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연천 1만5천두 살처분…양돈농가, “억울하다” 호소

수급불안 예상 돼지고기 가격 상승…“충분한 재고, 일시적 현상”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생의 파장이 일파만파 전국을 휩쓸고 있다. 양돈농가들은 예방적 살처분에 공포와 울분을 겪고 있다. ASF 발병으로 3km이내  당장 살처분대상으로 판단 내려진 연천의 한 돼지사육농가는 19일 현재까지 억울함을 호소하며 살처분을 거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련의 모든 행사는 자의반타의반 취소·연기가 속출하고 있다. 돼지고기값은 수급불안에 널뛰기를 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ASF 중점관리지역을 지정하는 한편, 발병 경로에 대한 역학조사에 집중하고 있다. 9월말까지 고비로 보고 차단방역에 사력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17일 경기 파주에 이어 연천 백학면에서 신고접수된 돼지농장(4천700두규모)에서 18일 ASF 확진판정이 났다. 이에 따라 농식품부는 파주 농장 돼지 3천950마리, 연천농장 4천732마리를 모두 살처분 매몰했다. 여기에 철저한 ASF 차단방역 차원에서 매뉴얼상 500m이내만 살처분 대상인 것을, 3km까지 늘려 총 7개농장 1만5천659마리를 예방적 살처분키로 했다.

연천의 확진농가 주변 3km내 한 살처분 대상농가는, ‘발병도 안했는데 어떻게 살처분할 수 있느냐’며 거부의사를 보여, 방역당국의 설득작업이 한창인 것으로 알려졌다. 예전 구제역 때와 마찬가지로, 예방적 살처분에 대한 양돈농가들의 반감과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는게 연천군 축산단체 관계자의 전언이다. 


농식품부는 18일부로 파주와 연천을 포함, 포천, 동두천, 김포, 강원 철원까지 6개 시군을 ASF 중점관리지역으로 지정하고, 집중 방역에 나섰다. 6개 시군에는 공동방제단으로 전환배치하고 소독차량을 총동원해 집중 소독하고 있다. 생석회 공급을 다른 지역보다 최대 4배까지 늘려 축사주변에 집중 살포한다는 방침이다.


중점관리지역은 또 당초 1주간이던 돼지반출금지 조치를 3주 늘렸다. 이들 지역은 10월 7일까지 지정된 도축장인 파주, 연천, 김포 3곳에만 도축·출하하고 다른 지역으로 반출은 금지하게 된다. 또 똑같이 3주간 질병치료 목적을 제외하고는 임신진단사, 수의사, 컨설턴트, 사료업체 관계자 등은 출입금지 조치했다. 당연히 돼지사육 농장주인들은 내부에서 발이 묶인 상태.


17일 ASF 첫 발생 발표후 오전 6시30분부터 내려졌던 ‘전국 일시이동중지명령(Standstill)은 48시간 뒤인 19일 새벽에 풀렸다. 그러나 진원지인 경기도에서 타 시도로의 돼지반출은 24일 새벽까지 일주일간 금지됐다. 전국에서 돼지를 키우는 6천300농가는 의심증상이 나타나는지의 여부를 지속 살펴야 한다는 게 정부측 설명이다.


ASF 발병 여파로 돼지고기값이 급등했다. 17일 현재 돼지고기 도매가격은 지육 kg당 5천828원으로, 전날 4천403원보다 32.4%나 뛰었다. 이동중지명령에 따른 중도매인들의 불안심리가 작용했다는게 정부측 진단이다. 농식품부는 이같은 현상이 일시적인 가격 상승으로 보여지며, 특히 파주와 연천에서의 살처분이 수급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현재 돼지사육 마릿수가 평년대비 13% 많고, 육가공업체 등이 충분한 재고물량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불안요인이 금방 사라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때문에 양돈업 뿐 아니라 축산관련 가을 행사가 줄줄이 연기내지 취소되고 있다. 당장 26일부터 예정된 국제축산박람회가 양돈농가들의 참가를 제한해서 행사를 가질 계획이다. 행사 주최측은 한돈협회에 참가 자제 요청 공문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또한 한돈자조금관리위에서 마련한 ‘한돈데이 행사’가 전격 취소됐다. 경기권에서는 지역단위축협들의 각종 행사 취소 통보가 잇따르고 있다는 전언이다.


연천에서 낙농업을 하고 있는 최 모(53)씨는 “같은 축산업에 종사하는 입장에서 양돈농가들이 불안하고 억울해 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침울하다”면서 “엄밀히 말해 정부가 정해준 매뉴얼대로 사양관리에 충실했던 농가들이란 점에서 예방적 살처분이나, 출입제한 조치 등은 모든 상황이 마무리된 뒤 확실한 보상조치가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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