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밭에 온통 핀 꽃 '추대'가득, 농가들 망연자실

'신청일품' 품종서 집중 발생... 농진청, '냉해'탓 추정

30년넘게 무농사를 지어온 전북 고창 김규식 씨가 꽃대가 올라온 무를 뽑아 올해 농사는 망쳤다고 망연자실 했다.

 

“무를 심었는데 주변에서 ‘유채꽃이 장관’이라는 칭찬(?)을 듣고서야 현실을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30년 넘게 무 농사를 지었지만 무 밭에 온통 추대가 발생해 꽃이 피는 황당한 일은 처음입니다.”


전북 고창에서 30년 넘게 6천평 규모의 무 농사를 지어왔다는 김규식 씨는 무밭 전체에서 꽃대가 올라오는 어처구니없는 현상에 올해 농사를 망쳤다. 김 씨는 “예년 같으면 봄 무 수확으로 기쁨을 만끽할 시기에 하얗게 꽃이 핀 무를 보면서 속앓이를 하고 있다”면서 “봄 무를 심은 농가들은 너나 할 것이 꽃이 피는 추대가 발생해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입고 있지만 원인규명이 늦어지면서 농가들만 애를 태우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팜한농에서 판매한 무 종자가 말썽이다. 땅속에서 자라야 할 무가 꽃대가 올라오는 추대 현상이 발생해 농가들의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전북 고창, 부안에서 전남 영암까지 팜한농 무 종자를 심은 농토는 온통 무 꽃이 피는 기이한 현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현재까지 조사된 피해규모는 38농가, 155ha에 이른다.


농가들에게 피해를 입힌 무 종자는 팜한농의 주력 제품인 ‘신청일품’이다. 지난 2009년에 출시돼 전북 고창, 부안 등 무 주산 지역 봄 터널무 생산의 약 80%를 차지 할 만큼 인기를 독차지 해왔다. ‘신청일품’은 ‘추대가 안정적’인 장점을 가진 종자로, 농가뿐만 아니라 유통인들 사이에서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왔다.

봄무 수확시기에 추대가 발생해 상품성을 잃은 무가 뽑혀있다

 

이런 품종에서 난데없이 추대가 발생한 것을 두고 농촌진흥청 등 관련 전문가들이 원인 파악에 나서고 있지만 예년보다 온도가 떨어진 냉해를 원인으로 추측할 뿐 명확한 규명은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피해농가들은 농진청이나 팜한농 등에서 생리장해나 냉해 등을 원인으로 주장하고 있으나 추대가 발생한 무밭은 터널재배지역으로 냉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일축했다.


다만 해당 농업기술센터 등 관계자들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추대가 발생한 무 밭의 공통점은 2019년산 ‘신청일품’에서만 심각하게 발생하고 있는 반면 2018년산이나 타회사 종자에서는 발생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피해 농가들은 “2018년산 종자나 타회사 종자에서는 추대발생이 없는데 유독 팜한농 2019년산 종자에서만 추대가 발생한 것은 종자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농진청은 추대 발생 원인을 날씨 탓으로만 밝히고 있어 불신을 자처하고 있다”면서 “업체 측에서 종자 정밀검사를 실시하고 있고 그 결과에 따라 보상 방안을 내놓겠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팜한농 측은 10년 넘게 농가들의 지지를 받았던 종자에서 추대가 발생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지만 현실적인 보상방안에 대해서는 이렇다할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농가들의 불신을 자처하고 있다.


최근 피해농가와 팜한농 관계자들이 만난 자리에서 농가들은 추대 발생 원인이 근본적으로 종자 탓인 만큼 조속히 보상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팜한농 측은 종자 정밀조사 결과를 기다려보고 결과에 따라 보상 협의를 하자는 입장만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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