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고기산업의 불황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계분’이 찬밥신세로 전락되면서 정상적인 입추까지 타격을 받으며 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육계사육농가들이 웃돈을 주겠다고 해도 퇴비업체들이 계분처리를 외면하면서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불과 수년전 육계농가들의 부수입 역할을 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던 계분이 졸지에 ‘골치 덩어리’로 전락한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는 지난 2012년, 2014년 각각 개정된 유기질비료 지원사업 지침이 원흉이라고 꼬집는다. 유기질비료 지원사업 지침은 개정을 통해 가축분퇴비와 퇴비가 차등없이 부숙 유기질비료로 통일돼 ▲특등급 1,100원 ▲1등급 1,000원 ▲2등급 800원으로 보조금이 지급되도록 했다.


특히 원료의 50% 범위 내 음식물 처리물을 사용가능토록 하고 국가 보조금 지원을 계분보다 음식물에 높게 책정하면서 계분은 자연스럽게 뒷전으로 밀리게 됐다는 것이다.


또한 남은 음식물과 도축폐기물을 사용해 만들어진 비료가 ‘가축분퇴비’로 판매되고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가축분퇴비’라는 명칭을 사용하면서 경종농가들은 가축분 퇴비만을 사용해 만들어진 양질의 퇴비로 충분히 오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남은 음식물과 도축폐기물을 사용한 가축분퇴비는 염분이 지나치게 높아 자칫 경종농가가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는 만큼 명칭 사용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계분이 외면 받는데 결정적인 역할은 ‘수입유박’ 때문이라는 지적이 높다. 유박은 식물의 종자에서 기름을 짜고 난 찌꺼기이다. 문제는 심각한 환경오염 문제와 안전성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수입유박은 값싸다는 인식으로 사용량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 반면 계분을 비롯한 축산분뇨는 수입유박 판매량만큼 처리되지 못하고 누적돼 또다른 환경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전북 남원의 한 퇴비업체 대표는 “국내에도 퇴비제조에 필요한 원재료가 지나치게 많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기름을 짜다 남은 수입유박에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계분을 외면받게 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행정”이라면서 “수입유박 1포가 판매될 때 계분퇴비 3포가 덜 사용되는 만큼 앞으로 계분 처리 문제는 더욱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밖에 없어 수입유박에 대한 보조금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동물복지인증을 받은 육계농가들이 계분을 재사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거세다. 현재 동물복지인증 기준은 닭이 출하할 때마다 계분을 교체토록 규정돼 있으나  1회 사용한 왕겨는 퇴비로써 가치가 떨어진데다 계분처리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매회 왕겨를 교체하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지적이다. 미국 등 선진국 경우 3년 정도 깔짚을 재활용하는 것이 보편화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시급하게 제도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육계협회 관계자는 “유기질비료지원사업은 농림축산 부산물의 재활용·자원화를 촉진하고 토양 비옥도 증진 및 토양환경 보전을 통해 지속 가능한 친환경농업을 육성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면서 “그러나 현재의 지원사업이 오히려 계분을 비롯한 축산퇴비의 재활용과 자원화를 어렵게 하고 있는 만큼 당장 현실을 직시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농업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