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우리나라 생활문화와 함께 해온 과실이자 대표적인 구황식량 중의 하나다. 이러한 밤은 생밤, 삶은 밤, 말린 밤(황률), 밤가루 등의 형태로 주식, 부식, 간식, 약재 등으로 다양하게 이용되었을 뿐만 아니라 관혼상제의 중요한 음식으로도 널리 이용되고 있다.

 

■ 밤나무혹벌 피해로 멸종위기 겪어

 

우리나라 토종밤나무는 한강 이남에 자생하는 한국밤(일본밤) 계통과 평안도, 함경도, 황해도, 강원 북부에 자생하는 중국밤, 그리고 우리 밤의 잡종으로 여겨지는 약밤나무 계통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언제부터 밤나무가 재배되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낙랑시대의 것으로 추정되는 무덤에서 밤이 발견된 것으로 보아 2,000년 이상 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토종밤나무는 이전에 ‘조선밤’ 또는 ‘조선재래종’ 등으로 불렸으며 일본밤나무의 변종이라 여겨져 왔다. 학자들에 따라 의견은 조금씩 다르지만 형태학적 특성으로 보아 일본밤나무와 같은 종으로 취급되고 있으며 한국밤나무와 약밤나무 계통으로 분류하고 있지만 실제로 중간형질들이 많이 나타나기 때문에 구분이 모호할 때가 많다.


과거에는 산지에 따라 양주율, 용인율, 청도율, 밀양률 등으로 불렸으며 특히, 예로부터 지역의 특산물로 이름이 호칭되었는데 평양밤(함종밤), 양주밤(불밤) 등이 유명했다. 그 밖에 경기도 양주, 가평, 용인, 포천, 안양 등지는 옛적부터 밤의 산지로 유명하고 이외에도 경기 광주, 시흥, 당진, 옥천, 연산, 제천, 밀양, 경산, 함양, 장성, 보성, 광양 등지에서도 많이 생산됐다.


하지만 토종밤나무는 1950년대 후반부터 발생한 밤나무혹벌의 피해를 받아 멸종위기를 겪기도 했다. 1960년대 후반부터 재배 목적으로 들여와 널리 식재되고 있는 일본재배품종, 한국재래 선발품종, 일본품종과 한국품종과의 교잡으로 만들어진 개량종의 보급으로 토종밤의 원형은 일부 천연 자생지나 마을 인근에 잔재하고 있는 노거수(고목) 형태로나 찾아볼 수밖에 없다.


이욱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소득자원연구과 박사는 “국립산림과학원에서는 전국을 다니면서 토종 밤나무의 유전자를 보존하고 개량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면서 “토종 밤나무는 새로운 품종을 육종하거나 신물질을 생산하는 데 활용되고 있고, 토종 밤나무의 우수한 특성을 활용해 고품질의 세계적인 브랜드로 밤 품종을 만들어 낸다면 밤 산업의 국제 경쟁력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 토종밤, 작지만 달고 식감이 좋아

 

토종밤나무는 일본 개량품종 밤과 비교해 외관상으로 밤알의 크기와 색택은 떨어지지만 단맛이 강한 편이다. 밤알도 상당히 크고 저장력도 강하다. 토종밤은 대체로 과육의 색이 황색으로 진하고 단맛이 많으며 과육이 단단해 식미가 좋고 저장성이 우수하다. 특히 약밤나무 계통은 중국밤의 특성을 이어받아 속껍질이 얇고 잘 벗겨지며 단맛이 강해 군밤용으로 소비자의 기호도가 높다.


밤의 단맛은 과육 내 유리당의 함량인 당도와 직접 관련되는데 중생종 밤의 경우 수확 직후 초기당도에 있어 개량종은 10~13% 내외이나 토종밤은 14~17%로 높으며, 저온저장 2개월 후 밤의 당도가 최고치에 달하는 후기당도에 있어서도 개량종은 17~20%에 머무는데 반해 토종밤은 22~25%로 월등히 높아 토종밤의 단맛이 훨씬 뛰어나다. 다시 말해, 개량종은 내충성과 밤알의 크기를 제외한 맛이나 내한성 등에 있어서는 토종밤에 아직까지 미치지 못하고 있다.
토종밤은 작지만 달고 맛이 있으며 식감도 좋아 오감을 자극하는 우수한 과실로 여겨져 왔다.

최근 식품에 대한 ‘웰빙’개념이 사회적인 이슈로 부각되면서 소비자는 밤의 크기에서 모양, 색깔, 맛 등을 더 선호하게 되고 더 나아가 식품 자체가 보유하고 있는 기능적인 성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게 됐다.

9월 초순부터 수확되는 햇밤에는 매끈한 윤기만큼 영양이 듬뿍 담겨 있다. 5대 영양소를 비롯한 각종 영양분이 골고루 들어 있어 완전식품으로 분류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이다.

또한 친환경, 무농약 등 유기농 식품에 대한 선호도가 급증하고 있는 실정을 감안해 볼 때, 밤송이와 껍질에 싸여 있는 밤 과육은 다른 과실에 비해 농약으로부터 안전하고 풍부한 영양가와 함께 무공해 웰빙식품으로 으뜸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다른 견과류와는 달리 밤은 비타민C와 노화를 방지하는 항산화물질인 베타카로틴 성분이 풍부하며 영양학적으로 소화성과 약리성이 뛰어나 노인식, 유아식, 환자식, 수험생의 간식 등으로 널리 쓰일 뿐만 아니라 혈관과 심장질환의 예방, 면역력 증강, 다이어트 등을 위한 식품으로 제격인 웰빙시대의 기능성 건강식품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저작권자 © 농업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