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도매시장의 사각지대 ‘확대’...수입농산물 상장예외

정부, 농업인 반대해도 개설자 요청하면 시장도매인 승인

박완주 의원이 농안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준비 과정에서부터 논란(본지 2019년 4월 1, 8, 15일자 게재. 집중분석-박완주 의원발 농안법 개정안 논란Ⅰ,Ⅱ,Ⅲ)을 불러왔던 내용의 상당부분이 다듬어졌다. 그러나 일부 내용의 경우 문구만 달리했을 뿐, 논란의 여지를 그대로 담고 있다.


지난 7월 15일 발의된 농안법 일부 개정안(박완주 의원 등 17인)은 “2017년 기준 국내 농축산물 유통비용이 소비자가격 대비 많게는 69.3%에서 평균 44.4%를 차지하고 있어 현행 유통구조의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됨”이라며 제안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개정안이 밝히고 있는 제안이유를 자세히 살펴보면 2017년도 기준으로 69.3%의 유통비용을 기록한 품목은 고구마이다. 전체 품목 가운데 가장 높은 유통비용을 기록했다. 이를 각 단계별로 세분화 해 보면 △출하단계 22.6% △도매단계 7.1% △소매단계 39.6% 이다. 제안이유가 밝히고 있는 내용을 살펴볼 때 유통구조 개선의 대상은 소매단계가 되는 것이 합리적인 판단으로 보인다.


그러나 개정안은 “도매시장 개설자가 도매시장 내 시장도매인 도입을 요청할 경우 농림축산식품부장관 또는 해양수산부장관은 이를 승인하도록 하고, 이미 가격이 결정되어 입하된 수입농산물의 경우 상장예외 품목으로 허용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여 도매시장의 유통 효율성을 제고하고자 함”이라고 밝히고 있다. 개정안이 밝히고 있는 제안이유와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개정안은 “시장도매인 도입을 요청할 경우...승인하여야 한다”라고 되어 있다. 논란은 이 같은 개정안이 중앙정부의 전국단위 농산물 유통정책에 대한 안정적 관리의무를 제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그 동안 시장도매인에 대한 논란의 과정을 감안할 때 해당 개정안은 가락시장을 지목하고 있다는 인상을 부정할 수 없어 보인다.


그러나 가락시장에 시장도매인이 도입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출하농가 뿐만 아니라,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등 농업인단체의 반대 때문이다. 이들은 공영도매시장 유통의 핵심에 가락시장을 두고 있다. 출하자와 소비자 등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클 뿐만 아니라, 산지 조직화와 소비지 유통환경의 변화 속에서도 출하농가는 투명하고 합리적인 가격발견을 가장 신뢰하기 때문이다.


수입농산물의 상장예외 품목 지정도 논란이다. 개정안은 “이미 가격이 결정되어 입하된 수입농산물”을 수탁판매 원칙에서 제외하고 있는데, 이는 수입농산물의 상장예외품목 지정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가격이 결정된 수입농산물은 왜 도매시장으로 반입될까. 수입농산물이 도매시장으로 반입되는 이유는 도매시장법인의 대금정산기능과 중도매인의 분산기능을 활용하기 위해서다. 이는 도매시장(공영, 법정, 일반포함)에서 거래되는 수입농산물의 99.7%가 대금정산기능이 공인되어 있는 공영도매시장에서 거래되는 것으로 확인된다.


더욱이 32개 공영도매시장에서 거래되는 수입농산물은 2017년 기준으로 1조2,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같은 해 기준으로 상장예외품목 전체 거래금액 8,000억원을 훨씬 넘어서는 규모이다. 특히 수입농산물이 상장예외품목으로 규정될 경우, 현행법상 별도로 허가받은 비상장 중도매인만 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에 특혜 시비를 피할 수 없다.


또한 수입농산물 취급을 위해서는 25개 공영도매시장(현재 서울가락, 서울강서, 부산엄궁, 부산반여, 대구북부, 경기수원, 경기구리 등 7개 공영도매시장은 상장예외품목 운영 중)이 신규로 상장예외품목 허용과 비상장 중도매인 허가를 해야 한다. 이럴 경우 수입농산물을 취급하던 기존 중도매인은 졸지에 농안법을 위반하는 범법자로 내몰릴 수 있다.


도매시장 관계자들은 “공영도매시장에서 시장도매인과 상장예외는 위탁과 매수를 넘나들며, 수수료와 판매마진을 모두 챙기고 있다”면서 “그러나 개설자는 현실적인 이유를 핑계로 이를 감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도매시장 전문가들은 “공영도매시장의 비상장거래 확대는 ‘공영’ 이라는 간판을 떼고, 개설자 스스로가 임대사업에 충실하겠다는 방증일 뿐”이라며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은 투명성을 바탕으로 한 상장거래의 효율화를 모색하는 방향으로 검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해당 농안법 일부 개정안은 7월 17일부터 26일까지 입법예고되며, 이와 관련된 의견제출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FAX 02-788-3361) 또는 국회입법예고 사이트 (http://pal.assembly.go.kr) 를 통해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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