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경제부처-농민단체 간담회서, ‘개도국 포기’ 의중 드러내

7월 발생한 문제…시나리오별 농업대책 논의 ‘전혀’없어

한국농축산엽합회는 지난 8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개도국 지위 포기’에 대해 강력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사진=유영선 기자

 


정부가 WTO 개발도상국 지위를 포기했다는 입장을 농업계에 밝혔다. 정부는 지난 10일 단일 농민단체, 농민단체 연대조직 등이 모두 참석한 ‘WTO 개도국 특혜관련 농업계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농가당 자산 5억원, 전체 국내총생산(GDP)중 농업비율 1.7%(OECD 평균 1.5%)’라고 게재된 자료를 배포했다. 농업선진국 수준이니,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겠다는 의중을 농업계에 회의 형식으로 통보한 것이다.


이날 회의는 농식품부 김종훈 기획조정실장 주재로, 정부측에선 기획재정부 대외경제국장, 산업통상자원부 신통상질서정책관 등이 참석한, 실질적인 정부측 통상외교 실무라인이 총출동한 ‘중요자리’란 해석이다. 정부는 이 자리에서 개도국 지위를 포기할 경우 최대 피해 대상이 되는 농업계의 의견을 수렴한다는 입장을 피력했지만, 사실상 농업계 반발 여파를 살피는 자리였다는 게 농민단체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회의에서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더라도, 현재의 관세·보조금 수준에는 영향이 없으며, WTO 차기 협상시까지 현재의 개도국 감축방식이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미국도 다양한 경로로 현행 관세나 보조금에서 영향이 없고, 차기 WTO 농업협상에서 개도국 특혜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알려왔다는 것.


자리에 참석한 농민단체들은 강력 반발했다. 강중진 지도자중앙연합회장은 “그나마 버팀목이던 개도국 지위는 생존의 마지노선이었다. 국익이라는 이유로 여전히 농업의 희생을 요구하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관세와 보조지원이 대폭 줄고, 민간품목이라고 지키고 있던 것 마저 사라져, 결국 농민이 몰락하는 것”이라고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농민단체들은 이에 상응한 정부의 실질적인 대책을 촉구했다. 지난 7월에 이같은 문제가 발생했음에도, 정부 차원의 아무런 대책이나 시나리오를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음을 지적했다. 이날 모인 농민단체들은, 정부의 선도적 개도국 지위 포기 의사를 즉각 취소할 것을 천명했다. 또 빠른 시일내 WTO 개도국 지위 문제 논의를 위한 ‘비상대책기구’ 설립을 주장했다.

비상대책기구는 해당부처인 농식품부, 기재부, 산자부 등 경제부처와, 현 사태를 묵인할 경우 유일하게 피해를 입게 될 농업계 대표들로 구성해, 즉각적인 대책 수립에 착수할 것을 요구했다. 대책논의에서는 국내 농산물 수요 기반 확대, FTA이후 붕괴된 가격지지 장치 마련, 농가 경영안정장치의 제도화 등을 다룰 것을 정부측에 촉구했다.


한편 이보다 앞선 지난 8일 28개 농민단체 연대조직인 한국농축산연합회는 국회 앞에서, 미국의 개도국 지위 포기 종용에 대한 반대 기자회견을 가졌다. 농민단체들은 “이미 체결된 FTA로 인해 농산물의 피해가 누적되고 있는 상황에서 농축산물 수입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면서 “우리 농업의 여건상 이를 감내하고 버텨낼 수가 없다는 점에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농업계 입장을 대변했다.


농민단체들은 “FTA체결 25년간 우리 농업은 수급조절 실패로 농산물 가격 폭락과 산지폐기, 업종포기 등 희망이 사라졌고, 사람도 사라지고 있다”면서 “일방적 희생을 요구하는 정부와 맞서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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