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파주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돼지열병)이 처음 발병한 이후 열흘 만인 26일 현재 경기도 연천과 김포에 이어 인천 강화까지 총 7곳에서 돼지열병 발병이 확인되고 양주군 등에서 발병 의심 신고가 잇따라 접수되면서 양돈농가들의 불안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 17일 돼지열병 발병 확인과 함께 정부의 돼지열병 확산 방지 대책에 걸었던 기대가 불과 열흘 만에 물거품이 된 것이다. 특히 그동안 돼지열병 확산을 막는 심리적 방어선으로 여겼던 한강 이남 지역에서 돼지열병이 발생하면서 국내 양돈산업 몰락이라는 우려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


 26일 현재까지 돼지열병 발병이 확인된 지역은 모두 북한과 맞닿은 접경지역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북한으로부터 돼지열병이 유입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여러차례 북한과의 협력을 제안했었다. 그런데 대북금수조치로 인해 방역에 필요한 첨단 진단 기기나 관련 물품이 북한에 쉽게 갈수 없는 상황에서 북한 측에 가능성없는 제안만하고 있었다는 것이 드러났다(본지 1270호 8면). 휴전선 접경지역의 야생멧돼지 폐사체 발견 건수가 올해 급증했지만 정작 방역 총괄부처인 농식품부는 해당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는 점도 이해하기 어렵다.

지난 24일 국정원이 돼지열병으로 평안북도 돼지가 전멸했다고 밝힌 것 역시 아쉬운 대목이다. 북한에서 지속적으로 돼지열병이 발병하고 있는 상황이 좀 더 일찍 알려졌다면 접경지역에 대한 예방활동을 좀 더 강력하게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멧돼지 개체 수를 줄여야한다고 하는데 정작 주무부처인 환경부가 설치한 포획틀에 잡힌 멧돼지가 없어 감염경로에 필요한 검사조차 못하고 있다는 보도엔 한숨이 나온다. 정부가 그동안 철저한 방역을 공언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관련 부처간 정보교류나 협력에 사실상 허점이 있었던 것은 지금부터라도 반드시 고쳐야 한다. 더 이상 보여주기식 대책이나 성과에 급급해서도 안된다.


배수진(背水陣), 물을 등지고 죽을 각오로 싸운다는 말이다. 여기서 더 밀리면 죽는다는 각오로 돼지열병 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지금 이시간에도 축사문을 걸어 잠그고 스스로 고립을 자처한 체 힘든 싸움을 벌이고 있는 양돈농가와 방역현장의 일꾼들을 기억하자. 정부 당국의 확실한 방역 저지선 구축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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