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주요 공약 중 하나였던 ‘유전자변형식품(GMO) 완전표시제’ 도입이 사실상 물 건너간 상황에 이르렀다. 국내 굴지의 장류 제조·판매 기업들이 제도 도입에 부정적인 입장을 지속해온 결과로, 제도 도입을 줄기차게 요구해온 시민사회단체들이 더 이상 이들 기업들과의 대화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때문이다.


GMO완전표시제는 식품원료로 GMO 작물이 사용됐다면 최종 가공생산품에 이 작물의 DNA에 남아 있는지 없는지와 상관없이 ‘GMO’라고 표기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현행법상 GMO 작물이 사용됐더라도 최종 가공제품에 그 작물의 DNA가 남아있지 않다면 표기하지 않아도 된다.

이 때문에 시민단체들은 수 년 전부터 소비자의 알권리와 선택권을 위해 제도 도입을 요구해 왔고,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도 주요 이행공약 중 하나로 받아 안았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통해 사회적 이슈로 등장하기 전까지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다가 겨우 적극적인 입장으로 돌아섰다. 다만, ‘GMO 표시제도 개선 사회적협의회’라는 협의 테이블을 마련해 관련 산업계와 도입여부를 결정하라는 단서를 달았다.


다시 1년여가 지난 지금, 협의 테이블은 없었던 일로 됐다. 9차례나 논의가 진행됐다는데 어쩌다 이 모양이 됐을까. 산업계는 정부에 등떠밀려 어쩔 수 없이 테이블에 앉긴 했지만 애초에 제도 도입을 수용할 생각 자체가 없었다는 게 시민단체의 전언이다. 게다가 주무부처인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중재도 미진했다고 한다. 시민단체들은 사회적협의회 뒤에 숨어서 이해당사자끼리 합의하라는 식으로 뒷짐만 졌다고 강력 토로했다.


우리나라는 1년에 200만톤 이상의 GMO 식용 농산물을 수입해 오고 있고 가공식품 원료로 사용되고 있다. 문제는 GMO 자체의 안전성에 대해 과학적 검증이 이뤄지지 않아 안전한지 위험한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그 검증이 이뤄질 때까지는 GMO에 대한 알권리와 안전에 대한 선택권이 있어야 한다. 안전하지 않다는 결론에 대한 방편에서다.


이제 더 이상 논의자리는 없을 것이라고 보면 정부의 의지만 남았다. 정부 공약이니 무조건 이행해야 한다기보다 많은 국민들이 알권리와 선택권을 요구하는 현실을 더는 외면하면 안된다. 무책임했던 지난 정권의 과오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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