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농촌에는 폭염과 동해, 냉해, 우박, 집중호우 같은 자연재해가 늘어나고 있다. 이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농업인들은 농작물재해보험에 가입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정부는 과수, 벼 등 자연재해로 인한 농작물 피해를 실질적으로 보상하기 위해 2001년부터 농작물재해보험제도를 도입·시행하고 있고, 농어업재해보험법에 의거해 보험가입 농가의 보험료 80% 정도를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농업현장에서는 할증을 비롯해 피해면적 산정, 자부담 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자연재해로 보험 요율 상승…농가는 부담

NH농협손해보험이 맡아 운영을 하는 농작물재배보험의 가입률은 30%에 머물러 있다. 지난해 바른미래당 정운천 의원에 따르면 농작물 재해보험 가입률은 지난해 8월 기준 30.1%였고, 92.9%에 이르는 가축 재해보험 가입률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다시말해 농업인 10명중 7명은 자연재해로 영농에 피해가 발생해도 피해를 감수한다는 뜻이다.


이처럼 농업인들의 농작물재해보험 가입률이 낮은 이유는 우선 소멸성이라는 부분에서 부담을 느끼고, 농업인들 입장에서는 보험가입금이 높은 반면 보장은 낮다. 이 과정에서 피해면적 산정, 할증, 미보상 감수량 책정, 농가자부담, 손해평가인의 비전문성 등의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또 우박, 서리 같은 자연재해 증가로 인해 농작물재해보험 요율이 상승하고, 보험료 부담으로 이어지는 것도 한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실제로 농작물재해보험 가입을 할 때 자기부담금이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40%에 달하다보니 보험에 가입하더라도 피해율이 자기부담금 미만일 경우에는 보험혜택을 전혀 받을 수 없어 농업인들은 불리하다고 느낀다.


경북의 한 농업인은 “현장에서는 낙과 피해로 보험사의 조사를 받아보면 피해규모가 자신의 자부담 비율을 넘지 않은 것으로 나와 보상대상에서 제외되는 사례가 빈번하다”면서 “가입을 해서 피해를 입어도 1% 차이로 보상을 못받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국가정책보험에서 할증은 없애야”

농작물재해보험은 2001년 농어업재해보험법을 근거로 도입된 정책보험이다. 농림축산식품부와 NH농협손해보험이 함께 판매하고 있는데 태풍과 우박을 비롯해 지진, 화재, 동상해, 일소 피해 등을 보상해준다. 또 야생동물로부터의 피해, 화재 피해 등도 보장받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산정 보험료의 50%를 중앙정부가 지원하고, 지방자치단체별로 적게 15%에서 많게는 40%까지 지원하고 있어 농업인부담 비율은 20%정도다.
농업인들에게는 자연재해가 발생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상황이지만 최근 기후변화로 인해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고, 농작물재해보험이 농업인 소득을 보전하는 역할을 못한다는 평이다.


농작물재해보험의 보험금은 고정이 아닌 할증제로 운영되고 있다. 다시말해 농업인이 재해를 입으면 이듬해에 이에 대한 할증을 부담해야 하는데 한 번 할증되면 3년간 할증이 부과되고, 피해가 없으면 다시 내려간다.


최승섭 한국농촌지도자경상북도연합회 부회장은 “농작물재해보험에는 개인 자부담이 있고 또 자연재해는 농업인의 잘못이 아님에도 보상을 받았다고 해서 보험료를 할증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나라에서 시행하는 정책보험에 할증이 붙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영주지역만 해도 2년연속 자연재해가 발생해 농업인들의 부담이 크다”고 덧붙였다.

 

 농작물피해보상 산정 근거 불명확

울산광역시에서 배 농사를 짓는 손성호씨(한국농촌지도자울산광역시연합회 부회장)은 지난 해 황당한 일을 겪었다. 농작물재해보험을 8천550만원에 가입하고, 특별약관으로 6천581만원에 가입을 했다. 그는 지난해 동상해가 극심해 90% 이상의 피해를 입었지만 농협손해보험에서는 납입 보험료 일부를 환급시킨 후 보험금액을 1천421만원 낮췄고, 최종보험 가입금액을 임의로 변경해 5천160만원으로 책정했다. 그 후 피해율을 적용해 보험금 2천282만원 가량을 지급했다.


손 씨는 “착과수 조사에 따라 보험가입금액을 변경할 수 있는 약관이 있는 것은 알지만, 봄 동상해 피해는 원천적으로 결실자체가 없는데 무슨 근거로 보험금액을 낮춰 적용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험사가 농작물재해보험 약관을 임의로 변경하면서 두 번 피해를 입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와관련,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관계자는 “농산물은 가격의 진폭이 굉장히 크고, 재해가 발생했을 때 보험을 가입하고도 오히려 마이너스가 되는 경우도 있어 보험사의 피해율 산정은 정확하고 신중하게 진행돼야 한다”면서 “농업인들은 실질적으로 농산물 가격이 일정하게 유지가 되고, 소득이 보장이 된다면 소멸성이라도 농작물재해보험을 안전장치로 여기고 가입을 많이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보상 감수량 적용 삭제해야”

농작물재해보험에 대한 농업인들의 요구중 하나는 미보상 감수량 책정의 개선이다
미보상 감수량은 보상대상인  자연재해 이외의 원인 때문에 수확량이 감소됐다고 평가되는 부분을 말한다. 계약당시 이미 발생한 피해, 병해충으로 인한 피해나 제초상태 불량 등에 따른 수확감소량으로 피해율 산정시 감수량에서 제외한다.


일반적으로 보상금 산정시 5~20%를 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그 조건이 병충해, 제초작업, 시비관리 등 농업인들이 일반적인 영농활동을 하지 않아 손해가 발생한 것으로 간주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농업인에 부여하는 것이다.


하지만 농업인들은 미보상 감수량 책정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승섭씨는 “병충해나 제초작업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면 보험사에서도 무엇 때문인지 원인을 명확히 밝혀야 하는데 기준을 모르겠다”면서 “농업인들이 보험금을 타기 위해 일부러 작물을 망치는 일은 없는 만큼, 영농을 하는 농업인에 미보상 감수량을 적용시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NH농협손해보험관계자는 “미보상 감수량은 제초상태 불량 같은 자연재해가 아닌 부분에 대해서만 제외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농가 자부담 낮추고 선택의 폭 넓혀야

농업인들은 농작물재해보험을 가입할 때 현재 자기부담금을 내고 있다.
자기부담금은 지급보험금을 계산할 때 피해율에서 차감하는 비율로 10%, 15%, 20%, 30%로 나뉜다. 일반적으로 10%형은 최근 3년간 보험에 연속 가입한 과수원으로 3년간 보험금 수령 사실이 없는 경우에 한해 선택할 수 있다. 15%형은 2년간 보험금을 받은 적이 없어야 한다.


예를 들어 자부담을 20%로 가입했고, 전체 사과 100개 가운데 30개가 피해를 입었다면 자부담 부분 20개를 뺀 10개에 대한 부분 만큼만 보상을 받는다. 그래서 농업인들은 자연재해로 피해를 입어도 보상을 다 받을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관계자는 “국가 정책보험인 농작물재해보험은 농가의 소득보전과 경영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도입된 만큼 자기부담비율 조건을 완화해 농업인들에게 더 많은 선택권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약간의 흠집도 100%  피해로 인정해야”

농작물재해보험에서는 우박같은 타박과의 경우 손상 정도를 분류해 보험금의 20~50%를 감액하고 있어 농업인들은 보상을 더 적게 받게 된다.


보험약관에 따르면 ‘정상과실’은 무피해과실 또는 보상하는 자연재해가 발생했지만 피해가 경미한 과실, ‘50%형 피해과실’은 일반 시장에 출하할 때 정상과실에 비해 50% 정도의 가격 하락이 예상되는 품질의 과실이라고 나와 있다. 또 ‘80%형 피해과실’은 일반 시장에 출하가 불가능하나 가공용으로 공급될 수 있는 품질의 과실이라고 명시돼 있다.


이에 대해 최승섭씨는 “정상과가 한 개에 100원이라고 하면 가벼운 흠집은 70원, 심한 흠집은 50원을 받는게 현실적으로 가능하냐고 묻고 싶다”면서 “이미 상품성은 잃었는데 껍데기만 멀쩡하다고 정상과로 분류하는 것은 옳지않다”고 말했다.


또 실제로 현장에서 정상과와 비정상과를 판단하는 손해평가원들에 대한 기준도 제각각 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장에서는 정상과 판단을 두고 평가원들과 농업인들이 싸우는 경우가 많다”면서 “평가원들의 기준대로 하면 50%형 피해과실을 팔 수 가 없어 약간의 흠집도 모두 비정상과로 처리해 보상을 해 주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재난지원금과 농작물재해보험 중복지원 허용 필요

현재 농촌지역이 자연재난에 따른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받고, 농업인이 보상을 받을 때 농작물재해보험에 가입이 되어 있다면 중복지원을 받을 수 없다..
실제로 전라북도 정읍시의 여성농업인 이구자씨는 지난 3월 이 대상에 걸려 1천900만원의 반환을 고지 받았다.


포도농사 1천평을 짓고 있는 이 씨는 지난 2016년 대설피해 보상금으로 재난지원금 1천900만원과 농작물재해보험 보상금 1천300만원을 지급받았다.

정읍시가 이구자씨에게 보낸 복구비용 반납고지서.

 

하지만 올해 재난지원금과 농업재해보험 중복 지급자로 확인 돼 정읍시로부터 앞서 지급된 재난지원금을 환수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이유는 감사원에서 행정안전부의 재난지원금 지급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른 것이다.


이에 이 씨는 정읍시에 부당함을 호소를 했지만 별다른 해결책을 제시받지 못했다고 한다.
이 씨는 “폭설로 눈 피해를 입고 두 곳에서 보상을 받았고, 최근에 다시 뱉어내라는 황당한 통보를 받았다”면서 “농작물재해보험은 내 돈 350만원을 주고 정당하게 가입을 한 것이고, 재난지원금은 나라에서 자연재를 입은 농업인들에게 보상을 해주는건데 왜 뱉어내라는지 이해가 안된다고”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읍시청 관계자는 “지난 번 환수조치는 행안부가 전국 56농가에 대해 요구한 사례 가운데 하나로 농업인 입장에서는 억울한 부분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시에서는 절차에 따라 환수 공문을 보낼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씨는 “법을 바꿔서라도 농업인들이 재해를 입었을 때 특별재난지원금과 농작물재해보험의 보상금을 중복으로 받을 수 있게 하거나, 금액이 큰 부분을 보상받는 등의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만약 이런 부분이 개선이 안된다면 나처럼 농작물재해보험 가입을 안하고 싶은 농업인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객관성 없는 손해평가 조사도 불만

농작물재해보험에서 과수의 경우 착과수가 조사돼야 보상금액이 산정된다. 착과수 조사는 보통 현지평가인과 손해평가인이 담당하는데 평가인 마다 기준이 다르다는 지적이다. 또 착과수 조사에 대한 평가인들의 설명도 부족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최승섭씨는 “대부분은 손해평가인은 설명없이 사인만 받아가는 것이 일반적이고, 또 농업인들도 세세하게 물어보지 않는 것이 관행처럼 굳어졌다”면서 “농업인들도 한번에 사인을 해주지 말고 원하는 수치가 나오지 않으면 두 번, 세 번 조사원들을 불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최승섭씨나 손성호씨처럼 보험가입 경험이 있는 농업인들은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보험을 가입하고 있다. 그리고 자연재해로 피해를 입은 농작물 만큼은 정부가 지원금을 늘려 농업인의 보험가입 부담을 줄이고, 농업인에게 불리한 보험약관도 개선해 줄 것을 계속해서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관계자는 “가장 큰 문제는 손해평가인의 객관성과 합리성 보장이 안된다는 것에 있다”면서 “현장에서는 평가인들에 대한 신뢰도가 낮고, 실제로 피해를 보고 다툼을 하는 과정에서 농작물 재해보험 가입을 포기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어 결국에는 보험설립의  본 의미를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농촌지도자회에서는 국회에 농작물재해보험의 개선에 대한 정책 건의를 할 계획이고, 향후 토론회와 간담회 등을 통해 개선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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