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낭충봉아부패병 저항성품종 개발

 

국립농업과학원은 농업기초과학 연구와 현장적용 실용기술 연구·개발의 성과를 바탕으로 한국농업의 미래를 개척해 나가고 있다. 국립농업과학원이 농업분야 기초연구를 비롯해 비용절감과 현장적용 효율성 제고 등의 다양한 연구를 선도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세계 최초 토종벌 낭충봉아부패병 저항품종 개발‘, ’총채벌레 및 식물탄저병균 동시방제 미생물제제 선발‘ 등이 성과를 내고 있다. 농과원이 R&D 우수성과로 추천한 분야별 연구를 3회에 걸쳐 소개한다.

 

글 싣는 순서-----------------------------------------------------
Ⅰ. 세계 최초 낭충봉아부패병 저항성품종 개발
Ⅱ. 총채벌레 및 식물탄저병균 동시 방제 미생물 개발
Ⅲ. 화분매개용 꿀벌의 현장적용 기술 개발

--------------------------------------------------------------------

 

 

■ 낭충봉아부패병은?


‘토종벌 흑사병’으로도 불리는 낭충봉아부패병은 한번 발생하면 98% 이상 궤멸한다. 꿀벌의 유충에서 발생하는 바이러스성 질병으로, 감염초기에는 백색에서 회황색으로 변하고 병세가 진행됨에 따라 머리부터 갈색 또는 회갈색으로 변하며 마지막으로 암갈색으로 변해 차차 건조, 폐사까지 이르는 병이다. 이 병은 폐사한 유충이 마치 물주머니와 같이 부패해가기 때문에 ‘낭충봉아부패병’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바이러스 병원체가 애벌레 체내로 증식해 번데기로 발육하기 전에 죽게 하는데 보통 한 마리당 1,000만개이상의 바이러스 입자로 피해증세가 나타난다. 그러나 애벌레가 없는 상태가 되면 바이러스가 증식할 수 없고 건조한 환경에 노출되면 급속도로 활성을 잃게 된다.


특히 낭충봉아부패병은 꿀벌 유충(애벌레)에 발생하는 바이러스성 전염병으로, 이 병에 걸린 애벌레는 번데기가 되지 못하고 물러진 뒤 부패한다. 대(代)가 끊기는 것이다.


토종벌 사육 농가들은 질병이 발생한 이후 소독과 개량벌통 사용 등 다양한 방법으로 낭충봉아부패병 예방과 치료에 나섰다. 하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토종벌의 활동 반경이 넓고, 낭충봉아부패병의 전염성이 강해서다. 낭충봉아부패병 바이러스에 감염된 애벌레 한 마리가 반경 5~6㎞의 일벌 10만마리에 병을 퍼뜨릴 정도다.

 

 

■ 낭충봉아부패병 창궐, 국내 양봉산업 초토화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09년 봄부터 발생하기 시작해 전국적으로 확산돼 2010년 9월 현재 약 90%의 토종벌이 폐사하는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 낭충봉아부패병이 도착한 벌터에서는 약 한 달 안에 모든 봉군이 감염되며 약 두 달이면 모두 폐사된다. 바이러스가 벌터에 도착하지 않아야 봉군이 살아남을 수 있으며 일단 바이러스가 도착했다면 현재로서는 예방과 치료가 불가능한 실정이다. 확산방지를 위해서는 반경 6킬로미터 안의 모든 토종벌을 살처분하는 것이 최선이다.


한국토봉(토종벌)협회 조사결과 2009년 충청·전라·강원지역의 2만5000여 토종벌 사육농가에서 5만5000여 통의 토종벌이 이 병에 감염, 폐사가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서도 전북 남원·순창·임실지역 3개 농가에 대한 조사 결과 감염이 심한 농가의 경우 봉군의 70%이상이 이 병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3년 사이 ‘낭충봉아부패병’으로 약 75%의 토종벌이 사라졌고 양봉업계는 약 1,000억원 이상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2011년 양봉을 하는 농가는 1만9000 가구 수준으로 절반 아래로 감소했다.


양봉업계는 한때 사육규모 210만군(통)을 기록하며 세계최대 봉군밀도를 자랑했다. 2009년 서양종꿀벌은 약 170만군, 토종벌은 약 40만군을 차지했다. 하지만 '토종벌 구제역'이라고 불리울 만큼 낭충봉아부패병 피해는 컸다. 같은 바이러스에 노출됐지만 저항성이 강한 서양종 꿀벌은 계속 봉군수를 유지했고, 이에 취약한 토종벌은 집단 폐사했다.


이 결과, 2016년 말 토봉 국내 봉군수는 약 12만군으로 2009년 대비 70%가 사라졌다. 2009년 이후 농가 피해액만 해도 1,300억원을 뛰어 넘었다.

 

■ 농진청, 저항성 품종 연구 매진


낭충봉아부패병 피해가 급속하게 확산되면서 농촌진흥청도 관련 연구에 전력을 다했다. 국립농업과학원 최용수 연구사를 중심으로 한 연구진들은 지난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전국 10개 지역에서 질병 발생이 없거나 질병을 회복한 벌들을 수집했고 모은 벌들에게 낭충봉아부패병의 바이러스를 감염시킨 뒤 살아남은 벌들을 2차 선발했다.


연구진은 이들 개체를 꾸준히 대를 이어 사육했고 3년간 10세대를 거치면서 순수혈통들로 분류했다. 저항성과 번식능력이 뛰어난 벌들을 교잡시켜 8년만에 새 토종벌 품종육성에 성공한 것이다.


새 토종벌 품종은 인공적으로 바이러스를 감염시키거나 질병이 발생한 장소에서 사육하는 등 악조건의 사육 환경에서 질병에 노출했을 때도 폐사하지 않고 생존했다.


연구진은 그동안 전남 보길도 등 남해안 섬과 내륙 오지에서 청정지역에서 새 토종벌 품종 번식작업을 진행했다. 이 과정을 통해 낭충봉아부패병에 대한 내성을 지닌 토종벌 1,600통을 확보했고 전국 농가에 보급하고 있다.


새 품종 벌의 개발로 농진청은 국무조정실에서 실시한 2018년 정부업무 평가에서 우수기관에 선정되기도 했다.


농진청은 질병저항을 가진 토종벌이 잃어버렸던 농가 생산 기반을 회복하고 궁극적으로 종 복원의 기반을 제공할 수 있으며 토종꿀 생산이 원활하게 이뤄져 농가 소득 수준이 향상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미니 인터뷰 = 최용수 박사
 

“토종벌 산업화를 위한 연구 지속할 터”
 

 

생존을 위협받던 양봉농가에 지난 2018년 희소식이 전해졌다. 양봉산업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던 낭충봉아부패병에 저항성이 큰 토종벌 신품종이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기 때문이다.


농진청은 그동안 토종벌 사육농가에 큰 피해를 끼친 낭충봉아부패병에 저항성을 갖는 새 품종을 2019년부터 3년간 전국 8개도를 대상으로 보급 중이다.


낭충봉아부패병 저항품종 개발에 중추역할을 담당한 국립농업과학원 최용수(46) 박사는 "낭충봉아부패병 발생 후 약제를 이용하거나 관리 기술을 이용한 질병확산 예방에 노력했지만 효과가 제한적 이었다"며 "근본적인 예방은 질병에 걸리지 않는 저항성 계통을 개발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판단하에 연구에 집중해 왔다"고 설명했다.


최 박사는 이를 위해 낭충봉아부패병이 발생한 강진과 구미, 통영 등 전국 10개 지역을 대상으로 생존 봉군을 수집했다. 여기에 바이러스를 주입해 살아남은 개체를 끊임없이 계속 사육했다. 이 과정을 통해 세계 최초로 낭충봉아부패병 저항 품종을 개발하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농가소득은 크게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한봉협회가 책정한 토종벌 한 통당 평균 벌꿀 생산 소득 50만원을 기준으로 할 경우, 봉군 38만개 복원시 벌꿀 소득만 1,300억원이 늘어난다. 종봉 판매 등 기타 생산물 소득까지 포함하면 소득은 2,000억원을 상회할 전망이다.


최 박사는 "낭충봉아부패병에 저항성을 가진 토종벌 신품종 개발은 세계 최초"라며 "앞으로 경쟁력을 갖춘 새 품종 개발은 물론 토종벌을 활용한 농촌의 경관농업과 관광농업 기술개발에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끝으로 최 박사는 “새 품종은 경제 형질보다는 저항성 획득을 최우선으로 했기 때문에 앞으로는 저항성도 갖추면서 벌꿀 생산성이 높은 품종도 개발할 계획”이라며 “위축된 토종벌 시장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토종벌 산업의 대형화를 위해 연구를 계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농업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