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 기술보급과 농촌지도관 나상수

뉴턴, 스티브잡스, 빌헬름 텔, 스피노자, 세잔, 그리고 백설공주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소재가 있다. 바로 사과이다. 중앙아시아 코카서스 북부가 원산지로 알려졌으며, 재배역사는 4000년 이상이 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재배하고 있는 사과는 1880년대 후반 서양 선교사를 통해 서양 품종이 도입된 것이 시초이다.


사과는 영양소가 풍부한 과일이다. 비타민A, B1, C와 과당, 포도당, 미네랄, 각종 효소 등을 함유하고 있다. 섬유질은 장의 기능을 활발하게 하여 꾸준히 섭취하면 변비예방과 비만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또한 암 세포의 성장을 억제시키는 케르세틴 성분이 다량 함유되어 있고, 피로를 해소하는데 좋은 사과산과 구연산 등의 유기산도 풍부하다.


사과에 대한 오해 중 하나가 저녁에 먹으면 좋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과는 언제 먹든 심신을 상쾌하게 하고 위액 분비를 촉진시켜 소화와 흡수를 돕는다. 다만 위장 기능이 좋지 않은 사람이 저녁에 사과를 먹었을 때에는 위액 분비를 촉진시켜 속이 쓰릴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하는 것이 좋다. 또한 사과 껍질의 끈적끈적한 물질을 농약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사과가 껍질을 보호하기 위해 스스로 만들어 내는 불포화지방산의 일종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재배하고 있는 사과 품종 중 아직도 80% 정도는 일본에서 건너온 품종이다. 흔히 ‘부사’라 부르는 ‘후지’가 대표적이다. 1970년대 초반에 우리나라에 들어왔다. 이 외에도 ‘아오리’라 부르는 여름에 나오는 청사과‘쓰가루’, 중·만생종 사과‘양광’등이 있다.


농촌진흥청은 외래품종 대신 우수한 우리 품종 재배 확대를 위해 2015년부터 ‘국내육성품종 확대보급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을 통해 보급 중인 우리 품종 사과는 고온에서도 빨갛게 색깔이 잘 드는 ‘아리수’와 새콤달콤한 맛이 특징인 노란색 사과 ‘황옥’, 어린이 간식용으로 적합한 작은 사과 ‘루비에스’, 한 여름에 먹는 빨간색 사과 ‘썸머킹’ 등이다.


달라진 과일 소비경향에 맞는 품종을 연구·개발한 것은 물론 유통기업 등과 연계해 새로운 품종을 홍보하고 유통하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농산물도매시장 경매인을 대상으로 신품종 선호도 조사도 실시해 시장 반응도 확인하고 있다. 이와 함께 신품종이 농업현장에서 안정적으로 재배될 수 있도록 농업인을 대상으로 생육시기별 재배특성 교육과 수형 관리 등 현장컨설팅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는 과수농가들의 시름이 깊다. 과일이 채 익기도 전에 찾아온 이른 추석으로 명절 특수가 없었고, 수확시기를 앞두고 내린 잦은 비와 잇따라 발생한 태풍으로 과실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나무 생육까지 좋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예년에 비해 과실 가격도 떨어졌다. 10월 1일 기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발표한 사과 ‘홍로’의 가격은 상급 기준 10kg 평균 가격은 2만 8천원대이다. 지난해 평년 가격인 3만 6천원대에 비교해도 낮아졌다. 사과 물량이 많은데 소비는 주춤하고, 최근 연속강우로 품질이 낮아졌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이달 중순부터 수확에 들어가는 ‘후지’의 상황을 지켜봐야겠지만 사과농가에게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기 위해서라도 적극적인 사과 소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소비자들이 사과를 구입해 보관할 때는 다른 과일과 구분해서 보관하는 것이 좋다. 사과는 익으면서 과실을 숙성시키는 천연 호르몬인 에틸렌을 많이 생성하게 된다. 이때 발생하는 에틸렌이 다른 과일도 빨리 숙성시켜 무르게 만들기 때문에 별도 보관하는 것이 좋으며, 반대로 참다래 등 후숙 과일을 덜 익은 상태로 구매한 경우에는 사과를 한 알 섞어서 보관하면 좀 더 빨리 맛있게 먹을 수 있다.


가을은 사과의 계절이다. 맛이 좋은 것은 물론 영양이 풍부한 예쁜 과일의 대표주자인 사과를 소비하면 간편하게 건강을 챙길 수 있고 무엇보다 사과 농가를 도울 수 있다. 지금이 제철인 사과 많이 드시고 환절기를 건강하게 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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