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농업기술 명인(名人)을 찾아서-포도 농업기술명인 박용하 씨
대한민국 농업기술 명인(名人)을 찾아서-포도 농업기술명인 박용하 씨
  • 위계욱 기자
  • 승인 2019.09.20 11: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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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 1% 포도 생산…대한민국을 사로잡다

 

30여년전 건설회사에서 승승장구를 거듭하던 박용하(봉도월 대표) 씨는 뜻하지 않게 고향으로 돌아와 농토를 지켜야 했다. 부친께서 평생 지어온 포도농사는 곁눈질로 수없이 경험했기 때문에 자신감이 넘쳤다. 그러나 막상 현장에서 직접 체감한 포도농사는 결코 녹록치 않았다.


남들은 쉽게 포기하고 도시로 돌아가는 게 현실적이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길로 무려 6개월간 ‘농업인 박용하’를 설계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어떤 농사를 어떻게 짓는 것까지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했다.


귀농하던 해가 1994년. 곧장 이듬해에 4,000평 규모의 시설하우스를 설치했다. 당시 노지재배가 대세였던 터라 막대한 비용이 투입된 시설하우스 포도 농사는 주변 농가들의 비웃음거리가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남들과 똑같은 포도농사 보다는 차별화된 품질, 출하시기 조절로 자신의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넘쳤다.
이후 그는 성공가도를 달려왔고 지난해 최고농업기술 ‘명인(名人)으로 선정됐다.

뿐만 아니라 포도 수출을 위한 공헌 외에도 시설포도 지중 냉온풍장치 특허등록, 지역 내 봉사활동, 한국농수산대학 실습농장 운영, 농업기술습득을 위한 단국대 유기농 최고전문가과정 수료 등 다양한 활동으로 지역사회에서 귀감을 사고 있다.

 


남들과 차별화된 포도, 승승장구 밑거름

사실 박 대표는 건설회사에서 꽤나 잘 나가던 인재였다. 탄탄대로를 걷을 것만 같던 그는 친형님의 뜻하지 않던 교통사고로 인해 고향인 천안으로 귀농을 하게 됐다. 어쩔 수 없이 귀농을 선택했지만 그는 부친이, 그리고 주위 농가들이 짓던 방식의 포도농사는 짓지 않겠다는 소신이 있었다.


그러나 막상 시작된 포도농사는 고되기만 하고 변변치 않은 수확물이 전부였다. 이렇게 해서는 안되겠다는 절박함에 무려 6개월 동안 ‘농업인 박용하’를 설계하기 시작했다. 설계가 끝난 이후 그는 1995년 당시 전국 최대 규모인 4천평의 시설하우스를 설치하고 포도농사에 뛰어들었다.


주변에서는 ‘미쳤다’는 손가락질을 받았다. 당시 노지포도 농사만으로도 먹고 살만했던 시절에 막대한 비용을 투입한 시설하우스 포도농사는 낯설었기 때문이다. 시설하우스를 고집했던 것은 포도 품질을 높일 수 있는데다 출하시기를 조절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설하우스는 여름철에 더욱 뜨거워 오히려 포도농사에 걸림돌로 작용됐다. 이때 하우스 온도를 낮출 수 있는 방법을 고민 끝에 지중냉풍장치를 개발하고 특허취득을 완료했다. 그는 폴리에틸렌(PE) 소재로 된 직경 60㎝, 길이 230m 관을 시설하우스 내 땅속 1.4m 깊이로 묻어 놓고 관 한쪽 편에 송풍기를 설치, 일정한 온도의 지하관속 공기를 지상으로 내 보내도록 했다.


지중냉풍장치 원리는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땅속 특성을 활용한 것. 땅속 공기를 지상으로 뽑아내 겨울에는 난방용, 여름에는 냉방용으로 사용하는 방법이다. 지중의 온도는 여름철에는 14도, 겨울철에는 20도 안팎이다. 그가 개발한 지중냉풍장치를 활용할 경우 겨울철에는 난방비를 63% 절감할 수 있고 여름철에는 외부보다 3도 이상 온도를 낮출 수 있다.


특히 지중냉풍장치는 포도 출하시기를 조절할 수 있도록 해 포도가 부족한 시기에 출하가 가능해져 높은 소득을 올릴 수 있다고.
통상적으로 8월 초~중순까지는 무더위가 절정에 달해 포도 출하량이 급감하는 시기이지만 그는 지중 냉방장치를 활용해 이 시기에 출하를 집중하고 있다. 이 시기에 출하가 집중되면 소득이 2배 이상 향상될 수 있다.

 

포도나무가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대다수의 농업인들은 자신만 편하고자 작물의 고통은 무시합니다. 작물이 자랄 수 있는 편한 환경을 조성해줘야 품질이 좋아지는데 농업인들은 작물의 재배환경 개선에는 무관심합니다.”


그는 포도농사를 짓는 농업인들이 잡초 발생을 억제키 위해 멀칭하는 것은 포도농사를 망치는 지름길이라고 지적했다. 단순히 잡초 잡자고 설치한 멀칭은 여름철이면 뜨거운 열을 고스란히 흡수해 포도나무에 그대로 전달하는 복사열로 인해 포도 알갱이가 터지는 문제점을 야기하고 있다.


그는 현재 9천평 규모의 포도농사를 짓고 있다. 4천평의 시설하우스에서는 ‘거봉’을, 5천평에서는 ‘샤인머스켓’을 재배하고 있다. 다른 품종을 재배하는 것은 출하시기를 분산하는 효과와 함께 부부의 노동력으로 충분히 관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는 두 곳의 포도농장에서 일부러 잡초를 키운다. 남들은 잡초에서 옮겨지는 병충해가 걱정이라고 우려의 시선을 보내지만 잡초에서 병충해가 전달될 가능성은 거의 희박하다.


그가 주창하는 잡초 재배의 이점은 우선 잡초가 자라는 토양은 공기 순환이 원활해 포도 뿌리까지 그 영향이 미친다. 잡초는 또 수분을 함유하고 있어 제아무리 날씨가 가물어도 수분이 마르지 않도록 조절해 주는 역할을 한다.


특히 다 자란 잡조를 베면 다양한 유기질성분이 함유된 거름 역할까지 하게 돼 포도의 당도를 최고로 끌어올 릴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가 재배한 포도는 당도가 20브릭스가 넘는다. 이 때문에 그가 생산한 포도를 두고 ‘대한민국 상위 1% 포도’라고 당당하게 인정해주고 있는 것이다.

 

포도수출 선봉 역할 도맡아

 

탄탄대로를 걷던 그는 바쁜 와중에도 포도 수출을 위해 동분서주 행보를 이어갔다. 좁디좁은 국내 시장을 두고 농업인들끼리 죽자 살자 경쟁하기 보다는 드넓은 해외시장을 공략해 대한민국 포도의 명성도 쌓고 국내시장도 안정화를 꾀해 보자는 의지에서다. 


그는 현재 천안포도유통센터장과 한국포도유통사업단장을 겸직하고 있다. 그가 추진한 대한민국 포도의 최초 수출 국가는 중국이었다. 그는 지난 2015년 중국 수출 농가를 모집하기 위해 3회에 걸쳐 천안 거봉포도 농가를 대상으로 공청회를 진행하고 천안포도수출단을 규합했다. 그 결과, 같은 해 국내 최초로 거봉 포도를 중국과 대만, 베트남 등에 수출했다. 수출물량은 45톤. 거봉포도의 첫수출 길을 연 주인공이 된 것이다.


그러나 중국 수출 길은 곧 가시밭길이 됐다. 제대로 된 선과시설을 갖추지 않으면 수입을 중단하겠다는 중국 측 요청에 따라 충남도청과 천안시청 등을 뛰어다니며 공무원들은 물론 회원농가들까지 설득해 예산을 확보, 2016년 천안포도유통센터를 건립하게 됐다. 이를 계기로 천안 포도의 해외수출은 그야말로 ‘대박’을 쳤다.


그는 포도 농가들의 소득 증대와 내수시장 안정을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다. 회원농가들이 생산한 친환경 거봉포도를 서울지역 학교급식에 전부 납품한 것은 물론 제주도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을 겨냥해 500g 단위 소포장한 포도 상품을 개발했다.


그는 “우리가 첫(수출) 길을 열어놓으면 후발주자들이 수월하게 들어오지 않을까 라는 소신으로 해외수출에 뛰어들었다”면서 “특히 잇따른 FTA 체결에 따른 한국농업의 위기를 수출로 극복하고 싶은 욕심과 외국 농산물처럼 한국 농산물도 수출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수출에 나섰던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사는 삶이 중요

본격적으로 포도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 고민이 컸던 것이 자신의 자녀들도 즐겨먹는 포도에 화학농약을 살포해서는 안된다는 판단이 있다. 그길로 그는 친환경농업으로 전환했다. 화학농약의 달콤함을 버린 대가는 혹독했지만 친환경농업에 대한 노하우를 쌓게 되면서 오히려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는 계기가 됐다.


국내 포도시장은 친환경인증을 받은 포도 물량이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그가 생산한 포도의 80%는 경기도친환경급식센터로 납품되고 있다. 도매시장 출하보다 꽤 높은 소득을 올릴 수 있다고. 더욱이 그가 생산한 포도의 높은 품질이 알려지면서 매년 청와대로 납품되는 경사를 맡기도 했다.


더욱이 그는 대부분의 포도 농가들이 잡초 제거를 힘들어 해 멀칭 재배로 포도농사를 망치기 일쑤인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동력제초기를 찾던 과정에서 기존 제품보다 1/4가격으로 구매가 가능한 제품을 찾아 농가들에게 적극 권장하고 있다. 현재 한국포도회에 가입한 4천여 회원들로부터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또 그가 개발한 지중냉방장치가 민간 기업으로 기술 이전되면서 설치비용이 상승, 농가들에 부담이 되고 있다는 소식에 그는 과감하게 특허를 포기했다. 더 많은 농가들이 저렴하게 활용하는 것이 도리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박용하 명인은 “1년이면 포도농사 재배법을 알려달라고 찾아오는 사람들의 숫자를 헤아릴 수 없을 지경이지만 그들이 던진 질문에 한치의 소홀함을 갖고 응대하지 않았다”면서 “남들보다 조금 더 가진 지식을 주변과 나눔으로써 더 큰 포도시장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내가 가진 노하우를 아낌없이 알려주고 있다”고 말했다. 

농업인신문, NONGUP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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