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생, 전국 양돈농가 ‘불안초조’

범정부 차단방역 총력, 경기북부 6개 시군 중점관리지역 지정

발병농가, 무창돈사에 배합사료 급여…‘잔반’‘멧돼지’는 위험요소 멀어져

 

파주·연천 잇단 확진, 1만5천여두 살처분

9월16일 신고접수된 경기 파주 연다산동 농가의 돼지에 대해 17일 오전 6시30분을 기점으로 ASF 확진이 내려졌다. 국내 최초 ASF 발생이다. 이 농장은 어미돼지 5두가 폐사했다는 신고로, 농림축산검역본부 정밀검사 결과, ASF 양성이 확정됐다. 농식품부는 검역본부 역학조사반을 급파, 발병원인을 파악 중이다.


17일 같은날 연천군 백학면 돼지농가에서 모돈 1마리가 폐사했다는 의심축 신고가 접수됐고, 18일 오전 7시에 두 번째로 ASF 확진이 발표됐다.


연천·파주 두농가 돼지 각각 2천369마리, 4천732마리 총 7천101마리에 대한 즉각 살처분이 실시됐다. 당초 매뉴얼상 살처분 대상지역은 500m이내지만, 철저한 확산방지 차원에서 3km로 확대했다. 이에 살처분 대상 돼지수는 주변농장까지 1만5천659두(7개농장)로 늘었다.  


ASF가 발생한 파주와 연천이 두농장 거리는 도로상 50km, 직선거리 30km 정도로, 역학조사반은 직접적인 공통의 위험요인을 찾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낙연총리 주도의 범정부 활동

이낙연 국무총리는 18일 경기 포천 소재 ASF 차단방역 현장을 방문, “차량뿐만 아니라 대인소독까지 철저히 하는 등 차단방역에 힘써달라”고 거점소독시설 관계자들에게 당부했다. 이에 앞서 이 총리는 17일 ASF 발병과 동시에 상황점검회의를 갖고, 농식품부를 비롯한 관계부처의 역할을 주문했다. 회의 참석자는 농식품부·행안부·국방부·환경부 장관, 국무조정실장, 국무2차장, 경찰청장, 농축산검역본부장, 경기·강원도지사,인천부시장 등이다.

국무총리 비서실에 따르면 이날 이총리는 농식품부에 현장 방역을 완벽하게 수행할 것을 지시했고, 외교부, 국토부, 관세청 등 관계부처에는 불법축산가공품의 국내 반입을 막도록 여행객들에게 좀더 치밀하게 홍보할 것을 당부했다. 또 ASF 발생국 여객기와 선박에 대한 일제검사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남은 음식물 처리에 모든 가용시설을 동원할 것, 복지부는 ASF가 인수공통 전염병이 아님을 국민에게 알릴 것을 지시했다.


청와대 고민정 대변인은 19일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도 24시간 가동되고 있고, 수시로 보고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대통령께서도 초기 차단의 중요성을, ASF 발생 첫날 지시했다”고 말했다.

 

농식품부, 6천300농가 세심한 예찰 당부

김현수 농식품부장관은 17일 긴급 브리핑을 통해 확진 판정 경과 보고를 했다. 이날 오전 가축방역심의회를 열고 논의했던 방역대책을 밝혔다. 이에 따르면 농식품부는 ASF 양성 판정 즉시 ASF 위기경보단계를 최고 수준인 ‘심각’단계로 격상했다. 또 17일 오전 6시30분부터 48시간 동안(19일 오전 해제) 전국 돼지농장, 도축장, 사료공장, 출입차량 등을 대상으로 전국 일시이동중지명령(Standstill)을 발령했다.


경기도에서 타 시도로 돼지 반출을 일주일간 금지하고, 전국 양돈농가 6천300호에 돼지 의심증상이 나타나는지 즉시 알아보라고 당부했다. 양돈농가에 남은음식물을 반입하는 것을 전면 금지함과 동시에, ASF 발생 접경지역 14개 시군의 야생 멧돼지 개체수 조절에 나섰다.


김 장관은 “ASF 조기 종식을 위해 지자체와 축산농가가 방역조치가 현장에서 신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협조를 당부한다”면서 “특히 축산농가와 도축장 등 관련 시설은 내외부 출입차량 소독과 ASF 의심 증상 발생시 신속히 검역본부, 지자체 등에 신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ASF 중점관리지역 6개시군 지정

농식품부는 18일부로 ASF 발생지역인 파주와 연천을 포함해 경기북부 포천, 동두천, 김포와 강원 철원 등 6개 시군을 ASF 중점관리지역으로 지정하고, 차단 방역에 집중키로 했다. 6개 시군엔 공동방제단 전환배치 등 소독차량을 총동원하고 생석회 공급량도 다른 지역보다 4배까지 늘려 집중 살포하고 있다.


이들 지역의 돼지반출금지 조치는 당초 1주간에서 3주간으로 연장하고, 지정된 도축장(파주, 연천, 김포)에서만 도축·출하토록 했다. 또 10월7일까지 3주간 경기·강원지역 축사에는 임신진단사, 수의사, 컨설턴트,사료업체 관계자 등 이외의 출입을 철저히 관리한다. 돼지농장 입구에 지자체공무원, 경찰, 인근주민 등을 전면배치해서 초소를 운영키로 했다. 기존 특별점검단 이외에 농식품부 본부 직원이 현지를 방문해 소독, 축사 출입통제, 돼지반출 금지 여부등을 수시로 점검한다는 복안이다.

 

담당 지자체 경기도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ASF 발병 해당 지자체로서 모든 자원을 동원해 확산방지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경기도는 17일부터 상황실과 대책본부를 가동하고, 24시간 비상 관리체계에 돌입했다. 이 지사는 SNS 페이스북을 통해 “경기도가 최전방임과 동시에 최후방어선이라는 각오로 확산차단에 필사적으로 대응하겠다”면서 “앞으로 타 지역의 확산방지를 위해 꼼꼼한 현장방역과 철저한 예찰검사로 과하다 싶을 정도의 강력한 대응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경기도는 철원을 제외한 도내 5개 시군 돼지농가 대상 통제초소를 설치했다. 380농가 대상으로, 포천 174, 김포 17, 파주 93, 동두천 13, 연천 83 등이다. 또 발생농장 방문차량과 역학 관계농장 임상예찰과 정밀검사를 중앙부처와 합동으로 펼치고, 도내 돼지사육 전농가 1천321개 농가를 대상으로 일일 전화 임상예찰을 실시하고 있다.


경기도는 재난안전대책본부 운영과 동시에 특별조정교부금 20억원을 파주와 연천에 긴급배정했다. 도는 앞으로 돼지열병 방역대책비 30억원을 17개 시군에 추가로 지원키로 했다.

 

‘오리무중’ 역학조사

농식품부의 역학조사반은 일단 연천과 파주의 ASF 발생 시점이 동일하다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두 농장 모두 돈사가 창이 없는 무창돈사란 점, 잔반이 아닌 일반 배합사료를 급여했다는 점, 이용하는 사료업체가 같다는 점 등에서 역학조사가 중점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또한 발병 원인이 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런 차원에서 연천의 경우 멧돼지에 의한 전염에도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


환경부는 파주 발병 농가와 달리, 연천 농가의 경우 인근에서 멧돼지 활동이 있었을 것으로 보고 북한에서 우리나라로 흘러드는 주변 하천 등에서 바이러스를 검사 중이다. 바이러스 감염 가능성은 차후 문제이고, 우선 바이러스 존재 여부 확인이 나머지 역학조사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빠른 속도로 추진해야 한다는 게 환경부 관계자의 전언이다. 환경부는 연천 농가 주변에 포획틀을 설치해 인근 멧돼지의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확인중이다.


한편 농식품부는 일단 발병 농가와 ‘역학관계’에 있는 농가와 시설 등을 모두 조사대상에 올려논 상태이다. 대략 600여 곳을 연관관계로 보고 있다. 두 농가와 연관 있는 전국 농가·시설은 충북 1, 충남 6, 전남 4, 경북 3곳 등이 조사됐다. 대부분 배합사료와 성돈 출하차량들이다.


농식품부는 일단 이들 역학관계 농가나 시설 7곳에 대해 정밀검사를 실시(19일 현재), 이상이 없어 제외했다. 차단방역 차원에서 ‘한 검사원이 하루에 한 농가 검사’를 원칙으로 하다보니, 조사작업은 그만큼 더디다는게 조사반의 설명이다.


공통된 사료회사의 배합사료를 급여했다는 점도 주시하는 대목이다. 조사반은 일단 같은 원료의 동일한 사료였는지 정밀조사에 착수했다. 또한 사료운반 차량도 주요 체크 대상이다. 오히려 사료보다 해당 차량이 전염 초기에 농장간 왕래로 전파의 주범이었을 수도 있다는 예측이 설득력을 얻는다.


무엇보다 ASF 국내 유입이 확인된 상황에서, 어떻게 유입됐는지 밝히는 것이과제이다.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태풍, 소시지 등의 축산가공품 유입, 사람의 이동, 북한으로부터의 이동 등 모든 예측이 난무한 상황이다. 때문에 공항이나 무역항 등 해외로부터의 유입 경로 정밀검사도 병행한다는 게 역학조사반의 설명이다.

 

‘초상집’ 양돈농가, 발 묶인 나날

돼지 생산자 단체인 대한한돈협회는 현재 양돈농가들이 심정을 그대로 성명서에 담았다. 한돈협회는 18일 성명을 통해 “농가들은 최근 직접적 교류와 각종 회합·모임 개최를 자제하는 등 확산방지를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다”고 입장을 전했다. 성명은 또 최근 언론들이 ASF 발병 보도를 내면서 방역현장의 과도한 취재, 혐오스런 내용 등을 여과없이 전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협회는 “일부 언론의 경우 차단방역 금지구역에 접근해 취재경쟁을 벌이고 살처분 장면도 그대로 전파를 타는 등, 농가들이 ‘두번 울게’하고 있다”고 자제를 당부했다.


돼지농가 밀집지역으로 중점관리지역으로 묶인 경기 연천의 경우 양돈농가를 비롯 군민 모두 ‘올스톱’이다. 우선 군내 가을 축제인 코스모스축제, 국화축제, 연천특산물 율무 축제 등이 모두 취소되거나 11월 중순 이후로 연기됐다. 한 돼지사육농가는 전화통화를 통해 “사양관리 중에 폐사된 돼지를 신고하는 것은 일상이다.

그런데 ASF 발병이라며, 눈앞에서 돼지를 몰살하고 묻어버린걸 목격한 심정은 어떻겠는가”라고 심정을 말했다. 인근의 한 낙농가는 “같은 축산인으로 참혹한 심정이고, 더군다나 돼지농가들은 타지역 외출도 못하고 발이 아예 묶여있어 안쓰럽다”면서 “특히 예방적 살처분이란 이유로 피해가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초조함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타지역 양돈농가들도 초상집 분위기는 마찬가지다. 오는 26일 3일간 예정된 축산업계의 대축제 ‘국제 축산박람회’에 양돈농가들은 불참하기로 했다. 특히 돼지 집단사육단지를 보유하고 있는 일부 지자체들은 더욱 비상이다. 지자체 이외에 별도의 자치 거점 소독 시설을 설치하거나, 인근도로를 자체적으로 통제한 채 주변 시설을 소독하고 있다.


전북도의 경우 26, 27일 예정인 도내 축산인 한마음대회와 수의사 한마당대회를 모두 취소했다. 20만마리의 돼지사육단지로 유명한 익산시의 경우, 농가들이 자체적으로 살수차를 동원해 수시로 방역 소독을 실시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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