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정부가 20여년간 유지해온 세계무역기구(WTO) 개발도상국(개도국) 지위 포기를 검토 중이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농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최근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격화되면서 우리나라의 개도국 지위 상실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었었는데, 결국 지난 4일 산업통상자원부 고위 관계자의 입을 통해 정부가 개도국 지위 포기로 방향을 잡았다는 것이 알려진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19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당시 선진국임을 선언하라는 요청을 받았지만 농업분야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여 농업을 제외한 나머지 분야에서는 개도국 우대혜택을 주장하지 않기로 합의하고 WTO에서 개도국 지위를 유지해왔다.

농업분야에 대한 개도국 지위를 포기할 경우 수입농산물에 높은 관세를 매겨 자국 농산물 시장을 보호하거나 보조금을 통해 국내 농산물 가격을 유지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전망이다. 쌀의 경우 2015년 부터 매년 40만9000t을 의무 수입하는 대신 513%의 높은 관세율을 적용해 국내산 쌀값 하락을 막아왔지만 개도국 지위를 포기할 경우 관세율을 393% 이하로 낮춰야 할 수도 있다. 대부분 쌀 직불금으로 쓰는 1조4900억원 규모 농업보조금 총액도 개도국 지위가 상실될 경우 8195억원으로 한도가 절반 가까이 줄여야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농식품부는 지난 7월27일, 언론에서 제기한 개도국 지위 상실 우려에 대해 “쌀 관세율 513%를 포함한 현재의 농산물 관세율은 WTO 회원국들의 동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그대로 적용되고 농업보조금 축소 역시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해명했다. 문제는 “개도국 지위를 미리 포기할 경우 차기 협상 내용에 따라 농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농식품부 스스로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정부의 WTO 개도국 지위 포기검토가 농민들의 의사와는 전혀 무관하게, 농업의 희생을 전제로 추진되고 있다는 것이다. 세월이 아무리 지나고, 정권이 아무리 바뀌어도 농촌과 농업, 농민의 삶은 안중에도 없는 정부의 행태는매번 되풀이되고 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수입개방으로 인해 황폐화된 우리 농촌과 농업을 살리기 위해 300만 농민들이 지금 무엇을 해야할지 심각하게 생각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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