제가 사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발생되는 병해충에 각각의 방제제를 사용하다보니 농가들이 사용하는 방제비용이 과도하게 사용되고 이 때문에 생산비용 상승으로 이어져 농가들의 실질적인 소득이 높지 않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진딧물에 감염된 고추잎

 

실제로 국내 고추 생산액은 1조 3,000억원에 이르지만 탄저병으로 인한 피해액은 평균 1,690억원에 이르고 무농약 유기농재배 농가의 탄저병 발병율 90% 육박한다. 또 국내 채소 재배 면적 중 53.8%가 진딧물 피해를 입고 있어 진딧물 방제를 위한 화학 살충제 판매액은 2,300억원에 달하고 친환경 농자재 판매액은 709억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저투입 고효율의 다범성 병해충 동시방제 미생물제 개발 및 사용법 확립이 절실한 실정이다. 현재까지 병과 해충을 동시에 방제하는 미생물제는 세계적으로 전무하다. 이는 미생물제의 협소한 방제 범위, 방제효과의 불균일성 등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연구와 제품 개발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른 것이다.

 

■복숭아혹진딧물·탄저병 동시 방제 미생물 개발


농촌진흥청은 친환경 재배농가들의 현실적인 고충을 덜어주기 위한 연구를 매진해 가시적인 성과를 냈다. 국립농업과학원 농업미생물과 한지희 박사는 1년여간 연구 끝에 지난해 12월 고추에서 발생하는 복숭아혹진딧물과 탄저병을 동시에 방제할 수 있는 유용곰팡이 이사리아 Pf185, Pf 212를 개발했다.


앞서 한지희 박사는 지난 2016년 200여 종의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골칫거리 해충인 파밤나방의 애벌레를 방제할 수 있는 우수 곰팡이 ‘이사리아 푸모소로세(Isaria fumosoroseus FG340)’를 개발한 바 있다.

탄저병에 감염된 고추

 


복숭아혹진딧물은 고추, 배추 등 작물의 즙을 빨아먹어 작물을 말라죽게 한다. 간접적으로는 오이모자이크바이러스 등 식물바이러스를 매개해 농가에 큰 피해를 입히며 고추 탄저병은 주로 열매에 발생해 상품성을 떨어뜨리고 수량을 감소시킨다.


최근 친환경 안전 농산물 수요가 늘어 약제를 대신할 병해충 방제용 미생물제의 필요성이 늘었다. 병과 해충을 따로 방제하는데 드는 비용과 노동력을 덜기 위한 기술 개발도 요구돼 왔다.


이번에 개발한 이사리아 Pf185, Pf 212는 국내 토양에서 분리한 곤충병원곰팡이로, 이 균주들을 혼합한 시제품을 고추에 적용한 결과, 진딧물과 탄저병이 동시에 방제되는 효과를 확인했다.

 

동시방제 무처리

 

이사리아 Pf185, Pf 212를 500배 희석한 시제품을 7일 간격으로 3회 노지 고추에 뿌린 결과, 탄저병을 69.0% 방제했다. 이는 대조구인 살균제의 방제율(74.2%)과 비슷한 수치다.


또한 복숭아혹진딧물에 대해서는 62.0% 방제 효과를 보였다. 이 시제품을 뿌린 고추에서 67%~70%의 복숭아혹진딧물 기피활성이 나타났으며 다음 세대 진딧물의 90%가 이 시제품을 뿌리지 않은 고추에서만 증식했다.


무엇보다 병해충 동시방제 미생물제 개발로 작물에 발생하는 병해충 방제를 위한 방제제 및  노동력이 50%가 절감되는 것은 물론 친환경 안전농산물 생산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농진청은 이번에 개발한 미생물 2종을 특허등록(10-1785098, 10-1773339) 했으며 기술이전을 통해 친환경 미생물 농자재로 개발해 올해 말까지 제품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동시방제 처리

 

■ 파급효과 무궁무진


고추 재배 중 가장 문제가 되는 탄저병과 복숭아혹진딧물을 하나의 미생물제(살출곰팡이 lsaria jsvanica pt185)로 방제가 가능한 것은 세계 최초이다.


무엇보다 농작물의 병과 해충을 동시에 방제하는 미생물제 개발로 난방제 병해충 방제를 위한 노동력은 물론 비용 절감에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감이 높다. 또한 진딧물 등 시설작물 병해충 방제용 미생물제 개발을 통한 국내 고부가가치 생물자원 활용 시스템이 구축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고추 탄저병, 진딧물 동시방제 미생물제 처리로 방제 노동력 및 방제비용이 크게 절감될 것으로 보인다. 고추 재배 농가당 연 평균 해충 방제 횟수 10회, 탄저병 방제횟수 평균 11.2회로, 이를 합한 총 방제횟수가 21.2회에 이르지만 동시방제 미생물제로 방제횟수 평균 10회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고추 병해충 방제제 개발로 고추 생산량이 증대되고 농가 소득이 증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구체적으로 개발된 미생물제로 고추 탄저병이 10% 감소할 경우 고추 생산량 169억원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더욱이 세계적 문제 해충 진딧물 방제용 미생물 살충제 개발에 따른 친환경 해충 방제제 수입 대체 및 해외 수출 기반이 확립될 것 전망이다. 국내 채소 재배 면적중 53.8%가 진딧물 피해를 입고 있는 상황에서 진딧물 방제를 위한 화학살충제 판매액 2,300억원, 친환경 농자재 판매액 709억원 추산되는 만큼 진딧물 방제 약제 10%를 개발 미생물제로 전환시 수입 대체 효과 3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미니 인터뷰 = 한지희 박사

다양한 작물 적용 가능한 유용미생물 지속 개발

 

한지희 박사는 “개별 처리의 번거로움을 없애고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하나의 미생물처리로 작물의 병과 해충을 동시에 방제가 가능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연구에 뛰어들게 됐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미생물은 화학 살충, 살균제와 달리 식물의 병과 해충을 방제하기 위해 해당 병, 해충에 적합한 각각의 미생물제를 따로 처리해야 하는 단점이 있어 그만큼 노동력이 과다하게 소요되고 비용도 상승할 수밖에 없다.


이번 연구는 지난 2018년 한해동안 전남대학교, 기업체와 공동연구를 통해 개발됐으며 연구과정에서 해충에 대해 살충효과 있다고 일반적으로 알려져 사용되고 있는 해당균주(이사리아 자바니카)가 식물병원균에 대한 살균효과를 나타내는 것을 밝혀냈다.


또 해당균주가 ‘다부틸석시네이트’라는 항균, 살충효과가 있는 물질을 생산하는 것을 세계최초로 밝혔다. 또한 해당 균주에 의한 식물의 생육촉진효과가 확인돼 특허출원까지 마쳤다.


한지희 박사는 “이번 유용미생물 개발로 고추의 병과 해충을 따로 방제하는 번거로움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앞으로도 다양한 작물에 적용할 수 있는 유용미생물을 개발해 농가의 노동력은 줄이고 친환경 안전 농산물을 공급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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