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철주 교수 순천대학교 친환경축산사업단장

지난 6월 26일 열린 한국축산학회에 예년과 달리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참석하였다. 그는 그 자리에서 우리 주요 축산물의 자급률이 한우는 32%로, 한돈은 67%, 그리고 우유와 유제품은 49% 정도까지 매년 감소 중에 있다며 미래 축산분야를 매우 심각하게 우려했다. 이는 매우 시의적절하고 의미있는 지적이다.


우리나라는 2004년 한·칠레 간 자유무역협정(FTA)체결을 시작으로 2011년 유럽연합(EU), 2012년 미국, 그리고 2014년 영연방과의 체결에 이어 지금은 전 세계 대략 70여 개국 이상의 국가들과 FTA를 체결한바 있다. 이 FTA는 쌀을 협상에서 제외한 대신 냉장 및 냉동 삼겹살은 FTA 발효 10년 후부터, 쇠고기는 15년 후부터 관세가 철폐될 예정이다.

따라서 2년 후인 2021년은 EU 27개 국가를 시작으로 2026년부터는 미국을 포함한 수많은 나라의 축산물이 무관세로 수입될 예정이어서 축산분야의 타격이 심대할 것으로 우려하는 바가 크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2015년 한국이 호주 및 캐나다와 FTA가 발효될 경우 향후 15년간 (2015~2029) 축산분야 생산 감소 예상액이 1조 7천573억 원으로 국내 총 농축산물생산 감소 예상액의 82%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현재 이러한 예측은 현실이 되어 수입축산물은 계속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 우리정부와 축산분야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것인지 신속한 대응책을 마련하여 극복할 것인지를 시급히 결정하고 대응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문제는 우리가 대응책을 마련하는데 허락된 시간이 그리 길지 않다는 것이다.


우선 연구비 투입의 재정비가 필요하다. 농촌진흥청의 FTA대응 연구비의 대부분은 채소, 과일 등 원예분야에 집중 책정되어 있고 축산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을 미루어 보건데 과연 이 정부는 국내 총 농축산물생산 감소 예상액의 약 82%를 차지하는 축산분야의 피해 대책은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또한 국민들의 축산물 소비량은 매년 증가하고 있는데 비해 국내 축종별 자급률 목표와 유지전략을 가지고 있다는 소식을 듣지 못해 정부가 축산업을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대하고 있는지 심히 걱정스럽다.


다음은 축산분야에 대한 국가 투입예산의 적정성 및 균형조정이다. 2018년의 축산물 생산액은 약 19조 5천억 원으로 전체 농업 생산액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지만 농식품부의 예산 중 축산분야 예산과 인력은 약 10% 정도에 머무르고 있는 실정이다. 농업인구 대비 축산농가의 수가 상대적으로 적다고는 하지만 지원되는 축산분야 예산의 불균형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이 예산의 불균형은 지자체에서도 중앙정부와 비슷한 수준으로 축산예산이 축소 편성되고 있다. 국가와 지자체의 축산분야 예산불균형을 바로 잡지 않는 한 무관세 FTA 대응책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을 재인식해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 국책 연구기관의 축산분야 인력구조의 척박함은 시급히 바로잡아야 할 무관세 FTA대응책의 기본강령이다. 일은 사람이 한다. 그런데 농림축산식품부내 축산 전공자는 도대체 얼마나 될까? 축산규모 40%의 10분의 1인 4%도 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주무부처 축산국의 공무원들도 축산직이 아닌 일반직이 더 많고 고위직에 이르면 일반직은 더욱 많아질 터이다.


돌이켜 보면 축산업협동조합중앙회는 1981년에 양축농가의 협동조직으로 설립됐다. 그러나 2000년 7월, 당시 많은 원로들과 현장인사들이 극력 반대했음에도 정권의 엉뚱한 개혁의 회초리를 만나 농업협동조합중앙회로 통폐합되면서 설립 20년 만에 폐지되고 말았다.

이로 인해 축협중앙회장은 농협중앙회의 축산경제대표이사로 전락하고 축산분야의 예산과 인력은 심대하게 위축되고 말았다. 농협중앙회의 인력구성에서 통합 전 축협중앙회 축산직 분야는 현저히 감축되고 축산 전공자들의 축산직 입사는 눈에 띠게 줄어들었다.

이러한 인적구성으로 운영되는 농협중앙회가 어떻게 축산인들의 농업생활력의 증진과 축산농민의 지위향상을 위해 노력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지역농협은 983개소인 반면 지역축협은 118개소에 불과하여 농협중앙회 예산구조 또한 농림축산식품부의 축산예산과 비슷한 약 12%에 불과한 실정이다. 지역축협 또한 축산 전공자들의 축산직 입사는 계속 감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축산분야 인력배치의 불균형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농촌진흥청 산하 국립축산과학원은 1906년 4월 권업모범장 축산부로 창설됐다. 우리나라 최고의 축산 전문가들이 최고의 축산을 연구하는 곳이었는데 이제는 축산학 분야의 석사나 박사학위를 받고 최고의 축산 전문가들이 아닌 대학을 갓 졸업한 학부생들이 연구사로 채용되는 실정이다. 이들 연구사들은 대부분 축산과학원의 첨단 축산연구를 수행하기 힘들어 대학원에 진학하여 석사나 박사과정을 다니면서 공부를 하는 경우가 허다한 실정이다. 일부 석사나 박사 출신의 축산 전문가들이 특별채용의 형식으로 채용되기도 하지만 그 수가 현저히 적다.


지금 세계는 점점 첨단화를 추구하고 전문인재를 충원하는 시점에서 무관세 FTA대응 국가들인 EU와 미국, 영연방 등 대부분 선진국들은 전문가들을 우대하고 적재적소에 잘 활용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오히려 전문가들을 홀대하고 적재적소 배치를 외면함으로써 우리의 대응능력 약화정책을 편다는 의구심이 든다. 과연 이러한 조직으로 2021년부터 시작되는 무관세 축산물 수입상황을 슬기롭게 대처해 나갈 수 있을지 심히 우려된다. 지금부터라도 중앙부처, 국책연구기관 그리고 협동조합 분야에서 축산 전문인력을 대폭 늘리고 적재적소에 중용하여 제반 문제점을 신속히 파악하여 무관세 FTA 대책을 현실에 부합하게 수립, 신속히 대응해나가야 할 것이다.


정부의 소비자를 위한 합리적인 대응책도 주문된다. 국무조정실 ‘국민생명지키기추진단’에서 추진하는 친환경축산물의 약 98.5%인 무항생제 축산물을 친환경 인증제에서 제외하는 계획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 또한 친환경 축산, HACCP 및 동물 복지 등 각기 다른 법이 적용되어 혼란 야기하는 문제, 매년 비슷하거나 유사한 자료 준비, 각종 인증은 매년 연장 신청, 매년 수십 또는 수백 만 원의 비용소요 등에 대한 축산농가의 애로사항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해결하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 소비자가 원하는 축산물 안전성을 위하여 위해요소 점검은 매년 수시로 행해야 하며, 모든 인증, 생산, 사육방법 (항생제와 농약 등 약품사용) 도체등급 및 유통 등에 대한 통합관리체계방안이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필자는 매년 축산농가교육을 실시해온지 20년을 넘어서고 있다. 교육 초창기의 축산농가들은 축산업을 자식에게 물려주고자 하느냐는 질문에 대부분 고개를 내 저으며 반대를 하였으나 최근에는 젊은 2세 축산인들이 늘어나고 있고 자식들을 후계농으로 삼고자 하는 축산농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에 우리나라와 북한에 큰 관심을 나타낸 ‘로저스 홀딩스’의 세계적 투자가 짐 로저스회장은 2016년 12월 4일 서울대에서 행한 “젊은이여, 農大(농대)로 가라”는 강연이 관심을 끌었던 적이 있다. 그는 아시아의 미래성장 가능성을 강조했고, 농업이 미래 주력산업이 될 것이라고 했다. 오늘날, 세계 인구가 77억 명이며 2050년에는 약 100억 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축산물의 소비는 매년 증가하고 있고 인간수명 또한 증가하는 상황에서 농업이 미래 산업이 되고 축산업은 더욱 중요한 산업이 될 것이다. 이러한 축산업을 미래 한국 농업의 기간, 중추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무관세 FTA라는 거대한 파도를 넉넉히 이겨내야 할 대응책 모색이 매우 시급하다. 이를 위한 정부, 농협의 예산 균형 증액편성, 인력배분 증강, FTA 대응 연구예산의 적정성 및 소비자 보호대책의 재편 등을 조속히 점검하고 재편하는 혁신적 대응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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