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리나라를 비롯한 중국, 홍콩, 싱가포르, 아랍에미리트(UAE) 등 11개 나라가 세계무역기구(WTO)에서 개발도상국으로 분류돼 특혜를 받고 있다면서 90일 이내에 개도국 지위를 내려놓을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런 사실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의 무역대표부(USTR)에 이들 국가들이 WTO 개도국 지위 혜택을 누리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하면서 알려졌다. 최근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벌이면서 내놓은 지시여서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우리나라의 경우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WTO는 개도국이 선진국과 무역을 하는 과정에서 불리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관세 장벽을 치고 관련 산업 보호를 위해 보조금을 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개도국으로 분류돼 있지만 OECD와 G20 회원국인데다 1인당 국민총소득이 1만2천56달러가 넘는 고소득국가 이고 세계 무역량 0.5% 이상을 차지하는 국가여서, WTO는 ‘개도국 지위’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다만 농업 분야의 경우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 대단히 열악하기 때문에 농업분야에 한해 개도국 혜택을 받고 있다. 이 덕분에 완전개방된 쌀의 경우 513%에 달하는 관세부과를 주장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미국의 이번 요구가 특별히 위험한 사태를 몰고 오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이 당장에 조치를 취한다고 하더라도 다른 농업관련 협정이 체결될 때까지 WTO가 인정한 개도국 지위가 유지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미국의 의도가 어떤 것인지 명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로 한국을 개도국 지위에서 끌어내려 농업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목적이 있다면 대단히 위험한 상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농업보조정책에 큰 제약이 생기고, 미흡하나마 지금껏 추진해온 각종 농업대책이 무용지물이 되거나 큰 폭의 손질이 불가피해질 수 있는 것이다.


정부의 판단이 그대로 들어맞길 바란다. 다만 농업계가 혼란스러워질 것을 염려해서 내린 판단이라면 좀더 신중하게 들여다보고 대비책을 세우길 바란다. ‘매도 먼저 맞는게 낫다’는 말이 있다. 주저하거나 피하려다 시기를 놓치는 우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

저작권자 © 농업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