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쌀가공식품협회 이성주 전무이사

1920년대 우리나라는 일제의 경제침탈에 맞서 민족자강을 위한 물산장려운동을 추진하였다. 이를 계승하여 6.25 동란 이후에는 국산품 애용운동을 전개하였고 전 국민의 참여로 오늘날 우리 경제의 초석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필자도 툭하면 부러지는 국산연필로 침 무쳐가며 글씨를 쓰고 찢어진 검정고무신을 기워 신던 시절을 경험했다.


최근 1인당 연간 쌀소비량이 61㎏까지 감소했지만 수입산 밀가루 대신 국산 쌀 소비운동을 벌인다 한들 효과는 별반 없을 것이다. 국민 개개인의 국가관이나 가치관도 다양해졌지만 수출로 먹고 살고 일본산 자동차가 심심찮게 굴러다니는 글로벌시대에 애국심에 호소하여 소비를 늘리려는 발상은 시대착오적이라 할 것이다. 쌀의 소비를 늘리려면 소비가 감소한 원인을 찾고 그에 맞는 합리적인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쌀 소비가 감소한 이유는 절대주식으로서의 밥의 소비량이 감소한데 기인한다. 먹을거리가 풍부해진 요즈음 밥은 주식이라기 보다 부식에 가깝다. 전통적인 한식밥상을 접할 때도 과채류와 야채샐러드로 먼저 입맛을 돋우고, 메인으로 육고기나 생선 등 갖가지 요리를 먹은 다음에 밥을 조금 먹는다. 그 뿐이 아니다. 후식으로 요거트나 과일, 커피까지 챙겨 마셔야 하니 밥이 들어갈 공간이 적을 수 밖에...


보릿고개를 넘기 힘든 시절 외국에서 원조 받은 밀가루로 끼니를 해결하며 칼국수 맛에 길들여진 것도 쌀 소비 감소에 한 몫하고 있다. 쌀을 이용해서 다양하고 맛있는 가공식품을 만들 수 있어야 밀가루 대신 쌀 소비가 늘어날 수 있다. 쌀가공식품산업을 발전시켜야 하는 이유다.


전통적인 쌀가공식품으로 떡, 한과, 식혜, 조청, 술 등이 있지만 그 동안 우리의 일상적인 식생활과는 거리가 있었다. 쌀가공식품은 주식으로서의 쌀을 자급한 이후 정부가 가공용 쌀을 값싸게 공급함으로써 본격적으로 발달하게 되었다. 1990년에 비로소 쌀막걸리 제조가 허용되었고 1991년에 쌀엿, 1992년에 쌀국수, 1993년에 냉동볶음밥과 판매용 식혜가 만들어졌다. 그로부터 30년이 채 안된 요즘 쌀맥주, 라이스밀크, 쌀부침가루, 쌀아이스크림, 쌀파스타, 쌀피자, 쌀로만주, 유기농쌀과자, 라이스잼 등 쌀을 원료로 한 가공식품은 그 종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해졌으며, 소비자 눈높이에 맞춰 맛과 품질도 고급화되기에 이르렀다.


1인가구나 맞벌이부부가 증가한 요즈음 수요자 니즈에 맞춘 HMR(가정간편식)식품과 간편조리식품으로 트랜드를 선도해 가고 있으며, 유아나 노인, 환자 등 특수계층을 위한 케어푸드 시장에서도 기능성 쌀을 이용한 쌀죽 등 쌀가공식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한 때 라면으로 끼니를 대충 때우기도 했지만 이제 가공비빔밥이나 진화된 도시락으로 영양을 고려한 한끼 식사를 간편하게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쌀가공식품의 수출도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2017년에 72백만불, 2018년에 89백만불을 수출한데 이어 금년에는 1억불이상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매년 수출품목이 다양해지고 수출대상국도 다변화되고 있어 앞으로 성장가능성이 크다. 특히 쌀은 글루텐(Gluten, 소화장애를 일으키는 셀리악병의 원인이 될 수 있음)이 없어 유럽이나 미국 등 선진외국의 Gluten free 식품시장에서 주목을 받고 있으며, 누룽지, 조청 등은 Suger free 식품으로 당뇨병환자들도 즐길 수 있다.  쌀조청을 활용한 라이스잼은 앞으로 수출주요품목으로 기대할만 하다.


이렇듯 우리 쌀가공식품은 영양학적으로도 건강한 식품이기 때문에 국민 식생활을 개선하는데도 일조할 수 있다. 그러나, 쌀을 생산하는 농업인을 비롯한 우리 소비자들은 쌀가공식품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쌀은 탄수화물 덩어리고 비만의 원인이 되니 가급적 적게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그런지 천원짜리 밥 한공기도 못 먹으면서 4천원짜리 커피 한잔을 즐기고 있다. 야식을 즐기고 밀가루음식, 기름진 음식 등을 맛있게 먹고 비만의 원인을 부식으로 먹는 밥으로 돌린다면 참 억울한 일이다.


쌀을 생산하는 농업인들부터 쌀가공식품에 대한 애정을 갖고 소비홍보에 앞장 설 필요가 있겠다. 칼국수 대신 쌀국수도 먹어보고 밀빵 대신 쌀빵을 먹어보자. 밀가루 대신 쌀부침가루로 전을 부쳐 먹고 커피 대신 식혜나 라이스 밀크로 후식을 즐겨보자. 건강한 쌀가공식품으로 Well-Being을 누리는 식문화를 정착시킴으로써 쌀 소비를 늘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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