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의견-우희종 서울대학교 수의대 교수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은 어떻게 현대에 오게 됐나
-ASF는 1900년대 초 아프리카 질병으로 보고됐다. 아프리카 서측의 유전자 Ⅰ형 ASF가 1950년대 승무원들 잔반을 통해 포르투갈과 스페인 쪽으로 유입됐고, 1990년대 들어 박멸된 것으로 돼 있다. 그런데 10여년 전 유전자 Ⅱ형이 아프리카 동측으로부터 선원들에 의해 조지아(그루지아)공화국, 동유럽 및 러시아연방으로 확산되고 이어 EU국가들로, 그리하여 지난해 중국으로 건너왔다. 결국 중국 주변국가에서도 확산중이다.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등은 물론 5월 북한, 최근 필리핀 발생도 보고 됐다.

 

국내 발생후 국가적 대응책은 어떤가
- ASF 발병은 언제나 가능성이 있는 현상이다. 지난 5월 북한에서 ASF가 발생했을 때부터 국내 ASF 발생은 충분히 예상했었다. 그 점에서 정부는 국내 방역체계를 갖춰왔다고 생각한다. 첫 발생 이후 고병원성 ASF 바이러스의 잠복기인 일주일에서 열흘까지가 고비임이 분명하다. 사전예방원칙에 따라 지난 일주일 동안 발생 농장과 연관된 상황에 대해서는 철저히 파악해 두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역학조사 방향이 맞다고 본다.


눈에 띄는 대목은 과거 동물방역이 행정부처 일개 ‘과’에서 담당했던 것이, ‘국’으로 승격돼 능동적 방역이 가능해졌다는 점이다. 또한 결과를 떠나서 범국가적 대응 자세 또한 호평하고 싶다. 또 한가지, 또다른 발생이 있다 해도 이는 초동방역에 실패가 아니라 연천과 파주에서 발생한 연장선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북한에서의 유입 가능성이 얘기되고 있다. 통일부는 남북 합동방역(방역협력)을 제안했지만 답이 없다고 한다. 현실적 방안은.
-지난해 11월 평양을 방문한 적이 있다. 이때도 남북 방역협력 공조를 제안했었다. 정부차원의 교류가 어렵기 때문에, 민간차원의 시도였다. 다소 긍정적인 반응이었으나 현실적으로 3중제재(UN, 미국, 남한)를 언급했다. 이러한 제재가 있는 한 방역에 필요한 첨단 질병 진단 기기나 관련 물품(ELISA, PCR기기, 컴퓨터 등)이 북에 갈 수 없다는게 현실이다. 실질적인 방역협력이 어렵다고 북측도 분명히 했다. 남으로 돌아와 그나마 조건이 괜찮은 구제역 백신과 소독약 및 구충제를 확보해 보내려 했지만, 그것 역시 어려웠다. 제재 대상 여부 및 관련 사항을 통일부를 통해 확인하는 시간이 2개월이 넘었고, 그것도 개성공단이 아닌 중국 등 제3국을 통해 전달해야 했다. 냉장이 필요한 약품들이기 때문에 불가능했다.
때문에 이러한 환경에서 통일부가 방역협력을 제안했다고 말하는 것, 현실적인 대책으로 받아들이기 힘들다.

 

역학조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에 대한 의견은.
-접경지역이다. 그간 정부지침에 따라 잘 관리된 파주나 연천의 불특정 농장에서의 ASF 발생은 북한으로부터의 유입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잠복기와 발병시기를 감안하면 9월7일 태풍 링링이 발생시킨게 아닌가 의심된다. 야생 멧돼지 문제는 이미 정부가 지난 6월 대비책 내지 지침을 내린바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태풍으로 떠내려온 죽은 사채나 오염된 물질 등의 지상 잔존물이 빗방울 형태로, 접경지대에 내릴 수 있다. 물론 유전자 분석이 나오기 전, 한 개의 추론이다. 과학이란 모든 가능성에 대해 열어두고, 추론하고 입증하는 것이다.

 

이번 상황에서 무엇을 강조하고 싶은지.
- 우려했던 일이 발생했다. 경제 및 산업 영향을 더해 많은 생명체 살처분이 실시되고 있다. 국내 발생하지 않던 질병이다 보니 나 자신을 포함해 전문가라기 보다, 방역을 언급하는 정도이다. 전염병을 단지 생물학적 질병으로 인식하지 말고, 인간사회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고민해야 한다. 그만큼 가치를 두고 연구하고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나마 경쟁력을 갖춘 양돈산업이 무너질 경우 우리의 먹거리 자체가 외국 손에, 다국적 식량회사에 좌우된다. 충분히 가능한 얘기다.


또 다른 차원에서 우리사회에서 소홀히 하고 있는 생명가치를 건강하게 구현할 수 있도록 누군가는 역할을 해야 하고, 일방적인 인간중심이 아니라 생태계 구성원이 건강하고 상생할수 있는 문화를 이루는 과정과 노력이 필요하다

저작권자 © 농업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