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라는 미국의 압력에 국내 농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직접적인 언급은 아니지만, ‘국익을 최우선’으로 결정하겠다는 홍남기 경제부총리의 지난 20일 대외경제장관회의 발언 저의는 이미 개도국임을 포기한다는 선언으로 간주되고 있다.


홍 부총리는 국민소득이 3만불이고, 상품 수출량이 세계 6위 등 우리 경제 위상이 크게 높아졌다고 전언한 뒤, 이러한 우리 경제 위상과 대내외 동향,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따져보고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얘기를 종합하면 개도국 지위를 갖고 갈 이유가 없다는 논리이다.


개도국 지위를 포기했을 경우, 유일하게 피해가 예상되는 농업분야. 이를 담당하는 농식품부 또한 홍 부총리와 비슷한 발언으로 일관하고 있다. 농식품부가 최근 만든 ‘개도국 지위 관련 논의 동향’ 자료를 보면,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는게 쉽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라고 못박고 얘기를 시작한다.

자료엔 농가당 자산 5억원, 전체 GDP중 농업비율 1.7%(OECD 평균 1.5%), 총 인구대비 농업인구 4.5%(OECD 평균 4.6%), 개도국 상품무역 비중은 중국 다음으로 2위(3.2%) 등의 지표를 나열했다. 개도국 지위를 유지해야 한다는 국민적 여론 수렴은 고사하고, 기다렸다는 듯이 ‘나는 선진국이다’를 외치고 있는 형국이다.


선진국과 개도국간 입장차이가 너무 커서 현재로선 차기 WTO농업협상 개시 여부 및 시기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얘기도 강조했다. 여기에 미국이 자국법에 따른 일방적인 보복 조치가 가능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당장 농산물 수입관세나 보조금에는 영향이 없는데다, 미국의 보복이 두려운 일인데, 굳이 ‘개도국 지위’를 움켜쥐고 있을 이유가 없다는게 자료 내용의 골자인 것이다.


개도국 지위를 잃으면 어찌되는지 걱정하는 농업계를 향해, ‘먼 훗날 일어날 피해’라고도 하고, ‘막연한 두려움’이나 ‘허깨비’로도 비유한 농식품부 관계자. 이런 분위기에서 T/F팀을 꾸려 대책마련에 착수하겠다는 농식품부의 설명이 진지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이를 믿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농민들은 불안에 떨고 걱정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간 WTO 개도국 지위를  유일하게 방패삼아 통상 협상에서 민감품목을 지켜낸 사실도 기억하고 있다. 미래의 농업협상을 꺼내지 않더라도, 지금 당장의 현실적 통상 문제를 논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이를 지켜낼 무기 또한 개도국 지위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를 무시하고 ‘아무일 없다’는 정부의 허무맹랑한 ‘저 짓’을 어찌 이해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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