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2020년도 예산 요구현황’을 발표했다. 총지출액은 지난해보다 29조1천억원이 증가한 498조7천억원이다. 9월초까지 국회에 제출될 최종 정부안을 감안하면 500조가 넘는 수퍼 정부예산이 계획될 것으로 예측된다.


포용국가 기반 강화와 혁신경제 도약을 위한 소요 등을 중심으로 예산을 늘릴 것이라는 게 기재부의 설명이다. 실제 분야별 배정 현황을 보면, 대통령 주요 관심분야인 보건?복지?고용에 12.9% 늘렸다. 올해보다 20조 규모가 증가한 것이다. 물론 보호무역을 표방하며 압박이 큰 미국을 상대하기 위해 국방분야가 8.0% 3조7천억을 늘린 것이 두드러진 특징이다.


총 6.2% 늘어난 내년 예산. 그런데 농림수산식품분야 예산이 4.0% 줄었다. 전체 예산에서 농수산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3.1%인 것이다. 5%대를 유지하던 지출구조는 이제 먼 옛날 얘기가 된 듯하다. 농업을 챙기겠다던 문재인 후보시절 공약이 무색한 지경이다. ‘쌀독에서 인심난다’고 했다. 정부 씀씀이를 보면, 속뜻이 읽혀진다는 생각이다.


기재부는 그들대로, 국가재정법에 의거해 지출한도를 매긴 것이고, 재정분권 계획에 따라 지방으로 이양된 농업분야 사업예산을 감안하면, 실제 약 2.3% 증액된 수준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또 그들대로, 기재부의 탑다운(Top-down)방식에 의한 예산배정에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존재하고, 부처에서 마련한 별도의 예산안을 최종 정부안에 관철시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입장을 전하고 있다.


그러나 농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정부의 이같은 얘기들을 신뢰하지 않고 있다. 일례로 일자리예산이나 국방예산이 대폭 증가하는 것은 무엇으로 설명되는지 묻고 있다.


정확한 포인트는 대통령의 심중이란 것이다. 국무회의나 관련부처의 예산회의는 법률의 테두리에서 대통령의 주관으로 예산을 편성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집권 정부의 색깔은 예산배정에 담긴다. 당연한 일이다.


이쯤되면 기재부나 농식품부의 설명은 대통령의 빈 부분을 가리는 악세사리에 불과하단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다시한번 강조코자 한다. ‘챙기겠다’고 약속했으면 챙겨야 한다. 예산배정으로 보여야 믿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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