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농식품부는 농어촌상생협력기금에 현물출연 허용을 핵심내용으로 하는 ‘자유무역협정 체결에 따른 농어업인 등의 지원에 관한 특별법’ 개정법률안이 공포되었다고 밝혔다. 현물출연 시 금액산정 방법, 세제혜택 산입방식 등 기준을 마련하고 기업을 대상으로 적극 홍보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농어촌상생기금은 2015년 한·중FTA 국회 비준 당시 시장개방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는 농어촌과 농어업인들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FTA가 체결되면 대기업과 제조업 등 특정 대상은 혜택을 받지만 농어업과 농어촌은 지속적으로 피해를 보는 것이 분명한 만큼 고통분담 차원에서 별도의 기금을 조성해 농어업을 돕자는 취지였다. 당시 농민단체를 중심으로한 농업계에서는 FTA로 수혜를 입는 산업에서 이익의 일부를 환수해 농어업 등 피해산업을 지원하는 무역이득공유제를 주장했다.

하지만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과 야당이었던 새정치연합, 그리고 박근혜 정부는 3자간 합의를 통해 민간기업과 공공기관, 농협·수협 등의 자발적인 기부금으로 매년 1,000억원씩 총 1조원의 기금을 조성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농민단체들은 민간기업이 자발적으로 내는 기부금으로 1조원의 기금을 조성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반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017년부터 모금을 개시한 농어촌상생기금의 모금액은 2017년 309억원, 2018년 231억원, 2019년 7월 기준 35억원 등 총 575억원에 불과하다. 그나마 대부분은 한전 등 공기업이 출연했고 민간기업이 출연한 금액은 88억원에 불과하다.

2015년 당시 농민단체가 우려했던 대로 된 것이다. 문제는 상황이 이런대도 불구하고 정부가 기금조성을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들이 기금 조성이 미흡한 것에 대해 지적하고 대기업의 참여를 독려했던 것과 비교해도 정부 차원의 관심과 대책 추진은 턱없이 부족하다. 현금 대신 농촌에 필요한 농기계나 장비, 가전제품 등 다양한 형태의 현물 출연이 가능하도록 법을 개정한다고 해서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기부금을 납부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근거없는 환상에 불과하다.

농축산물 수입개방으로 인해 우리 농어촌과 농어민의 삶은 점점 피폐해지고 있다. 적어도 정부와 국회, 대기업이 한중 FTA 국회비준안 처리에 급급해 농어민을 속이려한 것이 아니라면 농어촌상생기금의 차질없는 조성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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