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 “2조1천억은 넘겨야”…기재부, “재정중립 1조8천억 못 넘겨”

농민단체 “예산 확충, 국회 통과 위해 전방위 압박 나설 터”

정부가 공익형직불제로의 농정개편으로 농업정책 방향을 잡았다. 이를 위해 농식품부는 최근 예산편성 작업에서 직불제 항목에 주력하고 있고,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또한 중장기적 농업예산이 공익형직불제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는데 목표를 세우고 연구용역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기획재정부가 ‘재정중립’을 이유로 직불제 추진을 위한 예산 확보에 제동을 걸고 있다. 문재인정부의 ‘농업챙기기’가 한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7일 정부세종청사 농식품부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가진 농특위 박진도 위원장은 문재인정부의 농정핵심이 공익형직불제로의 개편임을 재차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공익형직불제로의 전환은 농특위의 사명인 농정의 틀을 바꾸는데 반드시 필요한 수단”이라면서 관련 예산 확충에 대해서는 기존 예산의 구조개편과 기재부와 협의를 통한 ‘순증’ 등을 연구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박 위원장은 부연해서 “지난해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에서는 농정예산의 30%를 직불제 예산으로 편성해야 하고, 장기적으로 50%이상이 돼야 한다고 의견을 낸바 있다”고 덧붙였다. 당장 내후년 예산안을 논의할 때 5조원 규모의 직불제 예산 확충을 주장하겠다는 뜻으로 분석된다.


농식품부 또한 8월말까지 마무리해야 하는 부처 예산 편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 가운데, 농업직불제를 통합한 공익형직불제 예산 규모에 대해 기재부와 가장 격하게 의견조율 중이란 전언이다. 기재부는 직불금 예산으로 지난 5년간의 집행실적에 의거, 이를 평균 낸 1조8천억원을 넘겨 책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대해 지난 14일 농식품부측은 기재부와 협의가 진행중이라고 전해왔다. 농식품부는 기재부와의 협의석상에서 2016~2018년 3년간 집행된 직불금 규모가 6조3천억에 달할 정도로 급증한 사례를 들어, 이를 반영해 셈법의 기준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을 지속 펼치고 있다고 전했다.

농식품부 농가소득안정추진단 관계자는 “기재부에서도 어느정도 농식품부의 주장을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예산편성의 매커니즘(기계적구조)을 뛰어넘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다만 기재부가 기존보다 긍정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재부측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기재부는 1조8천억을 넘길 경우, 농가들이 기존 직불금보다 많은 금액을 수령하게 되고, 오히려 현재의 농업환경이 변화나 개혁없이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때문에 공익형직불제로의 개편 취지를 고려하면 직불금 증액이 어렵고, ‘재정중립’을 지켜야하는 이유가 분명하다고 못 박고 있다. 문재인정부 초기 가동됐던 ‘지출구조 개혁단’에서부터 제기했던 ‘쌀과잉생산’을 막기 위해서라도, 직불금을 늘릴 수 없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것이다.  


공익형직불제 예산 확충 문제는 국회에서도 정쟁사안으로 분류하고 있다. 직불제 개편에 대한 총론엔 여야 모두 동감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측이 제동을 걸고 있다.

지난달 국회 농해수위 전체회의에서 야당 간사를 맡고 있는 경대수 의원은 “통합직불제(공익형직불제)는 충분한 예산도 없이 기획하고 다뤄지게 되면, 개악이 된다”면서 “최소 3조원의 예산이 있어야 실효를 거둘 수 있는 정책이기 때문에, 이에 대해 당.정(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대안을 마련하면, 개편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직불예산으로 1조5천억을 만들고, 농업예산 외에 별도의 예산을 순증해야 한다는 게 자유한국당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현실적으로 정부가 제출하는 직불제 개편안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정부의 공익형직불제 개편안 국회 통과가 요원해지는 대목이다.


 한편, 농민단체들은 공익형직불제로의 농정전환이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는데 목소리를 같이 하고 있다. 7~8개의 농민단체들은 최근 실무진 연대회의를 갖고, 이에 대해 대책마련을 논의했다.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나현 사무총장은 “기한없이 미루고 있는 쌀목표가격 설정 문제를 빨리 매듭짓고, 공익형직불제 개편에 국회가 나서줄 것을 촉구키로 했다”면서 “향후 농민단체 연대의 대책위를 꾸려 직불제 예산확충은 물론 추진력 있게 국회 통과가 될 수 있도록 전방위적 압박 활동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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