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협동조합연맹(ICA)의 표방하는 협동조합 정체성을, 한국 농협이 가장 잘 살렸다는 평가이지, 개인의 이름으로 선정된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8일 국회 농협중앙회 국정감사장에서는 때 아닌 수상 소감이 발표됐다. 최근 ICA 로치데일공정개척자대상 수상자로 선정된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이 농해수위 의원들의 축하 세례에 미소가 꽉 찬 얼굴로 소감을 표현했다.


내년 3월에 4년 임기를 채우는 김 회장에 대해, 질의 순서가 돌아온 의원들은 일단 과업 호평 내지, 로치데일상 선정에 대한 축하 인사를 거듭했다. 국감 의원들은 ‘맹탕’이었다.


김 회장이 절대 목표치로 내세웠던 ‘농가소득 5천만원 목표’에 대해서는 아예 칭찬일색이었다. ‘모든 계획을 구체적인 목표에 설정해서 제고해 나가는 과정이 두드러졌다’는 모 의원의 평가가 압권이었다. ‘앞으로 4년간 더 국정감사에 나와 주실 것을 바란다’는 덕담에, 감사를 받는 쪽이나 질의에 나서는 의원들이나 웃는 낯빛이 만연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도덕적 해이’ ‘복마전’ ‘방만한 운영’ ‘공룡조직 해체’ 등, 목청 높이던 그 의원들이다. 질의내용만 듣자면, 일년 새 농협중앙회가 완벽하게 개혁됐고, 상전벽해도 이럴 순 없을 지경이다.

개월 수가 넘어갈 때마다 무 양파 대파 마늘 감자, 최근에 품종을 불문하고 과수까지 가격폭락으로 이어져 헤어날 길을 찾지 못하고 있는 농산물 수급 상황과 농협은 별개인가. 수입농산물이 범람한 가운데, 우리 농산물을 보호해야 할 농협이 수입산 원료로 가공식품을 만들어 파는게 괜찮은 일인가. 채권추심으로 밀어붙이고 울며 겨자먹기로 보험상품 끼고 대출 받게 하는게, 주인에게 할 짓인가. 계통사업을 빌미로 단가를 우려 챙기는게 협동조합 조직인가.


총선이 가까울수록 해당지역 농.축협을 외면할 수 없는 농촌지역 출신의 국회의원. 특히 로비력 탁월하고 든든한 지지세력으로 충분한 농협중앙회를 바라보는 선출직 농해수위 의원들의 표정은 만감이 교차할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그러나 농민들의 농협개혁에 대한 기대와 갈망 또한 현실적 문제이다. 선거를 위한 노력은 노력대로, 국정감사는 그것대로 충실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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