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 곤충산업과 김은선 박사

 

아프니까 청춘이라지만 아픈 것 좋아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1800년대 신흥 시민 계급의 대표 의사였던 L. 뵈르네는 질병은 천 개지만 건강은 하나밖에 없다고 했다.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천 개나 되는 고비를 넘겨야 한다는 뜻이었을까. 다행히도 우리 몸에는 선천성면역과 후천성면역이 있어 외부에서 유입된 유해물질과 유해미생물을 방어하는데, 이를 통해 수많은 질병으로부터 몸을 지킬 수 있다.


인간뿐만이 아니다. 곤충도 수많은 질병과 싸우며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다. 곰팡이, 세균, 바이러스 등은 생존을 위해 곤충을 이용하는 미생물들이다. 곰팡이의 경우, 분생포자가 곤충 표피에 도달하면 기계적인 힘과 화학작용으로 곤충의 몸 안에 들어가게 된다. 곰팡이는 곤충의 몸 안에서 영양분을 빼앗아먹고 몸을 불려 곤충을 죽게 만든다.

살충제로도 이용되는 세균 Bt (Bacillus thuringiensis)의 경우에는 곤충에게 독이 되는 ‘크리스탈 단백질’을 분비하여 곤충을 죽음에 이르게 한다. 곤충병원성 바이러스인 바큘로바이러스(Baculovirus)는 곤충 세포 내로 들어가 과도하게 증식하여 세포를 괴사시킨다. 물론 이 과정에서 곤충도 죽게 된다. 이렇게 무시무시한 병원체들로부터 곤충은 어떻게 살아남는 것일까?


곤충은 비록 후천성면역을 갖추진 못하였지만 대신 다양한 선천성면역 기전을 통해 방어시스템을 구축하여 곤충병원성 미생물에 대응하도록 진화해 왔다. 항균 펩타이드 합성을 유도하여 미생물 감염을 억제하거나 식균작용 또는 멜라닌 반응을 일으켜 외부환경으로부터 빠르게 자신을 보호할 수 있다.

특히 멜라닌 반응이 일어나는 동안 발생하는 퀴논 화합물과 활성산소 등은 독성을 일으켜 유해미생물이 표피로부터 격리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미생물로부터 살아남기 위한 곤충의 눈물겨운 진화의 결과인 셈이다.


최근 곤충이 식품원료로 등록되고, 식용뿐만 아니라 약용, 애완용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면서 곤충산업은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곤충 업종 신고자는 2,318개소로 전년 대비 8.5% 증가하였고, 곤충별 판매액 또한 375억 원으로 전년보다 8.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기 많은 귀한 몸이 되다 보니 혹여나 곤충이 아플까 신경 써야 할 부분도 늘었다.


애완곤충으로 인기가 많은 장수풍뎅이에게는 ‘장수풍뎅이누디바이러스’가 반갑지 않은 손님이다. 농진청에 따르면 이 바이러스는 2008년 말레이시아에서 들어와 2012년 전국으로 확산됐다.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장수풍뎅이는 성충이 되기 전 죽을 확률이 높고 산란율도 낮아진다.


식용곤충으로 두루 활용되고 있는 흰점박이꽃무지 유충은 녹강병을 조심해야 한다. 이 병은 곰팡이가 원인균으로 공기 중에 날리는 분생포자에 의해 쉽게 감염된다. 그래서 곤충 일부가 감염되더라도 녹강균의 포자가 공기 중에 남아 있을 수 있어 빨리 조치를 취해야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다.


이런 질병에 감염된 곤충은 사실상 치료가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질병에 노출되지 않도록 사전에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곤충에 충분한 영양분을 공급해 면역력을 높여주고, 철저한 소독으로 병원체를 제거하거나 병원체가 살기 힘든 환경을 유지해야 한다. 곤충을 사육할 때에는 유효염소 4~6%의 산화제제를 20배 희석한 소독액에 사육용기를 1~2시간 정도 담가 소독하는 것이 좋다. 자세한 정보는 농업기술포털 농사로(www.nongsaro.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농진청은 곤충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에는 효모균을 처리해 녹강균의 생장 억제 효과를 확인한 바 있으며, 질병이 잘 걸리지 않는 환경을 구명하기 위해 온·습도 조건에 따른 곤충 질병 민감도를 연구하는 중이다. 이러한 노력이 곤충사육농가에 도움이 될 수 있길 바라며, 건강한 곤충이 우리 농업을 위한 미래 자원으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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