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송하 변호사
법무법인 굿윌파트너스

 

 

지난 신문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우리나라 헌법과 법률은 농지 임대차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다만, 농지법이 허용하는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임대차 계약이 가능하다.

그러나 현실은 소유자와 경작자가 다른 농지(토지)의 비중이 전국 농지의 절반을 넘어서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농지 임대차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현행 농지법이 임차인의 권리 보호를 위해 어떠한 규정을 두고 있는 지 알아보도록 하자.

 

A씨는 농지법에 따라 임대차가 허용되는 자신의 농지를 B씨에게 2014년 11월 1일부터 2019년 10월 31일까지 5년간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 1년에 450만원씩 임대료를 받기로 했다.

B씨는 그 무렵부터 농지 위에 비닐하우스, 저온저장고 등을 설치하고 채소를 재배하였는데,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직전인 2019년 10월 1일경 A씨가 찾아와 연차임(임대료) 900만원, 임대차 기간 2년으로 임대차 조건을 변경하여야 임대차계약을 연장해 주겠다고 통보하였다.

그러면서 A씨는 B씨에게 이 같은 조건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 2019년 10월 31일까지 해당 농지에 설치된 비닐하우스, 저온저장고 등을 철거하여 농지를 반환하라고 요구하였다.


이럴 경우 B씨는 A씨가 변경한 임대차 조건을 받아들여야 할까? 아니면 5년의 임대차기간이 끝난 2019년 10월 31일까지 A에게 임차한 농지를 반환하여야 할까?

현행 농지법은 ‘묵시적 갱신’을 인정하여 임차인의 권리를 보호하고 있다. ‘묵시적 갱신’이란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3개월 전까지’ 농지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임대차를 갱신하지 않겠다거나 임대차 조건 변경한다는 뜻을 통지하지 않았을 경우에 이전 임대차기간이 끝난 때 ‘이전의 임대차와 같은 조건’으로 다시 임대차계약을 맺은 것으로 인정하는 것을 말한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이전의 임대차와 같은 조건’에 임대차기간도 포함된다는 취지로 판시하였다(대법원 2010. 10. 23. 선고 2010다81254판결).


결론부터 말하면, 이같은 규정과 판례에 따라 A씨와 B씨가 체결한 농지 임대차계약은 2019년 11월 1일부터 5년간 이전에 체결한 임대차 계약과 같은 조건으로 ‘묵시적 갱신’이 인정된다. 즉, B씨는 연차임 450만원, 임대차기간 2019년 11월 1일부터 2024년 10월 31일까지 5년동안 계속하여 해당 농지를 사용해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A씨가 2019년 10월 1일경 B씨에게 임대차 조건을 변경하겠다고 통지하였지만, 이는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3개월 전인 2019년 7월 31일을 훨씬 지난 시점에 통지했기 때문으로 ‘묵시적 갱신’에 영향을 미치지 않게 된 것이다.

이러한 묵시적 갱신은 만약 A씨와 B씨가 계약서를 쓰지 않고 ‘구두’로 농지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다만, 구두 계약의 경우 이전의 임대차 조건이 기재된 계약서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묵시적 갱신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이전의 임대차 조건을 입증할 만한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에 비해, 만약 A씨가 B씨에게 2019년 7월 31일까지 새로운 임대차 조건(연차임 900만원, 임대차기간 2년)을 변경해 통보하였다면 어떻게 될까? 과연 B씨는 임대차계약을 연장하기 위해 A씨가 변경한 임대차 조건을 모두 받아들여야 할까?


먼저, 현행 농지법은 연차임 인상과 관하여 ‘주택임대차보호법’이나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과 다르게 ‘보증금’이나 ‘차임’의 인상률을 제한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그러므로 B씨가 A씨를 상대로 변경된 연차임 900만원이 지나치게 높다고 다투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농지법상 농지소재지를 관할하는 시장·군수 또는 자치구청장에게 임차임 조정을 신청할 수 있다.


다음으로, 현행 농지법은 임대차기간에 관하여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임대차기간을 ‘3년 이상’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으며, 임대차기간을 정하지 않거나 3년 보다 짧을 경우에는 ‘3년’으로 약정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농지법이 정한 ‘특별한 사정’이란 ▲자경 농지를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이 정하는 이모작을 위하여 8개월 이내로 임대하거나 사용하는 경우 ▲임대인이 질병, 징집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불가피한 사유가 있는 경우를 말한다.


이 같은 임대차기간은 농지 임대차를 연장 또는 갱신하거나 재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의 임대차기간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이 규정에 따르면, B씨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A씨에게 임대차기간을 3년 이상으로 할 것을 주장할 수 있다. 설령, B씨가 A씨와 임대차기간을 2년으로 하여 재계약을 하였더라도 B씨는 3년의 임대차기간을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현행 농지법은 묵시적 갱신과 최소 임대차기간 규정 등을 두어 농지 임차인을 보호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규정들은 주택임대차보호법이나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에서 임차인을 보호하는 수준에 미치지 못하여 상대적으로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갈수록 임차농지의 비중이 늘어나는 실정에 맞추어 농지 임차인을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도록 농지법의 농지 임대차 관련 조항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문의. 02-501-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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