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선택한 농삿길 후회 없이 잘 달렸네요”

 

장호원 한국농촌지도자의성군연합회장은 고향인 의성군 안평면에서 복숭아와 자두를 재배하고 있다. 농사만 40년, 일흔에 가까운 나이지만 외부일이 없을때는 밀짚모자에 작업복을 입고 하루종일 농장에서 시간을 보낸다. 세월이 흐르고, 황무지 같던 땅이 그의 노력으로 과수원의 모습을 갖췄고, 과수농사로 자식 넷을 잘 키워냈다. 그는 평범하게 살아온 것이 가장 감사하다고 이야기 한다.


 “평범하게 사는 것이 가장 잘 사는 것”

“내가 뭐 신문에 나갈 정도의 사람인가? 허허허. 나는 우리 또래 다른 농업인들처럼 평범하게 살아왔어요. 인생의 절반 넘게 농사 지으면서 살았고, 농사 지어서 애들 키우고 가족들하고 다복하게 살고 있어요. 누구는 평범하게 사는 것이 가장 어렵다고 하는데 그렇게 생각하면 그런대로 잘 살아온 것 같아요.”


장호원 한국농촌지도자의성군연합회장은 스스로 평범하게 살아왔다고 하지만 젊은 시절 맨손으로 시작해 지금은 두 곳의 농장, 7,500평의 면적에서 복숭아와 자두를 재배하고 있다.


의성군 안평면 골짜기에 자리잡은 농장에는 곧 수확을 앞둔 복숭아가 탐스럽게 매달려 있다. 8월초부터 수확을 시작한 복숭아는 추석을 전후로 해서 가장 많이 수확되고, 10월 초까지 딴다고 한다.


그는 지난 1982년 가족들과 대구광역시에서 하던 직장생활을 접고 고향인 이곳으로 들어와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농사초기에는 고추와 사과농사를 지었지만 기후가 안맞아 복숭아와 자두로 전환한 것이 성공적이었다.


“내가 평범하게 잘 살았다고 하는 것은 그동안 다행스럽게도 태풍이나 화재같은 재해를 안 입었어요. 그래서 뭐 역경을 이겨냈다던가 하는 스토리는 없는데 그래도 가족들 덜 힘들게 한 것만 해도 잘 했다 싶어요.”


그는 젊었을때는 이장도 했고, 지금까지 농촌지도자를 비롯한 여러 농업인단체에서 활동을 해 오고 있다. 농촌지도자회 역시 1985년부터 활동을 시작해 지역의 면회장부터 군감사, 부회장을 거쳐 회장까지 맡고 있다.

 

농촌지도자 동료들이 큰 재산

농촌에 살면 어떤 농업인단체든 보통 한 가지는 활동을 하게 된다. 그는 농사 초반 농업경영인과 농촌지도자회 활동을 2년여간 병행하다가 농촌지도자회에서 꾸준히 활동을 하고 있다. 그리고 농업인단체 활동은 힘든 점도 있지만 잃는 것 보다 얻는 것이 더 많다고 이야기 한다.


“요즘은 좋은 사람 많이 아는 것도 재산이라고 하잖아요. 그것만 해도 큰 자산이에요. 농촌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우리 지역은 물론이고 타 지역에 있는 좋은 분들도 많이 알게됐어요. 가깝게는 우리 의성군 회원들이 있고, 또 인근지역이고, 친구로 지내는 손재웅 안동시연합회장이나 정규복 봉화군연합회장 같은 사람도 있고요. 많은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농사도 더 즐거운 것 같아요.”


그는 지난해부터 750명으로 구성된 한국농촌지도자의성군연합회를 이끌고 있다. 그는 평소 욕심없이 단체생활을 하는 것을 추구하고 있는데, 회원들보다 조금 더 부지런하고 나누려는 노력 덕분인지 활동을 하는데 회원들의 참여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그는 스스로 첫 회장을 맡은 지난해는 두서가 없었다고 평을 내린 가운데 올해부터는 현지견학이나 교육을 갈 때 인원이 100% 채워진다고 한다.


“기분이 좋지요. 군소리 하는 사람이 없고요. 이렇게 하라고 회장 시켜주는 것 아니겠어요. 조직의 리더는 내 가까이 보다는 멀리서부터 베풀어야 하는 것 같아요. 늘 그 점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또 나부터 실천을 해야 조직이 잘 돌아갈 수 있어요.”


이와함께 그는 지역의 의성군농업기술센터의 정영주 소장과 장승연 농촌지도사 등 직원들에게도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


“농업기술센터에서 농업인들에게 물심양면으로 늘 지원을 해주고 있고, 신뢰가 큰 것 같아요. 또 의성군농촌지도자는 지금까지 자체 행사를 안했는데 의성군과 농업기술센터의 지원으로 내년에는 처음으로 의성군농촌지도자대회가 열려요.”

 

복숭아, 자두 값 내려가 걱정많아

 

올해는 복숭아와 자두값이 많이 떨어지면서 그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복숭아는 지난해 가격의 반도 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는 냉해, 서리 같은 피해를 입지 않아 작황이 좋은데다 불경기로 소비가 줄어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자두는 비가 많이 오고, 열과가 많이 나오면서 농업인들이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일반 자두농가들은 예년에 비해 평균 3분 1정도만 수확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자두는 수확량이 확 줄어드니 소득도 줄어들잖아요. 복숭아는 작년에 2만원 넘어가던 황도계열이 올해 1만원 초반이에요. 평균적으로 올해 큰 수해가 없어서 양은 많고, 경기는 나빠져서 힘든거에요. 복숭아는 일부농가만 예년 수준을 유지하는 것 같고, 우리도 지금부터 4천박스를 따야 하는데 걱정이 돼요.”


그래도 그는 젊은 농업인들을 더 걱정한다. 자신처럼 오래 농사를 짓은 농업인들은 힘들지만 한 해 정도는 버틸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젊은 사람들이나 농사 경력이 짧은 사람들은 굉장히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다.


경상북도 23개 시·군 가운데 의성군은 172가구를 유치해 귀농, 귀촌 1위를 달리고 있다.  특히 의성군은 저렴한 토지가격과 마늘, 사과, 자두, 복숭아, 가지 등 다양한 작목의 선택 폭이 넓고, 6차 산업과 연계된 선진 농업이 가능한 귀농하기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평이다. 여기에 귀농·귀촌인의 조기 정착을 위한 맞춤형 교육·지원시책과 예비귀농·귀촌인 유치를 위한 의성군의 적극적인 지원이 귀농귀촌가구의 전국평균 감소폭을 줄이는 배경이 됐다.


이밖에도 의성군은 현재 귀농인 주거환경개선, 새내기 귀농인 육성, 귀농인 정착지원, 귀농 농업창업 및 주택구입지원 사업 등 안정적인 영농을 위한 다양한 지원정책을 펼치고 있다.


“농업인들도 빚 한 번 져 버리면 몇 년간 고생을 해요. 우리 마을에도 10년전에는 내가 두 번째로 어렸는데 지금은 나보다 어린 사람이 20명 정도 되거든요. 이 사람들이 농사를 잘 짓고 잘 살아야 마을이 유지돼요. 올해만 해도 한 사람은 감자로, 또 다른 사람은 고추로 손해를 많이 봤다고 하는데 빚이 많이 생기면 다시 도시로 돌아가기 때문에 옆에서 많이 도와줘야 해요.”


이미 올해 의성군에서도 마늘과 양파밭을 갈아 엎은 농가가 수두룩하고, 그 역시 이런 상황이 몇 년간 지속되면 농사를 접을지도 모른다고 한다.


“농사짓는 사람이 농산물이 제대로 안 나오고, 값을 못 받으면 살길이 없잖아요. 지금은 대농 위주로 정책이 만들어지는데 우리 같은 소농들을 위한 정책이 많아야 농촌이 유지될 수 있어요.”

 

 “돈 보다 가족이 우선되는 농사 지을 것”

그는 특별한 때가 아니면 아내 이희자씨와 둘이서 농사를 짓는다. 밭 어느 곳 하나 부부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정성들여서 농사를 지어왔다.
가족에 대한 사랑이 남다른 그는 최근 아내의 건강에 무리가 오면서 앞으로 농사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


“사람 나고 돈 났잖아요. 미우나 고우나 옆에 있는 아내가 몸이 안 좋은 걸 보니 정말 돈이 무슨 소용이 있겠나 싶더라고요. 그래서 내년에는 농사를 조금 줄일까도 고민을 하고 있어요. 아마 나 뿐만 아니라 우리 또래 농업인들이 한번 쯤 해보는 생각일 것 같아요. 이제 막내만 결혼하면 출가도 다 시키는데 조금 더 많이 쉴 것 같아요. 지금은 엄마가 컨디션이 안 좋으니 아이들 넷이 주말마다 내려와서 농사를 거들고 있는데 허투루 키우진 않은 것 같아요.(웃음).


그는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 앞으로도 고품질의 복숭아와 자두를 키워낼 생각이고, 장기적으로는 농촌지도자의성군연합회와 지역 농업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 나갈 계획이다.


특히 의성군농촌지도자회가 경북은 물론 전국에서도 인정받는 농업인단체로 만들고 싶다.
“처음 농사를 시작할 때는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아 막막했어요. 그래도 아내와 당장 번듯한 농장은 아니더라도 차근차근 만들어나가자는 마음으로 농사를 지어왔어요. 그러다보니 농사기술이 늘고, 농업인단체 활동을 통해 사람들을 많이 알게 되면서 지금까지 왔어요. 이제 황혼의 자락에 서 있는데 조금 덜 벌더라도 즐겁게 살고 싶고, 무엇보다 우리 의성군농촌지도자회가 잘 됐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한 가지 더 바람이 있다면 젊은농업인들이 농촌에 많이 들어오고, 활기찬 농촌이 되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오랜 농사 속에서도 자신보다 가족, 단체, 농업을 먼저 생각하는 장호원 회장. 농사를 놓는 날까지 그의 열정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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