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별곡서 노래한 다래, 지금도 노래 불러요”

 

“머위랑 다래랑 먹고...얄리얄리 얄라셩...” 고려가요 청산별곡의 한 소절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다래는 토종 야생다래로 우리나라에서는 20여년전부터 재배가 되고 있다.
그 시작의 주인공이 강원도 원주시 치악다래농장 노동호 대표다.


“저는 다래에 관심이 많고, 다래 생산과 가공에만 매진하고 있지만 사실 소득작물로는 역할을 못한다는 것이 솔직한 생각입니다. 또 한편으로는 다래 재배자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데 제대로 된 다래가 생산 돼 소비자들에게 많이 전해지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노동호 대표는 서울에서 식품가공 사업을 하던 중 2000년경 다래에 대한 기능성을 알게 됐고, 귀농 후 술과 식초를 만들어 내고 있다.
당시만 해도 토종다래 재배가 전무했고, 나무의 암·수 구분부터 재배시설과 가공방법, 다래의 보관까지 누구보다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또 병해충이 많고, 노동력도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토종다래 재배를 생각하는 사람들은 재배가 까다롭다는 것을 반드시 생각하고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보통 산림과수를 생산하기까지 최소 4~5년을 걸리는 것처럼 다래도 시간투자가 필요해요. 현실적으로 그 시간동안 생활을 해야하고, 기술을 습득해놔야 그나마 버틸 수 있어요. 그런데 그게 쉽지가 않아요.”


여기에다 일단 소비자들이 다래를 아직 잘 모르고, 저장성이 떨어져 보관과 유통이 쉽지 않다. 그는 이런 토종다래의 특성을 파악하고 자연농법과 가공품을 통해 활로를 찾고 있다.


치악산 속 2,000여평의 다래밭에는 10여가지의 다래 품종이 자라고 있는데 농약을 치지 않아 절반은 벌레와 새들에 의해 잃고, 절반 정도만 수확을 한다. 또 식초와 와인은 최소 3년이상 숙성을 시킨 뒤 판매를 하고 있다.


“저는 개인적으로 농업인들이 철학을 갖고 농사를 지어야 하고, 변칙은 쓰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강연을 할 때도 재배기술 보다는 인문학적인 내용을 많이 이야기하는 편입니다. 농사가 얼마나 귀한 일이고, 토종을 재배하는 것이 가치가 있는 일인지 생각해야 합니다.”


그는 수십년간 사업을 했고, 또 농업인으로 살면서 농사도 사업처럼 전력을 다해야 한다고 이야기 한다. 고독해야 하고, 치열하게 노력해야 한다는 뜻이다. 경사지고 척박한 화전밭이던 이곳에 황토집을 짓고, 밭에는 다래나무를 심어 술과 식초까지 만들고 있는 것은 그의 열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앞으로도 다래재배와 가공에 매진할 생각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다래는 농사짓기도 고약하고, 돈도 많이 벌리지 않는 작물이다. 그래도 다래를 고집하는 것은 다래의 가치를 보았기 때문이고, 거기에 자신의 농사철학을 담았기 때문이다.


“농산물에 대한 신뢰는 시간이 지나야 얻어집니다. 수년간 열매를 기다리고, 또 발효과정을 거치면서 고품질을 만들어내고, 그것을 소비자가 알아주는 순간 농업인의 보람이 생깁니다.
앞으로도 낭만은 없지만 의미있는 농사를 짓겠습니다.“

 

■ 노동호 대표가 추천하는 토종 <다래>


열매부터 껍질까지 쓰는 토종작물

 

“아! 다내!”라는 말에서 유래된 것으로 추정되는 다래 이름은 실제로도 새콤달콤한 맛과 깨알처럼 씹히는 씨앗의 말이 일품인 토종과실이다. 또 머루와 함깨 조상들이 즐겨먹던 산림과수인데 잘 익은 다래는 독특한 맛과 향이 있어 술을 담가 먹었고, 이를 미후도주라 불렀다. 또 이른 봄에는 어린 다래순을 채취해 묵나물로 먹거나 줄기에 상처를 내고 수액을 채취해 마시기도 했다.


다래는 다래나무과에 속하는 덩굴성 낙엽관목으로 우리나라의 깊은 산속, 토양이 깊고 부식질이 많은 곳에서 잘 자란다.
무엇보다 다래열매는 탄수화물이 10%를 차지해 포만감이 크고, 비타민C의 함유량도 높다.


특히 단맛이 있어 생으로 먹을 수 있고, 말려서 한약재로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다래에 이야기는 무궁무진해요. 그만큼 영양도 뛰어나고, 먹는 방법도 다양하다는 뜻이에요. 또 다래나무 껍질과 줄기는 노끈 대용으로 쓰이기도 하고요.”


그의 말처럼 최근 여러 연구에 의해 토종 다래의 기능이 밝혀지고 있고, 생식은 물론 음료, 잼 등이 개발 되면서 새로운 건강기능 식품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따라서 따라 토종 다래 재배의 확대를 통해 다양한 용도를 가진 다래의 산업 육성 기반을 마련하고, 다양한 용도 개발을 통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승정원일기에는 강원도가 동지용 진상과일로 토종 다래를 올렸다는 기록이 남아 있을 정도로 진상품목으로 유래가 깊어요. 원주시는 전국에서 다래 생산량도 가장 많은데 우리 토종다래재배가 다양한 방법으로 소비자들에게 전해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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